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한 존재가 마주하는 무한한 신비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4)

존재의 한계를 넘어 영원을 갈망하는 인간의 심리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변치 않는 가치를 찾는 법

무한한 신의 품 안에서 얻는 진정한 심리적 안식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제4문

 

Q. 4. What is God? A. God is a Spirit, infinite, eternal, and unchangeable, in his being, wisdom, power, holiness, justice, goodness, and truth.
문 4. 하나님은 어떠한 분이신가? 답. 하나님은 신이신데, 그의 존재하심과 지혜와 권능과 거룩하심과 공의와 인자하심과 진실하심이 무한하시며 무궁하시며 불변하시다.

"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영과 진리로 예배할지니라"(요 4:24)
"네가 하나님의 오묘함을 어찌 능히 측량하며 전능자를 어찌 능히 완전히 알겠느냐 하늘보다 높으시니 네가 무엇을 하겠으며 스올보다 깊으시니 네가 어찌 알겠느냐 그의 크심은 땅보다 길고 바다보다 넓으니라"(욥 11:7-9)
"산이 생기기 전, 땅과 세계도 주께서 조성하시기 전 곧 영원부터 영원까지 주는 하나님이시니이다"(시 90:2)
"온갖 좋은 은사와 온전한 선물이 다 위로부터 빛들의 아버지께로부터 내려오나니 그는 변함도 없으시고 회전하는 그림자도 없으시니라"(약 1:17)
"하나님이 모세에게 이르시되 나는 스스로 있는 자이니라 또 이르시되 너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이같이 이르기를 스스로 있는 자가 나를 너희에게 보내셨다 하라"(출 3:14)
"우리 주는 위대하시며 능력이 많으시며 그의 지혜가 무궁하시도다"(시 147:5)
"네 생물은 각각 여섯 날개를 가졌고 그 안과 주위에는 눈들이 가득하더라 그들이 밤낮 쉬지 않고 이르기를 거룩하다 거룩하다 거룩하다 주 하나님 곧 전능하신 이여 전에도 계셨고 이제도 계시고 장차 오실 이시라 하고"(계 4:8)
"주여 누가 주의 이름을 두려워하지 아니하며 영화롭게 하지 아니하오리이까 오직 주만 거룩하시니이다 주의 의로우신 일이 나타났으매 만국이 와서 주께 경배하리이다 하더라"(계 15:4)
"여호와께서 그의 앞으로 지나시며 선포하시되 여호와라 여호와라 자비롭고 은혜롭고 노하기를 더디하고 인자와 진실이 많은 하나님이라 인자를 천대까지 베풀며 악과 과실과 죄를 용서하리라 그러나 벌을 면제하지는 아니하고 아버지의 악행을 자손 삼사 대까지 보응하리라"(출 34:6-7)

 

AI 이미지 (제공: 미디어 울림)


형상 너머의 본질, 왜 우리는 보이지 않는 존재를 찾는가

 

인류 역사를 관통하는 가장 거대한 질문은 "신은 누구인가?"라는 물음이다. 이 질문은 단순히 종교적인 영역을 넘어 인간의 자기 이해와 직결된다. 심리학자 칼 융(Carl Jung)은 인간의 무의식 깊은 곳에 '신의 원형(God-image)'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보았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보다 거대하고 영원한 존재와의 연결을 갈망하며, 그 연결을 통해 삶의 의미를 정립하려 한다. 인문학적으로 볼 때 이는 유한성(Finitude)에 갇힌 인간이 무한(Infinity)을 향해 뻗는 손길과 같다.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제4문은 하나님을 정의할 때 가장 먼저 '하나님은 신(Spirit)'이라고 선언한다. 헬라어로는 '프뉴마(πνεῦμα, pneuma)', 라틴어로는 '스피리투스(Spiritus)'다. 이는 하나님이 물질적 제약이나 형상에 갇히지 않는 영적 존재임을 의미한다. 

 

현대 심리학에서 자아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는 '대상에 대한 투사'와 '물질화'다. 우리가 신을 어떤 형상이나 눈에 보이는 성공, 혹은 인간적인 한계 내의 존재로 규정하려 할 때 신앙은 왜곡된다. 하나님이 영이시라는 사실은 그분이 인간의 조작이나 통제 아래 있지 않으며, 동시에 시공간을 초월하여 우리 내면 가장 깊은 곳에 임재하실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변동성의 시대에 만나는 절대적 부동성

 

경제학과 비즈니스 세계는 현재 'VUCA(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라는 용어로 요약된다. 시장은 예측 불가능하며, 기술의 진보는 어제의 진리를 오늘의 유물로 만든다. 이러한 변화무쌍한 환경 속에서 경영자들과 직장인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번아웃'을 경험한다. 무엇 하나 믿고 의지할 만한 '상수(Constant)'가 없기 때문이다. 이때 소요리문답이 제시하는 하나님의 속성 중 '무궁하시며(Eternal)', '불변하시다(Unchangeable)'라는 선언은 강력한 심리적, 실존적 지지대가 된다.

 

하나님의 불변성을 뜻하는 라틴어 '임무타빌리타스(Immutabilitas)'는 단순히 고착되어 있다는 뜻이 아니라, 그분의 성품과 약속이 결코 흔들리지 않음을 의미한다. 행동경제학에서 인간의 의사결정은 감정과 주변 상황에 의해 쉽게 좌우되지만, 하나님의 속성은 외적 요인에 의해 변하지 않는다. 이는 상담심리적 관점에서 볼 때 '완벽한 안전 기지(Secure Base)'의 역할을 한다. 세상 모든 것이 변하고 나 자신조차 나를 믿지 못할 때, 결코 변하지 않는 속성을 지닌 존재가 나를 붙들고 있다는 확신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심리적 안정감이다. 하나님은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시기에,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도 담대함을 유지할 수 있다.

 

 

공유된 속성, 리더십과 인격의 원형이 되다

 

소요리문답 제4문은 하나님의 속성을 나열하며 우리의 삶이 지향해야 할 구체적인 덕목들을 제시한다. 지혜(Wisdom), 권능(Power), 거룩(Holiness), 공의(Justice), 선하심(Goodness), 진실(Truth)이 그것이다. 신학적으로 이는 하나님만이 홀로 가지신 비공유적 속성과 인간에게도 반영되는 공유적 속성을 아우른다. 특히 이 속성들은 현대 비즈니스 리더십과 조직 윤리의 핵심 가치와 놀랍도록 일치한다.

 

진정한 리더십은 단순히 '권능'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지혜'로 방향을 설정하고 '공의'로 조직을 다스리며 '진실'로 신뢰를 쌓는 과정이다. 최근 경영학에서 강조하는 '진정성 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이나 '윤리 경영'은 결국 하나님의 성품 중 일부를 세상의 언어로 번역한 것과 다름없다.

 

또한, 상담심리학에서 치유의 핵심으로 꼽는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은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에서 그 원형을 찾을 수 있다. 우리가 타인을 대할 때 공의로우면서도 선하고, 진실하면서도 지혜롭기를 힘쓰는 것은 우리 안에 새겨진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히브리어로 진실을 뜻하는 '에메트(אֱמֶת, emet)'는 '버팀목'이라는 어원을 가진다. 우리의 인격이 하나님의 진실하심이라는 버팀목 위에 세워질 때, 우리는 비로소 타인을 품을 수 있는 넉넉한 존재가 된다.

 

 

무한한 광대함 앞에서 누리는 안식

 

우리는 종종 하나님을 우리 수준으로 끌어내려 이해하려 하거나, 반대로 너무 멀리 계신 분으로 치부해버린다. 그러나 소요리문답 제4문은 하나님이 얼마나 광대하시며 동시에 얼마나 신실하신지를 균형 있게 가르쳐준다. 그분은 무한(Infinite)하시지만 무질서하지 않으시며, 영(Spirit)이시지만 인격적이시다. 물론 '인격적'이라는 말이 '인격'에 가두어지는 분이라는 말은 아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속성을 이해하는 것은 신학적 유희가 아니라 실존적 생존의 문제이다. 무한하고 불변하시는 하나님을 의지할 때만 유한하고 변덕스러운 자아의 감옥에서 해방될 수 있는 것이다.

 

자존감의 문제를 겪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처방은 '나보다 큰 존재의 인정'이다. 내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무한하고 지혜로우며 변함없는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자신을 맡길 때 비로소 진정한 휴식이 시작된다. 비즈니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우리가 평안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나의 성과가 나의 존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불변하시는 인자하심이 나의 가치를 보증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어떠한 분이신가? 그분은 우리가 다 이해할 수 없는 신비이시지만, 우리가 온전히 신뢰하기에 가장 충분한 분이다. 이 광대한 하나님을 알아갈 때, 우리의 작고 초라한 일상은 영원의 광채로 물들기 시작한다.
 

 

작성 2026.02.03 16:01 수정 2026.02.0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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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