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권 교체라는 명분 뒤에 숨겨진 에너지 패권과 글로벌 지정학의 거대한 소용돌이
테헤란의 거리에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어오지만, 그곳을 가득 메운 이들의 함성은 뜨겁다. 몇 주째 이어지는 시위의 불꽃은 이제 단순한 내부의 불만을 넘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날 선 발언이 매일 뉴스를 장식하고, 서방의 시선은 테헤란의 권력 심장부를 정조준한다.
그러나, 우리가 뉴스 화면을 통해 보는 이 풍경은 거대한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수면 아래에서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에너지 패권, 그리고 강대국들의 비정한 지정학적 체스 게임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펼쳐지고 있다. 과연 이 거대한 압박의 끝에는 이란 국민의 해방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정교한 이익 계산서가 놓여 있는 것일까.
'정권 교체'라는 가면: 압박의 진짜 엔진은 무엇인가
미국이 이란을 향해 쏟아내는 강경한 수사학의 이면에는 단일한 목표가 아닌, 매우 치밀하고 다층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아신대학교 중동연구원 김종일 교수는 이를 세 가지 핵심 축으로 분석한다.
첫째는 단연 '검은 황금', 즉 에너지다. 이란이 보유한 막대한 석유와 가스 자원은 세계 에너지 시장의 질서를 단번에 뒤흔들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진다. 미국에게 이란은 통제해야만 하는 거대한 에너지 저장고인 셈이다. 둘째는 핵이다. 이란의 핵 개발 능력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잠들 수 없는 공포를 준다. 마지막으로, 중동의 유일한 민주주의 우방이라 자처하는 이스라엘의 안보다. 이란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이스라엘의 입지는 좁아지며, 이는 곧 미국의 중동 외교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된다.
이처럼,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가 이란의 정권을 자국의 입맛에 맞게 개조하여 지역적, 나아가 세계적 정책의 주도권을 쥐는 데 있다고 보이며, 결국,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고귀한 가치는, 때로 패권 유지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우크라이나에서 테헤란까지: 8,000km를 잇는 글로벌 체스판
트럼프의 시선은 테헤란에 머무는 듯하지만, 사실 그 너머의 모스크바를 바라보고 있다. 현재의 이란 위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거대한 퍼즐의 한 조각이다. 미국은 이란을 강력하게 압박함으로써 러시아의 가장 든든한 중동 파트너를 무력화하려 한다.
이란이 흔들리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선에 집중해야 할 전략적 자원과 주의력을 중동으로 분산시킬 수밖에 없다. 이는 '성동격서'의 현대판 지정학적 변용이다. 한쪽에서는 포성이 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시위가 번지지만, 그 실을 조종하는 손길은 전 지구적 패권이라는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움직인다. 이란은 지금 거대한 강대국들이 벌이는 '그레이트 게임'의 가장 뜨거운 전쟁터가 되어버렸다.
호르무즈의 비명: 작은 불씨가 초래할 전 지구적 재앙
만약, 이란이라는 거대한 기둥이 무너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김 교수에 따르면, 이는 단순히 한 정권의 몰락으로 끝나지 않고, 이 지역의 작은 충돌이 걷잡을 수 없는 세계 대전으로 번질 가능성을 경고한다. 아울러, 세계 에너지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의 마비를 우려하고 있다. 이곳이 막히는 순간, 전 세계 경제는 심장 마비에 걸린 듯 멈춰 설 것이다.
또한, 김 교수는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란의 불안정은 대규모 난민 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예견한다. 집을 잃고 떠도는 수백만 영혼들의 눈물은 주변국 전체를 심각한 사회적, 경제적 위기로 몰아넣을 것이다. 우리가 이란의 시위를 단순히 남의 나라 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그곳의 평화가 곧, 우리 집 식탁의 물가와 우리 아이들의 안전한 미래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온기가 사라진 자리의 거대한 질문
우리는 지금 테헤란의 거리에서 터져 나오는 갈망을 본다. 그러나, 그 갈망이 강대국들의 이기적인 욕망에 이용당하는 서글픈 현실 또한 목격한다. 이란의 위기는 한 국가의 정체성 문제를 넘어, 21세기 새로운 세계 질서가 누구의 손에 의해, 어떤 피를 흘리며 재편될 것인가를 묻는 중대한 변곡점이다.
우리는 차가운 지정학적 분석 뒤에 숨겨진 평범한 이란 사람들의 삶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거창한 에너지 패권도, 누군가의 체스판 위의 말도 아니다. 그저 내일 아침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평화롭게 빵을 나누는 소박한 일상일 뿐이다. 강대국들의 비정한 게임 속에서 그 소박한 꿈이 부서지지 않기를, 한 사람의 기자로서 진심을 담아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