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부동산 시장의 질서를 지탱해 온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27년이라는 긴 기다림 끝에 다시금 ‘법정단체’라는 공적 지위를 회복했다. 지난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은 협회를 단순한 친목·권익 단체를 넘어 국가로부터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의 한 축을 위임받은 책임 기구로 격상시켰다.
이번 제도 변화는 전세사기와 시장 왜곡으로 실추된 공인중개사 직역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강력한 자율 정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중대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그간 협회는 전국 11만여 명의 개업 공인중개사 중 97% 이상이 가입된 거대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비등록 중개 행위나 불법 거래를 단죄할 실질적인 권한이 부재해 ‘자정 작용의 한계’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법정단체 전환을 통해 협회는 소속 중개사에 대한 윤리 규범을 강화하고,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실효성 있는 자율 규제를 행사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이는 특히 AI와 빅데이터가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현대 사회에서, 전문가 집단인 공인중개사가 디지털 기술이 대체하기 어려운 ‘거래 윤리’와 ‘검증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대국민 약속과도 같다.
물론 권한의 확대에는 그에 상응하는 엄격한 견제가 뒤따른다. 국토교통부는 협회의 독단적인 운영이나 특정 이익집단화를 방지하기 위해 정관 변경 및 주요 총회 결의에 대한 승인권을 강화했으며, 필요시 재심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촘촘히 설계했다.
이는 협회가 회원들의 권익만을 대변하는 이익단체를 넘어, 시장 전체의 공익과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함을 의미한다. 아울러 프롭테크 등 신산업과의 갈등을 해소하고 상생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 역시 법정단체로서 협회가 증명해야 할 리더십의 핵심 과제다.
결국 이번 법적 지위 회복의 성공 여부는 협회가 쥐게 된 자율 규제의 칼날이 얼마나 공정하고 날카롭게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가 밝힌 “투명한 중개 질서 구축과 시장 안정 기여”라는 포부가 공허한 외침에 그치지 않으려면, 강화된 권한을 바탕으로 현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구체적인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부동산 시장이 불확실성의 시대를 지나고 있는 지금, 공인중개사 직역의 자율성과 책임성이 동시에 강화된 이번 조치가 우리 부동산 거래 문화의 신뢰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진정한 혁신의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