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원칼럼] 중간관리자는 왜 가장 힘든 자리일까: 위와 아래 사이에서 소진되는 이유

압박의 이중구조: 위에서는 성과를, 아래에서는 공감을 요구받는다

권한 없는 책임: 결정은 위에서, 실행은 아래에서 흔들린다

보이지 않는 감정노동: 조직은 중간관리자의 소진을 전제로 작동한다

“중간관리자가 제일 힘들다더라.” 

 조직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이 문장은 위로처럼 들리지만 동시에 체념을 담고 있다. 마치 중간관리자가 힘든 것은 당연하며, 감내해야 할 숙명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중간관리자의 어려움은 개인의 역량이나 성격 문제가 아니라, 조직 내에서 차지하는 구조적 위치에서 비롯된다.

 

이미지 출처_AI 활용

 

 중간관리자는 위로는 보고해야 하고 아래로는 설득해야 한다. 상위 리더의 전략은 아직 완전히 정제되지 않은 상태로 내려오고, 현장의 목소리는 거칠고 생생한 형태로 위로 올라간다. 이 둘 사이에서 중간관리자는 내용을 해석하고 맥락을 조율하는 번역기이자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장치 역할을 수행한다. 문제는 이 중요한 역할에 비해 의사결정 권한은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조직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역할 갈등(Role Conflict)’이라 설명한다. 서로 충돌하는 기대를 동시에 충족해야 할 때 개인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불완전한 평가를 받기 쉽다. 윗선에서는 성과 관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아래에서는 조직의 입장만 대변한다는 오해를 받는다. 결국 중간관리자는 어느 편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채 양쪽의 불만을 동시에 감당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중간관리자는 조직 내에서 가장 많은 감정노동을 수행한다. 상위 리더 앞에서는 팀의 불안과 저항을 걸러내고, 팀원들 앞에서는 조직의 압박과 요구를 부드러운 언어로 완충한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노동은 공식적인 성과 지표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성과는 팀의 결과로 기록되고, 문제가 발생하면 중간관리자의 리더십 부족으로 해석되기 쉽다.

 

 더 어려운 지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중간관리자가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팀원들 앞에서 힘들다고 말하면 리더로서 신뢰를 잃을까 걱정하고, 상위 리더에게 부담을 토로하면 관리자로서 준비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을까 두려워한다. 결국 중간관리자는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는 법을 배우며 버티게 되고, 이 버팀은 서서히 소진으로 이어진다.

 

 조직은 흔히 중간관리자에게 ‘허리’ 역할을 요구한다. 그러나 허리가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으면 결국 몸 전체가 균형을 잃는다. 중간관리자의 소진은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팀의 분위기와 실행력, 조직 전반의 신뢰에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많은 조직은 중간관리자의 피로를 개인의 관리 능력 문제로 환원하며 구조를 돌아보지 않는다.

 

 이제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당신의 조직에서 중간관리자는 권한을 가진 조정자인가, 아니면 책임만 떠안은 완충재인가. 그리고 만약 당신이 중간관리자라면, 지금 이 자리를 혼자 버티고 있지는 않은가. 중간관리자가 숨 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않는 조직은, 결국 가장 중요한 연결 고리를 스스로 마모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 필자 소개 ] 

 

로운컴퍼니 교육기획 이사 

조혜원 칼럼리스트

 

기업교육강사로 21년간 다양한 조직에서 강의와 코칭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수많은 조직의 현장을 거치며 조직문화와 리더십, 협업 방식이 성과와 개인의 소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찰해왔다. 이 칼럼을 통해 조직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겪는 현실을 구조적으로 짚고, 더 건강한 일의 방식을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작성 2026.01.29 20:27 수정 2026.01.31 13:22

RSS피드 기사제공처 : 케이씨에스뉴스 / 등록기자: 조혜원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