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공원 내 신규로 확인된 습지 9곳이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주요 서식지로 기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공원공단은 정밀조사를 통해 보호종을 포함한 다수 생물종의 서식을 확인하고, 습지 보전 전략을 강화할 방침이다.
그동안 위치만 파악돼 있던 국립공원 내 일부 습지가 실제로는 ‘생물다양성의 핵심 공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체계적인 조사 결과가 축적되면서 국립공원 습지를 바라보는 관리 관점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은 무등산, 오대산, 태안해안 등 국립공원에 분포한 신규 습지 9곳을 대상으로 생물다양성 정밀조사를 실시한 결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9종을 포함해 총 660종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그동안 생물상 정보가 축적되지 않았던 습지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수달을 비롯해 Ⅱ급에 해당하는 삵, 담비, 구렁이, 하늘다람쥐, 금개구리, 표범장지뱀, 참매, 새매의 서식이 확인됐으며, 해당 종들은 서식지 변화에 민감한 특성을 지닌 만큼, 조사 대상 습지가 안정적인 생태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됐다.
식물과 조류 분야에서도 높은 다양성이 관찰됐다. 조사 대상 습지에서는 식물 444종과 조류 79종이 확인됐으며, 포유류와 양서·파충류를 포함한 다양한 생물군이 함께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신규 발굴 습지가 단순한 소규모 자연 공간을 넘어 ‘복합 생태계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습지 유형에 따라 서식 생물의 특성도 달랐다. 저층습원에서는 삵과 담비, 하늘다람쥐 등이 주로 확인됐으며, 일부 인공호습지에서는 수달과 금개구리가 동시에 관찰됐다. 이는 국립공원 내 습지가 지형과 수리 조건에 따라 다양한 생태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립공원공단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립공원 내 전체 습지 83곳을 대상으로 보전 우선순위를 도출할 계획이며, 보호 가치가 높은 습지에 대해서는 정기적인 조사와 함께 출입 관리, 물막이 시설 설치 등 체계적인 관리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생태적 중요성이 국제적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람사르 습지’ 등재도 검토할 예정이다. 이는 국내 습지 보전 정책을 국제 기준과 연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는 민간 기업의 ‘환경·사회·투명 경영(ESG)’ 기금 지원을 통해 진행됐다. 주대영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이번 조사는 민간의 ESG 실천과 국가 자연보전 정책이 결합된 사례”라며 “축적된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국립공원 습지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해 생물다양성 보전에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