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인가, 종교 탄압인가" 예루살렘의 '영혼 바리케이드'가 불러온 실존적 위기

- 2,000년 버틴 기독교 마을이 표적? 서안지구 합병 시나리오에 희생되는 성지의 주민들.

- 트럼프-에르도안 협력에도 예루살렘은 지옥? 테오필로스 3세가 던진 마지막 경고.

- '두 국가 해법'의 사망선고? 기독교 공동체 압박 뒤에 숨은 거대한 정치적 음모의 실체.

▲ AI 이미지 (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아나톨리아 통신사에 따르면, 예루살렘 그리스 정교회의 테오필로스 3세 총대주교가 최근 이스라엘의 공격이 팔레스타인 내 기독교인 밀집 지역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경고했다. 총대주교는 외국 외교관들과의 만남에서 이스라엘 측이 예배의 자유를 제한하고 성지 접근을 방해하는 행위가 종교적 권리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침해임을 강조했다. 또한 가자 지구의 재건을 위한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과 더불어, 서안 지구와 동예루살렘에서 급증하는 정착민의 폭력이 지역 사회에 미치는 심각한 위협을 전달했다. 특히, 이러한 군사적 조치와 공격적 행위들이 결국 두 국가 해법을 무산시키고 지역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자료는 분쟁의 여파가 단순히 정치적 문제를 넘어 종교 공동체와 성소의 보존에까지 심대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안개 속의 성지, 그 평화로운 화음 뒤에 숨겨진 '지우기'의 공포

 

새벽녘 예루살렘의 공기는 신성하다. 교회의 종소리와 이슬람의 아잔, 유대인의 나지막한 기도가 겹쳐지며 자아내는 그 묘한 어울림은 인류가 수천 년간 지켜온 ‘관용’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2026년 오늘, 이 성스러운 화음에 불협화음이 끼어들고 있다.

 

단순한 종교 분쟁이 아니다. 예루살렘 그리스 정교회의 테오필로스 3세 총대주교가 던진 서늘한 경고는 우리 시대의 가장 아픈 구석을 찌른다. "2,000년의 신념이 실존적 위기에 처했다"는 그의 고백은, 다원주의라는 성지의 마지막 기둥이 무너지고 있다는 절규다. 오늘 우리는 평화의 성지라 믿어왔던 곳에서 벌어지는 냉혹한 ‘영혼의 지우기’ 현장을 한 기자의 시선으로 묵직하게 기록하려 한다.

 

중립 지대를 집어삼킨 정착민의 불길

 

과거의 중동 분쟁에서 기독교 공동체는 일종의 '완충지대'였다. 그러나 최근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공격 방향이 달라졌다. 폭력의 불길은 이제 서안지구 내 기독교인 마을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땅을 뺏기 위한 싸움이 아니다. 테오필로스 3세 총대주교는 이를 이 땅의 역사적 맥락을 지탱해 온 공동체 자체를 소멸시키려는 '전면적인 지우기'라고 진단한다. 평화롭게 신앙을 지키던 마을들이 표적이 되었다는 사실은, 이제 이 지역에 더 이상 안전한 '성역'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서늘한 선언이다. 인류 보편의 권리인 종교적 자유가 특정 집단의 확장주의 아래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

 

'영혼의 통로'를 막아버린 물리적 장벽

 

동예루살렘에서 시행 중인 강력한 이동 제한은 단순한 치안 유지가 아니다. 그것은 기독교인들의 영적 탯줄을 끊는 행위다. 총대주교는 "성소에 접근할 권리는 2,000년 된 신앙에 기반한 성스러운 권리"임을 역설하며, 현재의 조치들이 어떻게 공동체의 생존을 말려 죽이고 있는지 고발한다.

 

예배를 드리러 가는 길이 물리적으로 차단된다는 것은, 기독교 공동체가 이 땅에서 가져온 역사적 정통성을 부정당하는 것과 같다. 기도가 사라진 성당은 박물관의 박제된 유물로 전락할 뿐이며, 공동체는 뿌리부터 급격히 메말라가고 있다. 2,000년을 이어온 신앙의 맥박이 행정 명령과 바리케이드 앞에서 멈춰 서고 있다.

 

가자의 폐허에서 본 '안보'의 역설

 

총대주교의 경고는 차가운 사무실이 아닌 참혹한 현장에서 길어 올려진 것이다. 그는 최근 가자지구를 직접 방문하여 무너진 성당의 잔해와 찢겨나간 인간의 존엄을 목격했다. 그곳에서 그가 목도한 것은 '안보'라는 명분 아래 행해지는 군사 작전이 실제로는 종교적 성스러움을 어떻게 잠식하고 억압하는지에 대한 증거였다.

 

그는 예루살렘과 서안지구에서 벌어지는 강제적 군사 조치를 "수용할 수 없는 위반"이라 규정했다. 군사적 논리가 기도를 압도하고, 탱크가 예배당 앞을 가로막는 현실 속에서 평화라는 단어는 설 자리를 잃었다. 가자의 재건을 호소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성지의 다원적 가치가 완전히 잿더미가 되기 전 국제사회가 응답해야 한다는 간절함이 서려 있다.

 

'두 국가 해법'의 소멸과 마지막 보루

 

상황은 이제 거대한 정치적 함수와 맞물려 최악의 시나리오로 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독교 공동체에 대한 압박이 결국 '서안지구의 공식 합병'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분석한다. 국제적 연결망을 가진 기독교 공동체는 합병을 가로막는 마지막 보루와 같기 때문이다.

 

만약 합병이 현실화된다면, 유엔이 견지해 온 '두 국가 해법'은 영구히 소멸한다. 이는 단순히 영토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법적 질서가 한 민족의 생존권과 한 종교의 역사 앞에서 무력화되는 실존적 위기의 정점이다. 테오필로스 3세 총대주교는 묻는다. "2,000년의 공존이 무너진 이후의 성지는 과연 누구를 위한 땅인가?"

 

성지의 미래를 위한 기자의 묵상

 

예루살렘의 진정한 가치는 황금 돔의 화려함이나 웅장한 성벽에 있지 않다. 서로 다른 신념들이 부딪치면서도 끝내 서로를 용납했던 그 '다원성'이야말로 성지를 성지답게 만드는 핵심이다. 지금 그 관용의 기둥이 꺾이고 있다. 증오가 신념을 대신하고, 군화가 기도를 짓누르는 땅에서는 그 어떤 평화도 자라날 수 없다. 2,000년의 세월을 견뎌온 이 오래된 약속이 꺼지지 않도록, 우리는 침묵 대신 목소리를 내야 한다. 성스러운 공존의 불씨는 이제 우리 모두의 관심 속에 간신히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작성 2026.02.07 19:21 수정 2026.02.07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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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