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평등노동연구소 ‘소소’가 1월 28일 ‘편리함의 대가, 누가 치르는가’ 이슈테이블을 열고 플랫폼 경제의 젠더 구조를 점검한다. 발제자들은 쿠팡의 성장 방식이 ‘돌봄 붕괴’와 노동 불평등 위에서 작동해 왔다고 분석한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은 ‘로켓배송’과 멤버십 중심 전략을 앞세워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성평등노동연구소 소소는 이런 성장이 단순한 기술 혁신이나 소비 트렌드 변화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고 보고, 1월 28일 이슈테이블 ‘편리함의 대가, 누가 치르는가? 쿠팡 사태로 본 플랫폼 경제의 젠더정치’를 개최한다.
연구소는 쿠팡의 성과를 ‘숫자’로만 바라볼 경우 사회가 감당하는 비용이 가려질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쿠팡의 성장 기반을 “돌봄이 붕괴된 한국 사회”와 “중장년 여성 노동자의 저임금 노동”이라는 구조적 조건과 연결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편리해서 쓴다’는 설명을 넘어, “왜 우리는 쿠팡 없이 일상을 유지하기 어려운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된다.
첫 번째 발제는 윤보라 전남대 사회학과 강사가 맡는다. 윤 강사는 ‘우리의 “wow”한 세계: 쿠팡 콘베이어 벨트 위에 놓인 재생산’이라는 제목으로, 한국 사회의 재생산 위기가 어떻게 플랫폼의 서비스 설계와 결합되는지 살피면서, 돌봄 공백, 시간 빈곤, 가구 내 돌봄 부담 같은 문제들이 데이터와 물류 체계로 흡수되며 ‘빠른 배송’과 멤버십 상품으로 재구성되고 수익화되는 과정을 분석한다.
두 번째 발제는 이소진 연세대 사회학과 강사가 진행한다. 이 강사는 쿠팡 프레시센터 참여관찰을 토대로 ‘즉시 고용체제와 생활 시간의 수탈, 그리고 젠더’를 다룬다. 발표는 배송 속도를 기준으로 조직된 물류 구조가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면서 노동자의 신체와 시간을 어떻게 재배치하는지에 초점을 맞췄고, 이를 ‘디지털 테일러주의’로 설명하며, 전산 시스템을 통해 노동력이 일 단위로 조정되고 작업 과정이 기록되는 방식이 노동자에게 상시적 자기 관리와 규율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발제 내용에서 특히 강조되는 지점은 노동의 집중 양상으로, 높은 강도의 신체 투입이 요구되지만 임금 수준은 최저임금에 가깝고, 그 부담이 중장년 여성에게 구조적으로 배분돼 왔다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러한 배치가 우발적 결과가 아니라 기획 단계에서부터 젠더가 작동한 결과라는 관점을 제시했다.
토론 세션은 언론, 소비자 운동, 노동조합 관점이 교차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남지원 경향신문 기자는 ‘필요할 때만 호출되는 워킹맘’의 현실을 다루고, 정다울 ‘주 7일 배송이 필요 없는 소비자모임’ 기수는 새벽배송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죄책감’과 소비자 딜레마를 말할 예정이며, 정하나 서비스연맹 정책국장은 온라인 유통 확산 속에서 파편화되는 여성 일자리의 위기를 짚으며 대안을 모색한다.
주최 측은 이번 논의가 특정 기업 비판에 그치지 않고, 플랫폼 경제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의 빈틈을 드러내는 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편리함이 유지되는 방식이 누군가의 희생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규범과 제도가 필요한지, 그리고 ‘정치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 묻겠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