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詩 세끼(이시향,박해경,박동환 3인, 창연출판사)

작가 소개

시집 서평

시인의 말


[신간 – 이시향,박해경,박동환 3인 디카시집 『삼詩 세끼』]

 

[작가 소개]

 

이시향 (본명:이승민)

시인, 아동문학인, 2016년 하동 이병주국제문학제 디카시공모전 수상

2017년 제1회 황순원 디카시공모전 수상.

문학동아리 <시의 향기> 운영, 스토리채널 <시의 향기> 운영.

제34회 울산예총 예술문학상 수상, 제15회 울산동요사랑 대상 수상.

제9회 울산아동문학상 수상.

시집 『사랑은 외롭지 않습니다』 『그를 닮은 그가 부르는 사모곡』

시화집 『마주 보기』, 동시집 『아삭아삭 책 읽기』

공저 『아이티로 간 내 운동화 』

E-mail: rustyangel-one@hanmail.net

 

박해경

2014년 <아동문예> 동시부문 신인상을 수상하여 동시를 시작하게 되었다. 2017년 푸른 동시놀이터 앤솔러지 『아이티로 간 내 운동화』를 공저했으며, 동시집 『딱 걸렸어』를 펴냈다.2017년 울산문화예술육성지원 문학부문 사업에 선정되었다.

2016년 하동 이병주국제문학제 디카시공모전 수상.

2017년 하동 이병주국제문학제 디카시공모전 수상.

한국아동문학회, 한국동시문학회, 울산작가회의, 울산아동문학회, 시의 향기 회원이며 현재 보육교사 일을 하고 있다.

E-mail: naho680@hanmail.net

 

박동환

울산공단문학회, 시의 향기 회원, 서정문학 운영위원.

S-OIL (주) 동력부 재직중.

2017년 제1회 황순원 디카시공모전 수상.

한국대표 서정시선 5/7/8 공저.

E-mail: nam807@hanmail.net

 

 

[시집 서평]

 

고성은 디카시의 발원지로 가장활발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못지않게 울산도 이시향시인과 문학동아리 <시의 향기>회원들을 중심으로 자체적으로 디카시백일장과 디카시전시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그리고 울산지역에서 활발하게 디카시를 쓰는 이시향, 박동환, 박해경 세 사람의 시인이 『삼詩 세끼』라는 공동 디카시집을 발간하게 되었다. 이시향 시인은 하동 이병주국제문학제 디카시공모전과 황순원 디카시공모전에 입상을 하였고, 박동환, 박해경 시인도 황순원 디카시공모전과 하동 이병주국제문학제 디카시공모전에 입상을 한 디카시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시인들이다.

 

디카시는 아직도 블루오션이라고 말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과 미래가 있다. 디카시가 아직은 시인들이 어쩌다 시를 쓰면서 디카시를 가끔 창작하고 있지만 머잖아 전업 디카시인이라는 타이틀을 다는 시인들도 있을 것이다. 또한 디카시만으로도 등단을 하는 디카시인이 등장할 것이다. 그만큼 디카시의 미래는 밝고 무궁무진한 것이다.

 

3인의 공동시집 『삼詩 세끼』는 디카시의 지역 활성화의 한 결과물로 그 의미가 크다 하겠다. 나날이 발전하는 디카시의 미래와 더불어 이 시집을 읽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 임창연 (시인, 문학평론가)

 

 

[시인의 말]

 

카메라의 매력에 흠뻑 빠져 지내던 2012년에 디카시라는 장르를 처음 접했다. 그때 첫 느낌은 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카메라로 순식간에 옮겨 간 것처럼 시도 읽고 쓰는 문학에서 보고 쓰는 문학으로 긴 문장에서 짧고 강한 문장으로 옮겨 갈 것으로 생각했다.

 

시의 배경으로 사용하기 위해사진을 찍었던 나는 시와 사진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디카시의 매력에 빠져서 운영하고 있던 문학 동아리“시의 향기” 회원들과 디카시백일장과 전시회도 여러 번 할 수 있었다.

 

그사이 디카시 공모전에도 당선 되고 신문에도 여러 편 실리게 되었지만, 디카시를 생소하게 생각하고 아직은 낯설어 하는 분도 많아 이번 기회에 울산에서 활동하는 박동환, 박해경 시인과 함께 디카시집 『삼詩 세끼』를 엮어 내면서시와 사진이 함께 어우러진 디카시가 많은 분께 조금 더 가까이다가서길 소망한다.

2018년 7월 이시향 시인


순간을 포착하고 그로 말미암아 가슴 뛰게 하는 어휘들이 떠오른다면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순간이 지나면 변하게 될 사물에 영원불변의 생명을 넣어 주는 것이 디카시가 아닐까 한다.동시를 쓰고 있는 내게 디카시란 가끔 일상의 고요함을 벗어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솔직하고 담대하게 표현할 수 있어 좋다. 아직 많은 걸음을 하지 못한 나로서는 느껴보지 못한 디카시 매력을 느껴보기 위해 무던히 바쁘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세상 한 번쯤 가슴에 있는 또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보일 것이다. 그 느낌을 아끼지 말고 즉시 꺼내어 적는다면 바로 우리가 희망하는 디카시가 될 것이다. 디카시 속에 디카시를 사랑하는 내가 있다는 게 행복하다.

2018년 7월 박해경

 

디카시를 처음 접했을 때의 기억은 한 장의 사진에 짧은 문장이 주는 매력을 잊을 수가 없게 했다. 영화의 신스틸러처럼 사진이라는 주연보다 짧은 시구의 조연이 더 가슴을 열고 들어왔다.

물론 닭과 달걀 중 어느 것이 먼저냐는 논리를 앞세우려는 것이 아니라 사진과 시구의 대등적 하모니라고 봐야 옳을 것이다. 사진이 주는 시각적 이미지를 시구가 전달하는 감각적 이미지를 통한 새로운 문학적 소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바쁜 현대인들은 활자에서 얻어지는 긴 되새김의 느낌보다 빠른 시각적 소통을 지향한다. 이러한 밀레니엄을 지나는 세상은 새로운 문학적 장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 같다. 디카시가 여유 없는 현대인들에게 잠깐 스치는 일상의 영상을 시적 재구성을 통해 각박한 삶에 휴식과 감동이 함께 하기를 기대한다.

2018년 7월 박동환

 

[목차]

 

1부

 

비단잉어│박해경·10

금낭화│이시향·12

계절 38도 선을 넘다 │박동환·13

유기견│이시향·14

끝없는 날갯짓│박동환·15

모과나무 아가씨│이시향·16

동행│박동환·18

배부르다 꽃│박해경·20

연륙교│박동환·21

아침이슬 │이시향·22

사고 │이시향·24

업業│이시향·26

돌 하나 쑥 빼볼까│박해경·27

잘난 척│박동환·28

애벌레│박해경·29

두루미│이시향·30

여름날│박해경·31

산이 되고 싶어│박동환·32

알츠하이머│이시향·33

아픔 너머│박동환·34

 

2부

 

기와 불사│이시향·36

운수 좋은 날│박해경·38

빨래집게│박해경·39

별에 물어봐│박동환·40

인연│박동환·41

할미꽃│박해경·42

유골함 │이시향·43

노숙 방지턱│이시향·44

세상을 바라보는 눈│박동환·47

나와 할아버지│박해경·49

나비 날다│이시향·50

맨발로 가볍게│박해경·51

바람 집게│박동환·52

산호랑나비 애벌레│이시향·53

딴청│박동환·54

남편│박해경·56

전학생│박해경·57

비끄럼틀│이시향·58

삼시 세끼│박해경·60

고구마꽃│이시향·62

 

3부

 

도미의 한마디│박해경·64

만년필│이시향·66

청학│박해경·68

불씨│박동환·70

피다│이시향·72

초록 심장│이시향·73

이심전심│박동환·74

해바라기│박해경·75

봄새싹│박해경·76

도마뱀│이시향·77

오답│박동환·78

가을은│이시향·80

눈 속의 바다│이시향·81

공룡시장에 가면│박동환·82

계절을 건너는 비│이시향·83

적란운│박동환·84

희망퇴직│이시향·85

붉은 열정│박해경·86

아내│박해경·88

 

4부

 

눈물│박동환· 90

민들레│박해경· 92

행복 액자│박동환· 93

가을 입질│이시향· 94

구름 미사일│박동환· 95

넌 나의 빛│박동환· 96

버찌│박해경· 97

칡넝쿨아 생각해 봤니?│이시향· 98

부끄러움│박동환· 99

어느새│이시향·101

동맥경화│박동환·102

호박│박해경·103

와플│이시향·104

이별에 대한 선입견│박해경·105

스토커│박해경·107

가발│이시향·108

마음│박해경·109

겨울 흔적│이시향·110

 

■ 해설│지역에서 세계로 나아가는 디카시 / 임창연·111

■ 시인의 말 / 이시향·125

■ 시인의 말 / 박해경·126

■ 시인의 말 / 박동환·127

 

 

[시집 해설]

지역에서 세계로 나아가는 디카시

 

임창연 (시인, 문학평론가)  

1. 

고성은 디카시의 발원지로 가장 활발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못지않게 울산도 이시향 시인과 문학동아리 <시의 향기>회원들을 중심으로 자체적으로 디카시백일장과 디카시전시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그리고 울산지역에서 활발하게 디카시를 쓰는 이시향, 박동환, 박해경 세 사람의 시인이 『삼詩 세끼』라는 공동 디카시집을 발간하게 되었다. 이시향 시인은 하동 이병주국제문학제 디카시공모전과 황순원 디카시공모전에 입상을 하였고, 박동환, 박해경 시인도 황순원 디카시공모전과 하동 이병주국제문학제 디카시공모전에 입상을 한 디카시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시인들이다.

 

디카시 운동은 지역에서 시작하여 중앙으로 나아간 사례이다. 올해는 중국대학생 디카시공모전을 하였고, 미국으로도 디카시의 교류가 해외로 확장되고 있는 중이다. 현재 디카시는 2004년 경남 고성을 발원지로 시작하여 전국적인 문예운동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 문학용어로 등재되었고 교과서에도 디카시가 실리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동안 시는 대중들과의 거리가 멀어진데 반해 디카시는 대중과의 거리를 가까이 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인터넷 디카시마니아 카페를 통해 생활의 일부처럼 디카시가 매일 올라오고 있다.

 

이번에 발행하는 3인의 공동시집은 제목 『삼詩 세끼』처럼 매일 밥을 먹듯이 디카시를 쓴다는 의미로 다가오는 것이다. 일반 현대시는 문예지라는 지면이 주된 발표의 장이라면 디카시는 본인들의 SNS가 바로 발표의 지면이 된다. 대표적으로 카카오스토리나 페이스북이 그 대상이다. 휴대폰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바로 5행 이내의 시문장으로 완성된 디카시를 올려 바로 독자들과 소통을 하는 것이다.

 

디카시는 가장 현대적인 문학의 표현 방법이다. 그리고 사진이라는 직관적이고 시각적인 요소가 문자와 더불어 시너지효과를 더한다. 또한 사진은 디카시를 만드는데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된다. 디카시는 문자가 먼저가 아닌 사진을 먼저 찍고 문자로 완성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사진을 찍게되는 것은 사물을 봄으로 동시적으로 사물의 언어를 받아 적는 메신저의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할 수 있다.

 

디카시는 아직도 블루오션이라고 말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과 미래가 있다. 디카시가 아직은 시인들이 어쩌다 시를 쓰면서 디카시를 가끔 창작하고 있지만 머잖아 전업 디카시인이라는 타이틀을 다는 시인들도 있을 것이다. 또한 디카시만으로도 등단을 하는 디카시인이 등장할 것이다. 그만큼 디카시의 미래는 밝고 무궁무진한 것이다.

 

2.

이시향 시인은 울산지역을 중심으로 디카시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자신이 속한 동아리와 SNS를 통하여 매년 디카시백일장과 전시회를 한다. 개인적인 문학 활동도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고 있다. 최근에 동시집 『아삭아삭 책 읽기』와 이번 3인의 공동시집은 그 결과물인 것이다.

 

이시향의 디카시들은 단순한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을 넘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회의 문제점들로 확장을 넓혀간다.

 

좋아해서 키워 놓고마음이 변했다고 버리면복실했던 나의 털들도독기 품고 당신을 쏘는 풀쐐기가 될거예요

- 이시향 「유기견」 전문

 

풀쐐기에서 버려지는 유기견들을 말함으로 인간들 무책임한 변심을 지적한다. 자신이 선택한 사랑에 끝까지 책임을 지는 것이 현시대에 절실한 미덕이 될 것이다.

 

과속으로 달려온 인생길 위에편안한 요람을 바라지는 않지만,집 없는 서러움 잠시라도 잊게 해줄잠이라도 잘 수 있게 해 준다면

- 이시향 「노숙 방지턱」 전문

 

노숙자들이 사회 문제로 대두가 되고 일상생활에서도 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다보니 노숙 방지턱이 등장하게 되었다. 시인은 이런 행정이 너무 야박하게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공존이란 상대가 있기에 타협과 양보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행정을 하는 입장에서는 민원을 무시할 수가 없기에 노숙 방지턱을 설치하게 되는 것이다. 아파트에 장애인들이 들어오는 것을 주민들이 반대하거나 근처에 장례식장 같은 시설이 들어오는 것 때문에 집단 반대 집회가 열리기도 한다.

장애인 학교 설립 문제로 토론회장에서 장애인 학부모들이 눈물을 쏟으며 무릎을 꿇는 사건이 있었다. 이것을 보고 반대 측 주민들이 백 프로 쇼다. 쇼하지 마라라는 말을 했다. 합법적인 시설임에도 주민들의 반대로 장애인을 둔 부모들 가슴에 못을 박는 현실이 아프다.

 

일하다 손가락이잘려 나갔다고꿈이 사라지는 것 아니 듯나를 자른다고봄꽃 못 피우겠는가!

- 이시향 「피다」 전문

 

울산은 공업지역이라서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기계나 프레스 기계 등에서 절단사고가 많이 일어나 오래된 기능인들이 손가락이 온전치 못한 경우를 종종 본다. 시인은 기계공장 앞에서 윗부분이 잘려나갔지만 꽃을 피운 목련나무를 보고 손가락을 잃었을 누군가를 떠올렸다. 몸은 비록 장애를 가졌을지라도 봄이면 꽃을 피우는 목련나무처럼 희망을 잃지 말라고 말한다.

 

이렇듯 시인의 눈은 사물 너머의 숨은 의미를 발견해 내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이시향 시인은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물을 넓게 보는 동시에 정확한 포인트를 잡아내는 능력이 다른 사람보다 월등하다. 다음 작품을 읽어보자.

 

바다 속에 있을 때바다가 큰 그리움인 줄 몰랐다바다를 떠나왔을 때내 눈 속의 바다만큼 큰 그리움은 없었다

- 이시향 「눈 속의 바다」 전문

 

카메라의 렌즈를 가리켜 흔히 사람의 눈을 가장 많이 닮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떤 사물이든 사람의 눈을 통해 보여지는 사물이 카메라 렌즈를 통해 저장 장치에 담기는 것이다. 물고기는 눈을 통해 바다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시인은 물고기의 눈을 통해 바다를 읽고 있다. 어쩌면 디카시의 세계는 사진이라는 눈을 통해 독자와의 교감을 만드는데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여기에 문장이 더하여져서 온전히 완성되는 것이 디카시인 것이다. 이시향 시인이 보여주는 디카시는 사회의 아픈 부분을 위로하고 교감하는 동시에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디카시의 전도사로써 이시향 시인의 더 많은 활약을 기대한다.

 

3.

박해경 시인은 동시를 쓰는 작가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동시적인 문장으로 남녀노소 모든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아래 작품을 보자.

 

까만 전선 위에꼼짝 않는 하얀 애벌레떨어질까 바람도조심조심 지나가요

- 박해경 「애벌레」 전문

 

눈이 전선 위에 쌓였다가 남은 부분이 시인의 눈에는 애벌레로 보였던 것이다. 사진이 없었다면 그냥 애벌레가 한 마리 붙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디카시는 사진이 있음으로 더 확장된 상상력이 가능했고 문장과 함께 완성미를 더한 작품이 되는 것이다.

동시를 쓰는 작가가 가질 수 있는 발랄한 생각과 문장이다. 언젠가 디카동시집을 엮어보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시의 장르에 시, 시조, 동시가 있듯이 디카시, 디카시조, 디카동시도 충분히 가능하다. 디카시는 아직까지 모든 것이 최초라는 이름을 달 수 있는 장르이다. 아직도 많은 도전의 과제가 있기에 디카시의 창작은 즐겁다.

 

가을 호박 보며 시집 못 간 고모라고 놀리는 우리 할아버지혼자 남을 할아버지 생각에얼굴 퉁퉁 붓도록 우는 고모

- 박해경 「호박」 전문

 

호박이라고 놀리는 노처녀 고모는 알고 보면 못 간 게 아니라 안 간 거다. 시집을 가고 나면 할아버지를 보살펴 줄 사람이 없다는 게 더 마음이 아파서 우는 고모다. 처음에는 재미난 디카시라고 읽었는데 읽고 나니 마음을 울컥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농촌에는 노인들만 있고 아이들은 없어서 빈집들이 늘어나고 있다. 도시에서 귀농들을 하지만 실제로 농사를 지으며 정착해서 성공하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농촌 총각과 처녀들이 결혼을 해도 아이들을 보낼 학교가 마땅치 않으니 자녀 교육 때문에 농촌을 포기하든지 아니면 자녀와 떨어져 살아야 하는 불편을 감내해야만 한다.

호박의 원산지는 북아메리카 멕시코로 알려져 있다. 호박은 모양 때문에 못 생긴 사람을 가리키는 비유로 쓰인다. 그러나 호박은 잎도 쌈을 싸서 먹고 호박은 요리해 먹고 하나도 버릴 게 없는 알짜 식품이니 얼마나 멋진 호박인가. 호박 별명을 가진 고모는 효녀이다.

 

화장을 지우는 내 민낯을 힐끔눈감아주는 척 샤워하고 나온알몸도 보고 잠든 나를 지켜보며목청껏 자지러지는 매미,후덥지근한 여름 날

- 박해경 「스토커」 전문

 

스토커는 상대가 아무리 싫어해도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편집광적인 망상을 부풀려 어디든지 따라다니며 기다리거나 전화를 걸어대며 끈질기게 쫓아다니는 사람을 가리킨다. ‘살며시 다가온다’, ‘뒤를 밟는다’라는 뜻의 영어 ‘스토크’(stalk)에서 온 말이다. 잠시 방충망에 붙어 숨을 돌리는 매미가 스토커라니, 매미는 5~7년을 유충으로 살다가 허물을 벗고 2주 남짓한 삶을 살고 일생을 마친다. 그러기에 짝을 맺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고 큰소리를 내어 구애를 하는 것이다. 짝짓기 하기도 바쁜 매미가 집안을 훔쳐 본 대가로 누명을 쓰게 되었다. 시인의 예리한 관찰로 탄생한 신종 스토커 매미가 디카시의 주인공이 되었다.

 

벙어리 삼년 눈 봉사 삼년귀머거리 삼년 또 삼년평생 그대에게 꽂혀날개를 접어 버린 내 이름은 아내

- 박해경 「아내」 전문

 

박해경의 디카시 중에서 단연 수작으로 뽑을만한 작품이다. 아내라는 이야기를 이렇게 오래된 나비경첩을 보며 떠올렸다니 놀랍다. 아내라는 자리는 예전에는 며느리라는 자리로 있을 때는 시어머니의 시집살이에 자신의 이름마저 접고 사는 삶이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우스갯소리로 시어머니들이 며느리들의 눈치를 보며 산다고 한다. 그만큼 세태가 많이 변한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여자의 이름은 얼마나 다양한가. 그리고 사람이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이 해산하는 고통이라고 한다. 그걸 감내하는 것이 또한 여자의 일생이다. 그걸 알면서도 평생 갈 수 있는 것이 그대라는 사랑 때문이란다. 박해경 시인의 디카시에 대한 사랑도 변함없이 이렇게 이어지리라 믿는다. 디카시에 대한 사랑이 단단한 열매로 맺어져서 디카동시집 한 권으로 만들어지기를 고대하며 기다릴 참이다.

 

4.

박동환 시인은 울산지역의 현장근로자이다. 그러면서도 그의 디카시는 세상을 폭 넓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그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공존공생이다. 세상이 이기심으로 가득하고 주위에 무관심으로 일관할 때 그는 사람과 사물을 따뜻한 시선으로 감싼다.

 

깨어지고 짓눌린 인생각자의 일그러진 표정힘겹고 버거운 일상들그래도 함께 버티는 삶

- 박동환 「동행」 전문

 

박동환 시인에게 인간관계는 동행이다. 각자 도생하는 경쟁관계가 아닌 서로 돕고 고통을 나누는 이웃인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늘 따뜻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인연이라는 것이다.

 

인연이라는 줄이 서로에게 연결되듯수많은 만남은 씨줄과 날줄을 이어가고인연이라는 바람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듯같은 방향으로 흔들리며 세상을 움직인다

- 박동환 「인연」 전문

 

팽목항 주인 찾는 노란 깃발 야속한 세월 잃은 노란 단풍슬픈 마음 서로가 위로하는화합의 굿판이 도심을 울린다

- 박동환 「이심전심」 전문

 

세월호는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바꾸어버린 역사적 사건이다. 세월호가 침몰함으로 대한민국의 정치사가 한 부분 침몰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그것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불행한 사건이 국민들에게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고 그로 인한 공감 못지않게 국민들 간의 반목도 생겨나게 되었다. 시인은 이 디카시를 통하여 화합을 노래하고 있다. 세월호는 사고이며 그 사고 후의 안이한 대처로 말미암아 수많은 생명들을 구하지 못한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기록되었다. 원인조차도 소설 같은 가설이 난무하고 있는, 말 그대로 정치권은 아전인수 격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몰아가기도 했다. 어쩌면 세월호 사고는 총체적인 난국의 서막인 동시에 새로운 역사를 여는 출발점이 되었다. 훗날 돌아보면 어떤 역사로 다시 기록이 될지 좀더 시간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너무나 값비싼 대가를 치렀기에 결코 반복되어져서는 안 되는 역사로 새겨져야 할 것이다.

 

해가 져도 꺼지지 않는 불빛가족 향한 아버지 눈빛 닮아하늘도 따라 눈시울 붉힌다

- 박동환 「눈물」 전문

 

정유공장의 플레어 스텍(Flare Stack:배출가스 연소탑)의 활활 타오르는 불꽃은 공업화의 상징이다. 이 불꽃이 꺼지면 공정상에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 불꽃은 작아져서도 안 되고 더 커져서도 안 된다고 한다. 근로자들은 멀리서도 이 불꽃을 보며 ‘공장이 잘 돌아가고 있구나’하고 안심을 한다고 한다. 시인은 해가 져도 꺼지지 않는 이 불꽃을 보며 마치 불꽃같은 눈으로 가족들을 돌보아야 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이야기 한다.

남자는 눈물을 흘리지 말아야한다고 다들 말한다. 그러나 시인이 퇴근하면서 보았던 노을이 갑자기 마음을 울컥하게 했나보다. 제우스의 불을 훔쳐서 인간에게 준 프로메테우스는 그 대가로 코카서스 산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뜯겨 먹히는 벌을 받는다. 간은 또 다시 재생되어 영원히 고통을 받게 되었다. 아버지라는 이름은 죽을 때까지 되풀이되는 노동의 고통이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의 아픔과 겹쳐 보이는 것은 우연일까?

 

북녘의 미사일 소식에 놀란 가슴불타는 아스팔트를 달리다구름 미사일 보고 화들짝 운전대를 놓고 특파원이 된다

- 박동환 「구름 미사일」 전문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말미암아 그야말로 긴장의 연속이었다. 다행히 남북회담에 이어 싱가포르에서의 미국과 북한의 회담으로 한반도는 비핵화에 노력하겠다는 합의서로 당분간은 화해모드에 들어서고 있는 듯하다. 가장 좋은 것은 정전협정에 이어 평화적인 남북통일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념이 다른 두 체제가 하나로 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한민족에게 남겨진 마지막 희망인 동시에 꼭 이루어야만 하는 사명인 것이다.

 

3인의 공동시집 『삼詩세끼』는 디카시의 지역 활성화의 한 결과물로 그 의미가 크다 하겠다. 나날이 발전하는 디카시의 미래와 더불어 이 시집을 읽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 디카시는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감흥을 일으키는 형상을 디지털카메라로 찍어서 문자와 함께 표현하는 방법이다. 이미지+문자(5행 이내)가 결합되어 한 편의 디카시가 완성되는 것이다. 디카시는 중·고등 국어 교과서 수록까지 이어져, 시의 한 장르로 충분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시우 기자
작성 2018.07.11 16:33 수정 2018.10.1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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