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현재, 인공지능은 더 이상 기술 실험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한때 혁신의 상징이었던 AI는 이제 법과 제도의 중심으로 이동했고,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은 성능이 아니라 거버넌스를 누가 먼저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생성형 AI가 일상과 산업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면서,
각국 정부는 자율에 맡겨두던 접근을 거두고 명문화된 규칙을 통해 기술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는 AI 생태계가 ‘자율의 시대’를 지나 ‘거버넌스의 시대’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반전 1. 확산 중심 정책에서 룰세팅 전략으로 전환한 한국
대한민국은 2026년 2월 시행된 AI 기본법을 통해 글로벌 규제 경쟁의 선두로 나섰다.
이 법은 AI 생성물에 대한 표시 의무와 고위험 AI에 대한 사전 위험평가를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그동안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기술 확산을 우선시했던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이제는 규제 자체를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적 선택이다.
이 같은 접근은 기술 투명성과 사회적 신뢰를 선점하려는 시도다.
동시에 스타트업과 중소 개발사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초기 단계부터 규제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구조가 기술 실험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 혁신과 규범 사이의 균형을 시험받는 첫 번째 국가가 됐다.
반전 2. 선언에서 집행으로 이동한 EU의 강경 노선
유럽연합은 오랫동안 윤리 담론을 중심으로 AI 규제를 논의해 왔으나, 2026년부터는 집행 중심 체제로 전환했다.
EU AI Act는 더 이상 가이드라인이 아니다. 위반 시 과징금과 시장 퇴출까지 가능해지면서,
규제는 실질적인 경영 변수로 작동하고 있다.

상징적인 사례가 EU AI Office가 일론 머스크의 AI 챗봇 Grok을 대상으로 초기 조사를 개시한 사건이다.
이는 거대 플랫폼 기업도 예외가 없다는 신호였다. EU의 규제는 역내 기업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유럽 시장에 진입하려는 모든 AI 시스템은 동일한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이는 글로벌 공급망 전반을 EU 기준으로 재편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반전 3. 단일 규제 대신 유연성을 택한 미국
미국은 EU와 다른 길을 택했다. 연방 차원의 포괄적 규제 도입을 최소화하고,
주 단위 규제 조정과 행정 명령 중심의 접근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기업에게 전략적 민첩성을 제공하기 위한 선택이다.
이 구조 속에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영역에서 기술을 시험하며 빠른 반복 개발을 이어간다.
이른바 규제 차익 전략이다. 미국은 규제를 줄이는 대신 시장 경쟁을 통해 기술 우위를 확보하려 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AI 전략의 분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반전 4. 산업 정책을 넘어 안보 전략으로 이동한 AI
AI는 이제 편의 도구가 아니라 국가 안보의 핵심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 국회에서 논의 중인 AI 기반 국방 연구 촉진 법안은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AI는 군사 정보 분석, 무인체계 운용, 전략 의사결정 지원 등에서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미 간 기술 협력도 심화되고 있다.
AI와 무인체계 분야에서의 공동 기준과 상호 운용성 확보는 단순한 산업 협력이 아니라
동맹 차원의 신뢰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AI 정책은 이제 외교와 안보 전략의 일부가 됐다.
반전 5. 규제를 경쟁력으로 전환한 한국 보안 AI 기업들
규제가 강화되면 시장이 위축된다는 통념은 2026년 들어 흔들리고 있다.
국내 보안 AI 기업들은 오히려 강화된 규제를 글로벌 시장 진입의 증명서로 활용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AI스페라**다.
이 기업은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규제 대응 역량을 앞세워 실질적인 매출과 고객 신뢰를 확보했다.
글로벌 기준을 충족했다는 사실 자체가 기술의 무결성을 입증하는 수단이 된 것이다.
규제 준수는 비용이 아니라 신뢰 기반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 요소로 전환되고 있다.

요약하자면
2026년 AI 시장은 성능 경쟁에서 규범 경쟁으로 이동했다.
한국은 룰세팅, EU는 강제 집행, 미국은 유연성이라는 서로 다른 전략을 통해 기술 패권을 다투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규제를 통과할 수 있는 역량은 곧 글로벌 시장 접근권이 됐다.
결론적으로
AI 규제는 더 이상 혁신의 반대말이 아니다.
규제 격차는 새로운 시장 질서를 만들고 있으며, 신뢰를 확보한 기업만이 장기적으로 살아남는다.
2026년 이후 AI 경쟁의 핵심 자산은 기술력 위에 구축된 거버넌스 역량이다.
강력한 규제는 혁신의 족쇄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안전장치로 기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