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울 아래의 진짜 얼굴
우리는 매일 거울을 본다. 거울 속의 나는 가지런히 정돈된 머리카락과 사회적 가면(Persona)을 쓴 채 우리를 응시한다. 하지만 그 매끈한 유리 표면 아래, 우리가 차마 들여다보지 못한 거대한 심연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심리학자 칼 융은 우리가 의식하는 자아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그 아래에는 광대하고 어두운 무의식의 바다가 출렁이고 있다고 말했다.
히브리어 알파벳의 열세 번째 글자인 '멤(מ)'은 바로 이 '물의 심연'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멤은 문자 그대로 '물(מַיִם, Mayim)'을 의미하며, 생명을 잉태하는 어머니의 자궁이자 모든 것이 해체되고 정화되는 바다를 상징한다. 겉으로 드러난 당신의 모습이 전부라고 믿는가? 그렇다면 오늘, 멤의 깊은 물속으로 잠수해 볼 시간이다. 그 차갑고도 고요한 심연 속에는 당신이 잊고 지냈던, 혹은 두려워 외면했던 '진짜 당신'이 숨을 쉬고 있다.
잉태와 정화, 그리고 숫자 40의 신비
'멤(מ)'은 고대 상형문자에서 요동치는 '물결'의 모양에서 유래했다. 히브리 전통에서 물은 양면성을 지닌다. 모든 생명을 자라나게 하는 은총의 젖줄인 동시에, 모든 것을 휩쓸어버리는 심판과 혼돈의 상징이기도 하다.
멤은 두 가지 형태를 가진다. 단어의 시작과 중간에 쓰이는 '열린 멤(מ)'은 생명이 흘러나오는 통로를, 단어의 끝에 쓰이는 '닫힌 멤(ם)'은 신비가 간직된 자궁이나 무덤, 혹은 완성된 지혜를 의미한다.
숫자 '40'은 멤의 핵심적인 코드다. 노아의 홍수는 40일 동안 내렸고, 모세는 시내산에서 40일을 머물렀으며, 이스라엘은 40년 동안 광야를 헤맸다. 이 40이라는 숫자는 단순히 긴 시간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한 존재가 완전히 죽고 새로운 존재로 재탄생하는 데 필요한 정화의 기간'을 의미한다. 멤의 물속에 잠긴다는 것은, 낡은 자아를 수장시키고(Baptism) 신선한 생명력을 입은 채 수면 위로 떠오르는 거룩한 통과의례다.

흐르는 물처럼 유연한 자아의 회복
멤이 가르쳐주는 '물의 영성'은 현대인들에게 시급한 성찰의 과제를 던져준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살펴보자면, 무의식은 두려운 공간이 아니라 보물창고다. 열린 멤(מ)을 통해 무의식의 억압된 감정들을 의식의 표면으로 흘려보낼 때, 우리는 비로소 분열된 자아를 통합하고 치유할 수 있다.
인문학적 관점에서는 노자(老子)가 상선약수(上善若水)를 말했듯,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는다. 멤은 우리에게 '유연함'의 미학을 가르친다. 딱딱하게 굳은 고집과 편견(자기만의 벽)을 허물고, 어떤 그릇에든 담길 수 있는 물의 성질을 닮을 때 인간은 비로소 성숙해진다.
아울러 언어학적 관점에서 히브리어로 '어머니'를 뜻하는 '엠(אֵם, Em)'과 '진리'를 뜻하는 '에메트(אֱמֶת, Emet)'에는 모두 멤(מ)이 들어있다. 진리란 어머니의 모태처럼 우리를 따뜻하게 감싸 안는 생명의 물줄기임을 암시한다.
고인 물은 썩고, 흐르는 물은 노래한다
우리는 안정을 추구한다는 명목 아래 삶을 정체시킨다. 익숙한 환경, 익숙한 생각, 익숙한 관계의 틀 안에 자신을 가두고 그곳이 안전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물의 본성은 '흐름'에 있다. 고여 있는 물은 반드시 썩고 악취를 풍기듯, 변화를 거부하고 고여 있는 영혼은 생명력을 잃고 냉소와 허무에 빠지기 쉽다.
왜 우리는 멤의 심연을 들여다보기를 주저하는가? 그곳에 비친 자신의 추한 모습이나 상처를 마주하기 두려워서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볼 때, 상처를 씻어내려면 먼저 물에 몸을 담가야 한다. 40이라는 정화의 시간(멤)을 견디지 않고서는 결코 약속의 땅(새로운 삶)에 도달할 수 없다.
멤의 물결은 우리에게 '내려놓음'을 요구한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당신이 쥐고 있는 권위, 자존심, 성취의 결과물들을 멤의 강물에 던져버려라. 그것들이 씻겨 내려간 빈자리에 비로소 하늘의 구름과 별빛이 비치기 시작할 것이다. 당신의 무의식이라는 깊은 바다는 당신을 집어삼키려는 괴물이 아니라, 당신을 온전하게 빚어내는 생명의 심연(深淵)이다.
당신의 물줄기는 어디로 흐르고 있는가?
히브리어 열세 번째 글자 멤(מ)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메마른 사막을 걷고 있는가, 아니면 생명의 강가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가?"
진정한 자아 성찰은 수면 위의 파도(감정의 기복)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래 깊은 심연의 고요함에 닿는 것이다. 40이라는 숫자가 말하는 정화 기간을 두려워하지 마라. 당신을 흔드는 시련의 파도는 사실 당신 안에 고여 있는 오물을 씻어내려는 멤의 축복이다.
당신의 마음속 깊은 우물을 한 번 들여다보길 권한다. 그곳에 가라앉아 있는 진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흐르지 못하게 막고 있는 마음의 둑을 허물고, 당신의 생명이 타인의 마른 목을 축이는 시원한 샘물이 되게 하라. 멤의 바다에서 낡은 당신을 수장시키고, 매일 아침 태양과 함께 눈부시게 떠오르는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라. 당신은 이미 마르지 않는 영원한 생명의 근원에 연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