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이 늦는 걸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요?”
3세 6개월 무렵, 부모의 마음속에는 비슷한 질문이 자리 잡는다. 또래 아이들이 “이거 뭐야?”, “나도 할래” 같은 말을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모습을 볼 때, 내 아이의 말이 여전히 단어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걱정은 깊어진다. 처음에는 “조금 늦을 수 있다”는 말로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질문은 점점 구체적으로 바뀐다.
단순 언어지연일까, 아니면 자폐스펙트럼장애일까
이 질문이 어려운 이유는, 두 경우가 초기에 매우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말을 적게 하고, 반응이 느려 보이며, 또래와의 상호작용이 어색해 보이는 모습만으로는 쉽게 구분하기 어렵다. 그래서 부모는 혼란스러워지고, 인터넷 정보 속에서 불안은 더 커진다. 그러나 이 시기의 아이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진단명이 아니라 관찰의 방향이다. 이 글은 “어느 쪽인가”를 단정하기보다, 부모가 아이를 바라볼 때 어떤 기준으로 살펴보면 좋을지를 차분히 정리하려는 목적을 가진다.
언어는 ‘말’보다 넓은 개념이다
언어 발달이라고 하면 흔히 단어 수나 문장 길이를 떠올린다. 그러나 실제 발달에서 언어는 혼자 자라지 않는다. 언어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기능하는 도구다. 아이는 말을 통해 자신의 욕구를 전하고, 상대의 반응을 기다리고, 감정을 주고받는 법을 배운다. 그래서 언어 발달은 인지 발달, 사회성, 정서 발달과 깊게 얽혀 있다.
단순 언어지연은 이 중에서 주로 표현의 속도가 늦은 경우를 말한다. 아이는 말은 적지만, 사람에게 관심이 있고, 눈을 맞추며, 상황을 이해하고 반응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반면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언어의 양보다 사회적 의사소통의 방식에서 차이가 나타난다. 말을 하더라도 그것이 관계를 맺기 위한 도구로 충분히 사용되지 않거나, 타인의 반응에 맞춰 조정되지 않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관찰된다. 이 차이는 3세 전후, 아이가 점점 ‘혼자 있는 세계’에서 ‘함께하는 세계’로 나아가는 시기에 더 분명해진다.
부모가 집에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관찰 포인트
이 시기의 아이를 볼 때, 부모가 유심히 살펴보면 좋은 지점은 다음과 같다. 이는 평가 기준이 아니라, 아이의 일상을 떠올려보는 관찰 질문이다. 먼저 아이의 관심이 사람을 향하는지를 본다. 아이가 재미있는 장면을 봤을 때 부모를 바라보는지, 부모의 반응을 기대하는 표정을 짓는지, 눈빛을 나누려는 시도가 있는지가 중요하다.
다음은 공동으로 무언가를 나누려는 행동이다.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소리를 내며 부모의 주의를 끌고, “같이 보자”는 신호를 보내는지 살펴본다. 단순 언어지연 아동은 말은 적어도 이런 비언어적 소통이 비교적 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또 하나는 의사소통의 목적성이다. 아이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 단순히 부모의 손을 끌어당기는지, 아니면 눈빛·몸짓·소리로 도움을 요청하려 하는지를 본다. 후자는 ‘관계를 통한 소통’의 중요한 신호다.
마지막으로 놀이의 방식이다. 장난감을 기능적으로만 반복 사용하는지, 아니면 상황을 만들어 의미를 확장하는 놀이를 시도하는지 관찰한다. 인형에게 밥을 먹이거나, 자동차를 목적지로 이동시키는 놀이에는 언어 이전의 상징 능력이 담겨 있다. 중요한 것은 한두 번의 모습이 아니라, 반복되는 패턴이다.
왜 이 시기에는 ‘구분’보다 ‘관찰’이 먼저인가
많은 부모가 “좀 더 지켜보자”는 말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발달에서의 관찰은 방관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적극적인 개입의 출발이다.
3세 6개월은 발달이 굳어지는 시기가 아니라, 방향이 잡히는 시기다. 이때 아이가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방식, 의사소통을 시도하는 방향은 이후 발달에 큰 영향을 준다.
만약 단순 언어지연이라면, 충분한 상호작용과 언어 환경 조정만으로도 언어는 빠르게 확장될 수 있다. 반대로 사회적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반복된다면, 이 시기의 조기 개입은 아이의 이후 적응을 크게 돕는다. 중요한 점은, 조기 개입이 반드시 진단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놀이 중심의 상호작용 강화, 부모 교육, 언어 자극 방식의 변화만으로도 아이의 소통 능력은 달라질 수 있다. 부모의 세심한 관찰은 전문가의 평가를 대신하지는 않지만, 전문가의 평가를 가장 정확하게 만들어주는 기초 자료가 된다.
아이의 발달은 이름 붙이기보다 이해하기에서 시작된다
단순 언어지연일까, 자폐스펙트럼장애일까. 이 질문은 부모에게 너무 무겁다. 그러나 그 질문 뒤에는 단 하나의 마음이 있다. 아이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다. 3세 6개월의 아이는 아직 결정된 존재가 아니다. 오늘의 말수가 아이의 전부가 아니고, 오늘의 서툶이 아이의 미래를 말해주지도 않는다.
부모가 할 일은 서둘러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신호를 더 정확히 읽는 것이다. 아이와 눈을 맞추고, 아이의 반응을 기다리고, 아이의 방식으로 소통하려는 시도를 존중하는 것. 그 자체가 이미 가장 중요한 발달 자극이다. 아이의 언어와 상호작용이 걱정된다면, 가벼운 부모 상담이나 놀이 관찰 중심의 평가부터 시작해도 충분하다.
전문가와 함께 아이의 현재 모습을 정리해보는 과정은 아이를 규정하기 위함이 아니라, 아이를 더 잘 돕기 위한 출발선이다. 오늘 하루, 아이의 말보다 아이의 눈빛과 몸짓, 그리고 부모를 향한 신호를 한 번 더 바라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