한국 중소기업에게 고환율과 고물가, 저성장의 벽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한 유일한 돌파구는 차별화된 기술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것뿐이다. 최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가 '의료바이오 복합 특화도시'로 변모하며 적극적인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어, 한국 바이오 기업들에게는 뜻깊은 기회가 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지난 12월 12일 인천 송도 위해관에서 열린 사업설명회는 단순한 행사를 넘어 한중 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연결고리가 되었다. (주)더케이미디어앤커머스와 중국 웨이하이시정부 주한국대표처가 공동 개최한 이 자리에서 10개 국내 기업은 중국 진출의 열망을 쏟아냈고, 그 중 화장품 분야에서 독보적인 철학을 가진 기업이 눈에 띄었다.

17년간 농약과 화학비료로 망가진 토양을 유기농 방식으로 복원해온 노하우를 '피부'라는 새로운 영역에 적용한 기업, 라파로페가 그 주인공이다. 황기철 대표는 "파괴된 토양을 치료하듯, 화학물질에 지친 피부 생태계도 천연 소재로 회복시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고 설명했다.
토양 치료사에서 피부 치료사로, 라파로페의 진화
라파로페의 출발점은 남다르다. 화학농법 대신 친환경 농법으로 토양을 치료하는 데서 시작했다. 불가사리 유기칼슘제, 키토산 방제제 등 독자적인 토양 개량 기술을 개발하며 쌓은 노하우는 '천연 발효'라는 형태로 진화했다. 특히 2년 이상 숙성시킨 '감 발효물'은 면역활성을 15배 이상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얻으며 라파로페의 핵심 원료로 자리잡았다.
이런 기반 위에 라파로페는 단순한 화장품 회사를 넘어 '피부 생태계 복원 프로젝트'를 표방한다. 그들의 제품은 수세미오이, 감열매, 복합유황 등 50종 이상의 천연 소재를 발효·추출해 만든다. 피부 표면을 덮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피부 내부의 미생물 환경(마이크로바이옴)까지 건강하게 조성하겠다는 포부다.

차세대 뷰티테크로 무장한 중국 시장 공략
라파로페의 중국 진출 전략은 화장품을 넘어선다. 이미 63건의 글로벌 인증(중국 NMPA 8건 포함)을 완료한 데 이어, 2025년 말 출시를 목표로 한 '루미루프(LUMILOOP)'라는 홈 뷰티 디바이스를 준비 중이다. 이 제품은 슬라이딩이 가능한 폴더블 마스크 형태로, 얼굴과 두피, 목까지 부위별로 맞춤형 LED 광원(415nm~830nm) 케어를 제공한다. 여기에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사용자의 피부 상태를 분석, 최적의 화장품과 관리법을 추천하는 시스템을 갖춘다.
황기철 대표는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뷰티 테크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곳"이라며 "단순한 천연 화장품 수출을 넘어, 우리의 '천연 소재 R&D'와 '맞춤형 홈 케어 솔루션'을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웨이하이시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현지 파트너와 협력해 제품의 현지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화학 대신 자연에서 답을 찾는 라파로페의 도전
라파로페의 이야기는 한국 중소기업의 저력을 보여준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오랜 기간 한 분야에 집중해 쌓은 깊은 노하우가 결국 독창적인 기술과 사업 모델로开花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은 단순한 매출 시장이 아니라, 그들의 '피부 생태계 복원'이라는 철학을 검증하고 확장할 수 있는 최고의 테스트 베드이자 플랫폼이 될 수 있다.
2026년 웨이하이시에서 열릴 1:1 현지 상담회는 이 같은 구상이 실현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라파로페가 가진 천연 발효 기술과 피부 과학에 대한 통찰, 그리고 미래지향적인 뷰티테크 비전이 중국 현지의 니즈와 어떻게 결합될지, 그 시너지를 기대해본다. 농약으로 망가진 토양을 되살리던 그들의 손이 이제는 화학물질에 지친 중국 소비자의 피부 생태계를 건강하게 복원하는 데 쓰여질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해 본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