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실에서 터진 축구공 사건, 그 안에 숨은 마음의 폭발
— 동화로 읽는 인간 심리의 미스터리
한 번의 축구공이 교실을 뒤흔들었다. 유순희 작가의 장편동화 《축구공을 누가 찼을까》(별숲, 2025)는 ‘어린이 성장소설’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사실은 인간 내면의 진실을 다룬 심리 추리극에 가깝다.
책의 시작은 단순하다. 다섯 명의 아이가 교실에서 축구를 하다, 누군가의 축구공이 모니터를 깨뜨린다. “누가 찼을까?”라는 질문이 사건의 시작점이지만, 이 동화가 진짜로 묻는 것은 “왜 찼을까”이다.
실수였을까, 혹은 의도였을까. 작가는 이 단순한 질문을 통해 아이들의 내면 깊은 분노와 상처, 인정받고 싶은 욕망을 하나씩 꺼내놓는다.
이야기 속 다섯 아이는 각각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태웅이는 뛰어난 축구 실력을 가졌지만 경제적 형편이 꿈을 가로막는다. 우진이는 부모의 과도한 기대 속에서 스스로를 잃어가며, 도연이는 가정의 불화 속에서도 친구를 따뜻하게 챙긴다.
이 아이들이 교실에서 축구를 하는 장면은 단순한 ‘규칙 위반’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억눌린 감정을 해방시키는 몸짓이며, 자유를 향한 본능적인 외침이다.
축구공은 곧 ‘감정의 매개체’로 변한다. 결국, 모니터를 깨뜨린 것은 발이 아니라, 아이들의 쌓인 감정이 터져 나온 결과였다.
작가는 이 사건을 통해 아이들이 겪는 사회적 압박과 심리적 고립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 작품은 추리 형식을 빌려 아이들의 마음을 탐구하는 심리극으로 진화한다.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각 인물의 숨겨진 상처와 진심이 하나씩 드러난다.
누군가는 친구의 질투를 감추고, 누군가는 부모의 기대에 짓눌리며, 또 다른 누군가는 책임감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다.
이 모든 감정의 교차점에서 ‘축구공’은 마치 거울처럼 아이들의 마음을 비춘다.
어른 독자에게 이 장면은 단순히 교실의 풍경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축소판으로 읽힌다.
성과와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이 ‘실패의 허락’을 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축구공은 자유와 저항, 그리고 정체성의 상징으로 자리 잡는다.
《축구공을 누가 찼을까》는 아이들의 세계를 다루지만, 사실상 어른에게 던지는 질문의 책이다.
작가는 ‘아이의 잘못’을 심판하기보다, ‘그 잘못을 만든 구조’를 조용히 비춘다.
“누가 찼는가”를 밝히는 과정은 곧 “누가 아이를 이렇게 만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부모의 기대, 학교의 규율, 사회의 기준이 아이들의 진심을 짓누르는 현실.
그 속에서 한 번의 축구공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억눌린 감정의 폭발로 읽힌다.
동화 속 어른들은 사건이 벌어진 후에야 비로소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화해와 이해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진정한 성장은 어른의 몫임을 일깨운다.
유순희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성장’이란 단어의 진짜 의미를 다시 묻는다.
성장은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타인을 포용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책을 덮고 나면 독자는 ‘누가 찼는가’보다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이 질문은 지금의 학교, 가정, 사회에 그대로 이어진다.
《축구공을 누가 찼을까》는 아이들의 이야기이지만,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