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내 24세 청년들에게 연 100만 원을 지급하던 '청년기본소득' 예산 614억 원이 내년도 본예산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표면적인 이유는 '재정 효율성'과 '오남용 방지'지만, 그 이면에는 전임 도지사의 흔적을 없애려는 '이재명 지우기'가 작동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정치권의 주도권 다툼 속에서 애꿎은 청년들의 '사다리'가 걷어차일 위기에 처했다. 왜 이 예산 삭감이 부당하며, 반드시 복원되어야 하는지 두 가지 핵심 쟁점을 통해 분석했다.
1. 효율성 포장 뒤에 숨은 '정치적 표적' 논란
이번 예산 삭감을 두고 도의회 안팎에서는 단순한 재정 조정이 아닌, 다분히 정치적인 결정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청년기본소득은 2019년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도입한 정책으로,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기본소득' 시리즈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 명백한 '이재명 흔적 지우기': 국민의힘을 주축으로 한 삭감 주도 측은 "청년들이 지원금을 유흥비로 쓴다"는 확인되지 않은 일부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만족도가 높고 정착 단계에 이른 정책을 대안도 없이 폐기하려는 것은, 전임 지사의 색채를 지우기 위한 '표적 삭감'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 행정의 연속성 파괴: 도지사가 바뀌고 당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수년간 지속된 정책을 하루아침에 뒤집는 것은 행정 신뢰를 무너뜨리는 구태다. 좋은 정책은 계승하고 보완하는 것이 '협치'임에도, 정치적 셈법에 따라 청년 복지를 볼모로 잡는 행태는 도민의 뜻을 배반하는 것이다.

< 2020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본소득은 새로운 시대의 대안이자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 "청년에게는 '생존', 지역에는 '활력'"... 반드시 지켜야 할 이유
정치적 논란을 떠나, 청년기본소득은 그 자체로 청년들과 지역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 청년의 '사회적 안전망'이자 '기회비용': 취업난과 고물가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분기별 25만 원은 단순한 용돈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취업 면접을 보러 갈 교통비이고, 자격증 시험을 위한 교재비이며, 하루 끼니를 해결할 식비다. 이 예산 삭감은 사회로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에게서 최소한의 '비빌 언덕'을 빼앗는 것과 다름없다.
- 지역 경제 살리는 '마중물' 효과: 이 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현금이 아닌 '지역화폐'로 지급된다는 점이다. 지급된 600억 원대의 예산은 대형마트나 백화점이 아닌, 도내 골목상권과 소상공인에게 고스란히 흘러 들어간다.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청년뿐만 아니라, 경기 침체로 고통받는 지역 자영업자들의 매출까지 증발시키는 '자충수'다.
-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 일부 청년이 편법으로 주류를 구매한다는 지적이 있다면, 시스템을 보완해 사용처 제한을 강화하면 될 일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식으로 정책 자체를 없애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자 삭감을 위한 억지 명분일 뿐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법무법인 대율의 백주선 변호사는 법적 안정성과 행정의 신뢰 보호 측면에서 깊은 우려를 표했다.
"지자체의 복지 정책은 단순한 시혜가 아니라 시민과의 공적 약속입니다. 특히 조례에 근거해 수년간 시행되어 온 정책을 정치적 상황 변화를 이유로 유예 기간이나 합당한 대안 없이 일거에 폐기하는 것은, 행정법상 '신뢰보호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할 소지가 있습니다. 청년들이 행정을 믿고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정책의 일관성과 법적 안정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예결위, '정치' 아닌 '사람'을 봐야 한다
이제 공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로 넘어갔다. 이번 사태의 본질이 '예산 절감'이 아닌 '정치 보복'이라는 의구심을 해소하고, 행정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예결위는 상임위의 결정을 바로잡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