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문장에는 마음이 담겼다
- 마음의 형상화-
어떤 대상을 문장으로 표현할 때는 쓰고자 하는 대상이 같아도 그것을 느끼고 생각하는 것은 사람들마다 각기 다르다. 인간이 사물에 대해 느끼는 감정과 사고가 무한하기 때문이다. 장자(莊子)는 “유한한 인생으로 무한한 지혜를 따르는 것은 위태로운 일이다.”라고 하였다. 인간의 지혜란 무한한 창의를 나타낼 수 있기에 무궁무진한 저장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 무수한 사물의 현상을 느끼어 글로 표현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 양(梁)나라의 문학이론가 유협(劉勰)은 “사물의 현상을 포착하기가 어려우나 본성에 의존하기는 쉽다.(《문심조룡 》〈序志〉)”고 하였다. 문장의 뜻을 씹어 음미하는 것을 마음의 자리를 찾는 방법[기심(寄心)]으로 본 것이다. 즉, 문장표현법에 있어 마음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우주의 현상 속에서 자아를 발견하고 참된 이치를 추구하여 그것을 글로 담아낼 때 문장의 이치가 살아난다. 사물에 대한 감정을 단순하게 표현하는 것보다는 마음으로 녹여 이치를 담아날 때 사물의 형상화는 깊은 의미를 전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달월[月]에 대한 표현을 “달”이라고만 하기보다 “거울”, “님” “성찰의 대상” 등으로 표현할 때 의미가 더욱 깊어진다. 적절한 감정이입과 상상적 기법을 사용해야 기백이 담긴 문장의 생명력을 얻을 것이다.
깊은 생각이 담기지 않은 단순 나열식의 문장은 문장의 가치가 떨어진다. 우주 속에 존재하는 자신에 대한 인식문제는 인간이 오랜 세월 고민해 온 숙제이다. 인간의 마음은 한 몸의 주재(主宰)이며 진리와 상통하는 매개로서 깊이 있는 문장을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따라서 마음의 여과를 거치지 않은 문장은 힘이 없고 생명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우리의 기억에 오래 남는 문장은 대부분 마음에 교훈이 되는 도덕성이 담겨 있다. 이순신이 전란 중에 작성한 《난중일기》를 실기문학의 백미로 꼽는 이유는 우리 민족을 구원하기 위해 노력한 그분의 충혼(忠魂)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순신의 사생관을 보면, 천리를 관통하고 인사를 달관하였다. 이순신의 철학적 사고에 기반이 되어준 중국 송대의 상수학자 소강절(邵康節)이 천리의 존재를 “오직 인간의 마음에 달렸다[都只在人心]”고 한 것도 진리추구의 중심을 마음으로 보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