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 없는 족보’ 속에 담긴 하나님의 숨결
창세기 11장 10절부터 30절까지는 셈의 후손, 즉 아브라함으로 이어지는 족보를 기록하고 있다.
대부분의 독자에게 이 부분은 쉽게 지나치는 성경의 ‘이름 나열’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족보는 단순한 역사적 기록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속사 속에서 신앙의 계보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보여주는 거룩한 지문이다.
사람의 눈에는 잊힌 이름들이지만, 하나님은 그들 각 사람의 믿음과 삶을 통해 약속의 길을 이어가셨다.
이 족보는 “하나님은 이름보다 믿음을 기억하신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남긴다.
바벨탑 사건 이후 인류는 흩어졌다. 하나님께 도전한 인간의 계획은 무너졌고, 세상은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바로 그 직후, 하나님은 셈의 자손을 통해 ‘새로운 약속의 계보’를 이어가신다.
이것은 단절된 역사 속에서도 하나님의 구속의 계획은 멈추지 않는다는 증거다.
하나님은 사람의 교만이 무너진 그 자리에서 새로운 구속의 실타래를 다시 잇고 계셨다.
이 족보는 하나님의 끈질긴 약속의 신실함을 보여주는 역사적 증언이다.
에벨, 벨렉, 르우, 스룩, 나홀, 데라…
이름만 나열된 듯 보이지만, 이 사람들은 단순한 조상이 아니다.
이들은 ‘믿음의 세대’로서 하나님의 언약이 세대를 거쳐 지속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이 “위대한 인물”이 되기보다 “하나님의 약속을 다음 세대에 전한 사람”으로 남았다.
신앙의 계승은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믿음을 전하는 조용한 순종의 연속이다.
셈의 후손들은 긴 세월 동안 침묵 속에서 살아갔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긴 세월을 통해 한 사람, 아브람(아브라함) 을 준비하셨다.
하나님은 역사 속에서 보이지 않게, 그러나 분명하게 자신의 뜻을 이루고 계셨다.
창세기 11장의 족보는 그 사실을 증언한다.
하나님은 인간의 무너짐보다 더 깊은 계획을 갖고 계셨고, 그분의 약속은 세월과 사람의 불완전함을 넘어 계속 이어졌다.
창세기 11장의 족보를 묵상할 때, 우리는 ‘기억받는 이름’이 아니라 ‘믿음을 남긴 이름’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하나님은 위대한 업적보다 ‘약속을 붙잡은 사람’을 통해 일하신다.
이 족보는 결국 아브라함으로 이어지고, 아브라함은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 속에 자리한다.
그 믿음의 시작점이 바로 셈의 자손들, 이름조차 낯선 이들의 순종이었다.
오늘 우리 역시 이름이 아니라 믿음을 전수하는 세대가 되어야 한다.
잊힌 이름들 속에서도 흐르는 하나님의 약속은, 지금 우리의 삶 속에서도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