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를 지탱하는 마지막 기둥, ‘타브(ת)’가 증명하는 변치 않는 가치

진리의 삼중주... 처음과 중간, 그리고 끝을 잇는 책임의 무게

고대 상형문자의 십자가, 자기 부정의 끝에서 만나는 영원한 약속

죽음과 진리 사이... 근원을 잃지 않는 마무리의 미학

 

마무리가 품은 위대한 힘

 

시작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지만, 마무리하는 것은 성품이 필요하다. 모든 위대한 예술 작품은 마지막 터치 한 번으로 완성되며, 인간의 삶 역시 그가 남긴 최후의 자취로 평가받는다. 히브리어 알파벳 여정의 대미를 장식하는 스물두 번째 글자 ‘타브(ת)’는 바로 이 ‘완성’과 ‘인장(Seal)’의 신비를 담고 있다.

 

타브는 알파벳의 마지막 문(Gate)이다. 이것은 단순히 숫자의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지나온 모든 글자의 의미를 하나로 묶어 확증하는 최종적인 서명과도 같다. 타브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시작한 일을 끝까지 책임지고 있는가? 당신의 삶은 어떤 흔적을 남기고 마침표를 찍고 있는가?"

 

AI 이미지 (제공: 미디어 울림)

 

 

진리를 완성하는 최종 확인의 글자

 

히브리어에서 타브의 가장 중요한 인문학적 위치는 ‘진리(אֱמֶת, Emet)’라는 단어에서 발견된다. 히브리어로 진리를 뜻하는 ‘에메트’는 첫 글자인 알레프(א), 중간 글자인 멤(ㅁ), 그리고 마지막 글자인 타브(ת)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진리란 시작(처음)부터 중간을 거쳐 끝까지 일관되게 흐르는 성질을 지녀야 함을 의미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언어적 경고가 숨어 있다. 진리를 뜻하는 에메트(אמת)에서 시작을 상징하는 첫 글자 알레프(א)를 제거해 보라. 남는 글자는 ‘메트(מֵת, Met)’, 즉 생명력을 잃고 ‘죽어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단어가 된다. 이는 근원(시작)을 상징하는 정신이 빠진 마무리가 진리가 아닌 허무한 죽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함축한다. 타브는 진리의 마지막 기둥으로서, 시작된 가치가 끝까지 변질되지 않고 도달했음을 증명하는 ‘최종 확인’의 글자다.

 

 

이마에 새겨진 표식과 영원한 약속

 

타브의 고대 상형문자는 ‘교차된 막대기’ 혹은 ‘표식(Mark/Sign)’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이는 오늘날의 십자가(+) 혹은 ‘X’자 모양과 흡사하다. 고대인들은 소유권을 표시하거나 중요한 약속을 확증할 때 이 타브의 형상을 인장처럼 사용했다.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구약 성경 에스겔서에는 타락한 도시에서 구별된 의인들의 이마에 ‘표(타브)’를 그리라는 대목이 나온다. 여기서 타브는 심판의 폭풍 속에서도 변치 않는 가치를 지킨 자들을 보호하는 구원의 인장이었다.

 

구조적 관점에서 타브는 히브리어 알파벳 중 가장 낮은 숫자 단위의 끝인 400을 의미한다. 이는 세상의 동서남북(4)이 완전히 채워진 물리적 한계치를 상징하며, 인간이 이 땅에서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완성된 책임을 뜻한다.

 

 

 

 

끝은 새로운 시작의 알레프다

 

세상은 ‘끝’을 소멸이나 상실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타브의 철학 안에서 끝은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매듭이다. 줄기세포가 성장을 멈추고 하나의 조직으로 완성될 때 비로소 생명체가 기능을 하듯, 우리의 사유와 행동도 타브라는 마침표를 찍을 때 비로소 역사가 된다.

 

타브가 없는 알레프는 공상에 불과하며 알레프가 없는 타브는 공허한 껍데기다. 진정한 성숙은 자신이 내뱉은 말(알레프)을 현실의 삶(타브)으로 증명해내는 과정에서 완성된다. 타브는 그 과정의 고통과 무게를 상징한다. 십자가 모양의 고대 형상이 암시하듯, 무언가를 완성한다는 것은 자신의 욕망을 죽이고 가치를 위해 헌신하는 ‘자기 부정’의 과정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고통의 끝에서 만나는 타브는 결코 파괴가 아니다. 그것은 "다 이루었다"는 선언과 함께 주어지는 영원한 신뢰의 인장이다.

 

 

당신의 삶에 찍힐 마지막 인장은 무엇인가?

 

우리는 알레프(א)에서 시작해 타브(ת)에 이르는 23글자의 긴 여정을 함께 해왔다. 베트(집)를 짓고, 기멜(낙타)을 타고 광야를 지나며, 레쉬(머리)의 리더십과 쉰(불꽃)의 정화를 거쳐 마침내 이 마지막 언약의 기둥 앞에 섰다.

 

마무리는 단순히 멈추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믿어온 가치가 옳았음을 온몸으로 입증하는 성스러운 행위다. 타브는 우리에게 위로와 동시에 엄중한 책임을 부여한다. "당신이 걸어온 모든 발자국은 헛되지 않았다. 이제 그 발자국들을 모아 진리의 인장을 찍으라."

 

23개의 글자를 관통하며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인간다움’의 회복이다. 타브는 알파벳의 끝이지만 히브리어 성경의 첫 단어 ‘베레쉬트(בְּרֵאשִׁית, 태초에)’의 마지막 글자이기도 하다. 시작 속에 이미 끝이 있고, 끝 속에 이미 새로운 시작이 잉태되어 있다. 우리의 여정은 끝나지만, 당신의 삶이라는 텍스트는 이제 막 타브의 인장을 찍고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

 

당신이 하는 일의 끝을 소홀히 하지 말라. 작은 약속 하나를 끝까지 지키는 것, 어질러진 자리를 깨끗이 정리하는 것, 마지막 순간까지 진실함을 잃지 않는 것. 그 사소한 마무리들이 모여 당신의 이마에 ‘진리의 인장’을 새길 것이다. 타브는 마침표가 아니다. 그것은 다음 차원의 알레프를 향해 던지는 가장 단단한 디딤돌이다.

 

 

 

작성 2026.01.22 14:23 수정 2026.01.2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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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