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에 집중된 자원순환 예산, 전환 필요성 제기

처리시설 확충에 쏠린 예산 구조, 수치로 드러난 정책 불균형

직매립 금지 이후 소각 중심 대응에 대한 우려 확산

국회 토론회서 제로웨이스트 재정 전환 필요성 논의

▲국회에서 열린 ‘제로웨이스트로 가는 길: 예산으로 보는 자원순환 정책’ 토론회를 마치고 토론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환경연합
▲국회에서 열린 ‘제로웨이스트로 가는 길: 예산으로 보는 자원순환 정책’ 토론회에서 토론자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서울환경연합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시행 이후 자원순환 정책의 방향을 점검하는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소각과 매립에 집중된 예산 구조가 순환경제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가 시행되면서 폐기물 정책의 전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됐다. 매립 의존 구조를 벗어나겠다는 정책적 목표와 달리, 실제 예산 집행은 여전히 ‘처리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국회 토론회를 통해 제기됐다.

 

국회의원들과 국회입법조사처,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로웨이스트로 가는 길: 예산으로 보는 자원순환 정책」 토론회에서는 자원순환 정책을 ‘계획’이 아닌 ‘예산’의 관점에서 점검했다. 참석자들은 “예산은 정책의 진짜 방향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입을 모았다.

 

토론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정부의 자원순환 관련 예산은 약 3,315억 원으로 편성됐는데, 이 가운데 폐기물 처리시설 확충에 투입되는 예산은 전체의 62%를 차지했고, 소각시설 예산만 해도 42%에 달했다. 반면 폐기물 발생을 줄이거나 재사용을 확대하는 데 쓰이는 예산은 5.8%에 그쳤다.

 

첫 번째 발제에서는 직매립 금지 정책이 ‘폐기물 발생 구조 전환’이 아닌 ‘처리 방식 변경’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발제자는 “직매립 금지 발표 이후 5년의 준비 기간이 있었지만, 생산 단계 감량이나 재사용 시스템 구축은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이로써 다수 지자체가 자체 처리 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민간 소각시설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수도권 상당수 지자체는 직매립 금지에 대응해 소각시설 신·증설이나 민간 소각장 위탁 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과정에서 수도권에서 발생한 폐기물이 비수도권으로 이동하며 지역 간 환경 부담이 불균형해지는 ‘환경 부정의’ 문제도 함께 제기됐다.

 

소각 중심 대응의 한계는 기후위기 대응 측면에서도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은 탄소중립 목표와 충돌하고, 소각 후 남는 재는 결국 매립이 필요한 지정폐기물로 남는데, 한 토론자는 “소각은 해결책이 아니라 또 다른 처리 단계일 뿐”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소각시설은 한 번 건설되면 수십 년간 가동돼야 하는 특성상, 향후 감량·재사용 정책으로의 전환을 어렵게 만드는 ‘설비 고착 효과’를 낳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단기적 처리 능력 확보가 장기적 정책 전환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다.

 

두 번째 발제에서는 이러한 정책 왜곡의 원인으로 예산 구조가 지목됐다. 발제자는 “국고보조금이 최종 처리 단계인 소각과 매립시설에 집중되면서, 지자체 입장에서는 감량보다 시설 확충이 더 유리한 선택이 된다”고 밝혔는데, 이는 예산이 정책 우선순위를 사실상 ‘역전’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감량과 재사용 성과가 높은 지자체에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국고보조금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는데, 해외 사례처럼 소각과 매립 이전 단계에서 자원을 최대한 회수하는 정책에 예산을 우선 배분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정부 측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와 다회용기 확산 정책 등을 통해 감량과 재사용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시장 형성 단계에서 국고 지원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이번 토론회는 직매립 금지 이후 자원순환 정책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예산을 통해 점검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제로웨이스트로의 전환은 선언이 아니라 재정 구조 변화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성 2026.01.31 22:55 수정 2026.01.31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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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