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먼저 움직였다, ‘지역기후백서’가 꺼낸 49개의 생활정책 지도

녹색전환연구소, 지역 실행 사례로 엮은 지역기후백서 발간…민선 9기 공약 설계에 활용 가능

계획은 쌓였는데 예산과 우선순위는 멈췄다…현장 경험이 정책을 끌어올린 흐름 포착

에너지전환, 이동권, 기후돌봄, 녹색일자리까지…지역 맞춤형 기후정책 카탈로그 공개

▲백서 표지 이미지. 사진=녹색전환연구소

녹색전환연구소가 2025년 12월 11일 ‘지역기후백서’를 발간했다. 백서는 전국에서 실제로 실행된 지역 기후정책 49개를 추려 7대 분야로 재구성하고, 민선 9기 지방선거 국면에서 활용 가능한 정책 카탈로그 형태로 정리했다.

 

지역 기후정책이 최근 수년간 뚜렷한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졌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다른 흐름이 쌓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기요금 부담을 낮추거나 이동 여건을 개선하고, 폭염과 취약계층 문제에 대응하는 돌봄 체계를 넓히는 등 ‘생활 기반’ 정책이 지역 곳곳에서 확산 중이라는 내용이다.

 

녹색전환연구소는 2025년 12월 11일 ‘지역기후백서: 기후위기 너머, 지역에서 찾은 녹색전환의 해법’을 발간했다. 연구소는 “정책의 무게중심이 중앙의 선언이 아니라 지역의 실행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문제의식 아래,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국내 사례를 한데 모아 ‘한국형 지역 기후정책 지도’로 정리했다고 밝혔다.

 

백서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적응의 핵심 과제가 에너지, 교통, 건물, 복지, 재난 대응 등 지역 행정의 실제 운영 영역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백서에서 말하는 ‘지역’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구분이 아니라, 정책이 적용되고 주민의 생활이 변하는 실행 단위를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제1차 탄소중립기본계획과 관련해선 “문서상 목표는 존재하지만, 정책 우선순위 조정과 예산 재배치로 이어진 경우는 제한적”이라고 짚었다. 다수의 계획에서 기후 목표와 기존 개발·관광·산업 전략이 병존하는 ‘이중 구조’가 확인됐고, 실행 단계로 넘어가는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담겼다.

 

다만 문서가 멈춰 있는 사이, 지역 현장은 움직였는데, 연구소는 지역 기후정책이 ‘지시를 받아 수행하는 방식’에서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이 정책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바뀌는 중이라고 진단하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백서에는 전국에서 확인된 49개 정책을 선별해 담았다고 설명했다.

 

선정 기준은 세 가지로, 첫째, '실제로 시행됐는지 여부', 둘째, '지역 주민의 삶에 영향을 미쳤는지', 셋째, '다른 지역으로 확산 가능한 구조인지'다. 연구소는 효과가 확인되지 않은 사업은 제외했다고 전하면서 비교 가능한 해외 정책과 도시 모델도 함께 제시해, 적용 가능성을 점검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백서에 실린 49개 사례는 에너지전환, 주거권, 기후돌봄, 이동권, 녹색일자리, 농업·먹거리·생태, 자원순환 및 커뮤니티 등 7개 분야로 재분류됐으며, 연구소는 “감축과 적응을 분리하지 않고, 주민의 생활 조건을 바꾸는 정책을 중심으로 묶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전환 분야에서는 경기도 여주시 구양리의 ‘햇빛두레발전 협동조합’이 대표 사례로 제시됐다. 주민 70여 가구가 태양광 발전소 6곳을 공동 소유·운영하고, 수익을 마을기금으로 적립해 경로당 난방비와 공동 돌봄 사업 등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백서는 이를 두고 “에너지 수익이 지역 복지와 공동체 운영으로 환류되는 구조”라고 정리했다.

 

기후교육과 감축 실천 모델도 포함됐는데, 그 사례로 서울 노원구는 서울시와 교육청과 함께 초·중학교 10곳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진단과 실천 사업을 추진했다. 교사, 학생, 학부모가 참여하는 실천형 기후교육 모델을 운영한 결과, 4,764명의 학생 참여 속에 평균 9.7% 배출 감축과 전력수요 최대 13.2% 절감 효과를 제시했고, 연구소는 해당 모델을 “학교라는 생활 공간에서 탄소 감축을 학습과 실천으로 연결한 사례”로 평가했다.

 

지역경제와 연결된 정책으로는 전북 완주군 사례가 담겼다. 완주군은 로컬푸드 기반의 지역 순환경제를 구축해 12개 직매장과 1,600여 농가가 참여하는 모델로 확대했으며, 10년간 5,133억 원 매출과 3,000개 일자리 창출, 참여 농가의 안정 소득 확보 등 수치가 함께 정리되는 등 백서는 이러한 정책의 지속성과 주민 협력이 지역소멸 대응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정책 실행을 ‘공약으로 바로 옮길 수 있게’ 정리한 방식도 특징인데, 백서는 각 사례마다 정책 목적과 대상, 예산, 조례 근거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연구소는 이를 통해 “민선 9기 광역·기초 단체장 후보가 지역 여건에 맞는 기후 공약을 선택해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 전망과 지방정부의 책임도 함께 강조했다. 연구소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이 1.5도 선을 넘어설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2026년 6월 지방선거 이후 출범하는 민선 9기 지방정부가 기후 대응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또한 재생에너지 확대와 분산형 에너지 체계 전환이 도시계획과 산업 구조, 예산 배분 방식의 변화를 요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이지선 녹색전환연구소 지역전환팀장은 “백서에 담긴 사례들은 기후위기가 곧 지역의 삶과 경제를 바꾸는 문제임을 보여준다”며 “지역정부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주민의 생활비와 돌봄, 지역경제가 모두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제는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더 빨리, 더 정밀하게 이행할 것인가’를 묻는 단계”라며, 지역기후백서가 지방 정치인들의 공약 설계와 당선 이후 실행 계획 수립에 활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지역기후백서는 녹색전환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연구소는 안내했다.

 

 

 

작성 2025.12.14 20:14 수정 2025.12.1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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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