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가 공인중개사협회에 법정단체 지위를 다시 부여했다. 1986년 법정단체로 출범했다가 1999년 제도 개편으로 임의단체로 전환된 이후 27년 만의 복원이다. 이번 법 개정으로 협회는 윤리규정 제정과 공익활동 수행 의무를 법에 근거해 수행하게 되면서, 전세사기·무등록 중개 등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자율 규제 기반이 강화될 전망이다.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인중개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며 협회의 법적 위상이 재정립됐다. 개정안은 공인중개사협회를 ‘단일 협회’로 법률에 명시하고, 회원 윤리규정 제정 근거와 공익활동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거래 질서 확립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협회 역할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올린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협회의 권한이 커지는 만큼 관리·감독 장치도 함께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정관과 회원 윤리규정 승인, 법령 위반 소지가 있는 총회 의결에 대한 재의결 요청 등 관리 체계를 통해 공적 성격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법안은 국무회의 심의 등을 거쳐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중개 시장 신뢰 회복 필요성이 깔려 있다. 전세사기 등으로 소비자 불안이 커진 데다 직거래 확산과 거래 부진이 겹치며 중개업계의 ‘자정 능력’과 ‘현장 통제력’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실제 공인중개사 자격증 누적 보유자는 55만1879명(지난해 기준)인 반면, 영업 중인 개업 공인중개사는 10만~11만명 수준에 머물러 ‘장롱면허’ 문제가 구조화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협회는 법정단체화가 국민 재산권 보호와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한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종호 협회장은 “책임 있는 자율규제와 전문성 제고가 국민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에서도 윤리교육 강화와 소비자 보호 시스템 정비가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중장기적으로 불법 중개·허위광고·과다 수수료 등 거래 리스크를 낮추는 제도적 기반이 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법정단체 지위 회복이 곧바로 단속 권한 확대나 처벌 강화로 직결되는 것은 아닌 만큼, 윤리규정의 실효성과 교육·점검 체계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하는 후속 설계가 관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