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과 대만은 중요한 무역 합의를 체결하며 양국 경제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1월 15일(현지시각) 발표된 이 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상호 관세율을 기존 20%에서 15%로 인하하고, 대만 기업과 정부가 미국 내에 총 5,000억 달러(약 736조 원) 규모의 직접 투자 및 신용 보증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는 대만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 시설을 완공한 후 해당 시설의 생산 능력 대비 1.5배에 해당하는 반도체 물량에 대해 관세를 면제받는 파격적인 혜택이 포함되었습니다.
이번 합의는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의 지형을 변화시킬 중대한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대만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대만에 준하는 수준으로 유리하게 이끌어야 하는 당면 과제를 안겨주었습니다.
미국 상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대만의 반도체 및 기술 기업들이 미국에서 첨단 반도체, 에너지, 인공지능(AI) 관련 생산 및 혁신 역량을 확충하기 위해 2,500억 달러 규모의 신규 직접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대만 정부는 별도로 2,500억 달러 규모의 신용 보증을 제공하여 자국 기업들의 추가 대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계획입니다.
이에 대한 상호 조치로 미국은 대만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20%에서 한국 및 일본과 동일한 15%로 조정합니다. 과거 한국은 3,500억 달러, 일본은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조건으로 각각 25%였던 상호 관세율을 15%로 낮춘 바 있습니다.
생산 연동형 쿼터제' 도입, 미국 중심 공급망 재편 가속화
특히 주목할 점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부과되는 반도체 품목 관세에 '생산 연동형 면제 쿼터'가 새롭게 도입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대만 기업이 미국에 반도체 생산 시설을 건설하는 기간 동안에는 생산 능력 대비 최대 2.5배까지 관세가 면제되며, 초과 물량에 대해서는 232조의 우대 관세율이 적용됩니다.
공장 완공 이후에는 해당 시설의 생산 능력 대비 1.5배에 달하는 물량까지 품목 관세 없이 미국으로 수출할 수 있습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웨이퍼 100만 개를 생산하는 공장을 짓는다면, 건설 기간 동안 웨이퍼 250만 개를 무관세로 들여올 수 있는 것"이라고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백악관 관계자는 "미 상무부가 발표한 25%의 반도체 관세는 '1단계' 조치였으며, 현재 각국 및 기업들과의 협상 경과에 따라 추가적인 발표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 산업통상부는 "한미 관세 협상에 관련 조항이 있어 대만과 유사한 수준의 조건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추가 협의가 필수적이며, 조속히 미국과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대만 기업에 대해 현지 생산 능력의 최대 2.5배에 달하는 무관세 혜택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간의 경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미국에서 생산하면 혜택을 제공하고, 그렇지 않으면 관세로 압박한다'는 미국의 정책 기조가 명확해짐에 따라, 단순히 생산 규모를 넘어 누가 더 빠르고 깊이 미국 산업 생태계에 정착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기업들의 경합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 상무부와 대만 정부가 합의한 무역·투자 프레임워크는 미국 내 신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대만 기업에게 건설 기간 동안 기존 생산 능력의 2.5배까지 반도체 제품을 관세 없이 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공장 완공 후에는 이 무관세 한도가 1.5배로 조정됩니다. 이는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유도함과 동시에 해외 생산 의존도를 관세로 통제하겠다는 산업 및 안보가 결합된 미국의 전략으로 분석됩니다.
이러한 정책은 미국이 관세를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국가 안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특히, 인공지능(AI) 확산에 필수적인 첨단 반도체를 미국 내에서 직접 생산 및 조달하려는 구상이 이번 정책 전반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도의 중심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가 있습니다. TSMC는 이미 미국 애리조나주에 여러 반도체 공장을 완공했거나 증설을 진행 중이며,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의 무역 협정에 따라 5개의 공장을 추가로 증설할 계획입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TSMC의 (미국 내 생산) 규모가 두 배가 될 것"이라며, "그들은 애리조나 공장 인근에 수백만 에이커의 토지를 추가로 매입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TSMC뿐만 아니라 반도체 생산과 관련된 "수백 개의 대만 기업들이 미국으로 오게 될 것"이라며, "대만 전체 반도체 공급망 및 생산량의 40%를 미국으로 이전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반도체 기업의 숙제…동등한 조건 확보와 현지화 전략 모색
TSMC의 이러한 행보는 한국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또한 미국에 공장을 건설 중이지만, 동일한 관세 조건이 적용될 경우 무관세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적인 현지 생산 확대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TSMC의 미국 내 생산 규모가 확대될수록 한국 기업들이 감당해야 할 관세 부담은 커지고, 이는 경쟁 환경 악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현재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총 370억 달러(약 54조 5,024억 원)를 투자하여 최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올해 하반기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공장에서는 지난해 테슬라, 애플 등 미국 기업에서 수주한 반도체 물량이 생산될 예정입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 7,000만 달러(약 5조 7,000억 원)를 투자하여 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습니다.

파운드리 경쟁 구도에서 삼성전자의 부담은 특히 가중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미국에서 대규모 팹을 확충하는 TSMC와 더불어,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인텔 역시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하고 있어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이 현지 생산 비중이 높은 기업을 가격 경쟁력을 근거로 선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는 기술 경쟁뿐만 아니라 '어디에서 생산하는가'라는 지리적 요인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미국이 서버 및 데이터센터 생산까지 자국으로 유치하려는 움직임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과거에는 한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여 중국이나 대만에서 조립한 뒤 전 세계로 수출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으나, 대만 서버 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 AI 서버 공장을 구축하면서 제조의 전 과정이 미국 내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경우 한국에서 미국으로 직접 수출되는 메모리 반도체에 관세 부담이 발생하고,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마이크론과 같은 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은 향후 진행될 한미 간 반도체 관세 협상 결과를 주시하며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할 방침입니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한미 공동 팩트시트에서 한국이 경쟁국인 대만보다 '최소한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적용받는다는 취지의 조항이 명기된 만큼, 업계에서는 최소한 대만과 합의된 내용과 동등하거나 그보다 유리한 수준의 관세 면제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핵심적인 쟁점 대부분이 향후 한미 간 후속 협상을 통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며, "현지 공장의 용도 변경 여부나 추가 대미 투자 단행 등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관계자 또한 "현재로서는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면서, "정부와의 긴밀한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요구된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