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그림자 선단’ 통한 베네수엘라 산 원유 수입 급감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을 엄격히 통제하며 국제 원유 시장 가격을 정상화하는 조치를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20년간 베네수엘라 원유시장을 장악해 온 중국 정유·석유화학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한국 정유업계는 중국의 저가 공세가 사라질 가능성에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지난해 정유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하루 약 39만5000배럴 규모의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그림자 선단’이라는 불법 선박 집단을 통해 수입했다. 그림자 선단은 국제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선박의 국적과 이름, 소유 구조를 수시로 변경하며 운송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수법으로 중국은 전체 해상 원유 수입량의 약 4%를 베네수엘라산 원유로 충당해왔다.

美, 베네수엘라 원유 시장 통제 강화…시장 정상화 움직임
미국 정부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이후 베네수엘라 원유의 무기한 수출 통제를 선언했다. 대신 미국은 베네수엘라 원유를 시세에 맞춰 시장에 공급하고, 이를 통해 발생한 수익을 베네수엘라와 분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베네수엘라가 보유한 원유 매장량은 약 3,038억 배럴로 전 세계 최대 규모다.
국내 정유·석유화학업계는 이번 조치를 호재로 보고 있다. 과거 중국 업체들은 두바이유보다 배럴 당 10~20달러 저렴한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기반으로 소규모 정제 시설(티포트)을 운영하며 저가 제품을 생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하지만 원유 가격이 정상화됨에 따라 중국 생산자의 원가 부담이 커져 경쟁력 약화가 예상된다.

또한, 글로벌 정유 시장 환경 역시 국내 기업들에게 긍정적인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인해 러시아 정제 시설은 하루 30만 배럴 가동에 차질을 겪었고, 미국 내 주요 에너지 기업인 필립스66은 하루 16만 배럴 생산 규모의 로스앤젤레스 정유 공장을 폐쇄했다. 발레로에너지도 4월 캘리포니아 베니시아 정유 공장(하루 15만 배럴)을 폐쇄할 예정이다. 이처럼 정제 시설 가동량 감소는 공급 부족을 야기하며, 정제 마진 상승을 촉진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 정제마진 상승과 설비 부족에 따른 실적 개선 전망
정유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정제 설비의 순 증설 량이 올해 79만 배럴에서 내년 5만 배럴, 그리고 2028년에는 전혀 증가하지 않아 수요가 소폭만 늘어도 정제 마진이 크게 올랄 수 있다”면서 “국내 정유사들은 이러한 시장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며 장기적인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핵심 정유 기업들은 정제 마진 변동이 직접적으로 영업이익에 영향을 주는 구조다.
이처럼 미·중 간 베네수엘라 원유 시장 주도권 변화와 공급 측면의 정유 시설 감소가 맞물리면서 한국 정유 업계는 올해 영업이익 증가에 대한 기대감을 점차 높여가고 있다.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기회 요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