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커피 바(Bar)에 들어서면 낯선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테이블에 앉아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대신, 사람들은 바(카운터)에 서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단숨에 마시고 곧바로 자리를 떠난다. 이탈리아인들에게 커피는 ‘머무는 시간’이 아니라 ‘리듬’에 가깝다.

첫 번째 이유는 가격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서서 마시는 에스프레소가 가장 저렴하다. 같은 커피라도 테이블에 앉으면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오르기도 한다. 커피는 일상의 연료이지, 특별한 사치가 아니라는 인식이 강하다.
두 번째는 문화적 인식이다. 에스프레소는 대화나 휴식을 위한 음료가 아니라, 하루를 깨우는 ‘짧은 의식’이다. 출근 전, 회의 전, 점심 식사 후—필요한 순간에 빠르게 마신다. 오래 머무는 것은 오히려 어색하다.
세 번째는 공간 효율이다. 이탈리아의 전통 커피 바는 크지 않다. 서서 마시는 문화 덕분에 회전율이 높고, 도시는 빠르게 움직인다. 커피 한 잔에 하루의 흐름이 지체되지 않는다.
흥미로운 점은, 이 문화가 속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서서 마시지만, 인사는 짧고 진하다. 바리스타와 눈을 마주치고, “부온조르노” 한마디를 건네며 하루를 시작한다. 짧지만 관계는 살아 있다.
이탈리아에서 커피를 서서 마신다는 것은, 시간을 아끼는 방식이 아니라 삶의 리듬을 지키는 방식이다. 빠르지만 가볍지 않고, 짧지만 무례하지 않다. 커피 한 잔에 그들의 일상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