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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흔적
건들 장마에 자욱이 멀어진 앞산
내민 손에 숨죽인 아우성들이 눅눅히 쌓인다
상수리나무 군락 사이 젖은 비탈길
촉수를 사방으로 내뻗은 뿌리
걸터앉은 퇴적물은 밤새워 층을 쌓아
염원 담은 발자국 받아 낸다
늘어진 기운 붙잡은 맨발
낯선 울음소리 흘리며 짝 찾는 고라니
쉰내 나는 여인네들의 수다에 묻힌
강아지 작은 발자국
나발 모자 쓴 채 반쯤 묻힌 도토리의 한숨까지
긴 꿈 깨어 목청껏 노래하다
생을 마친 매미의 주검
유혹하던 암칡 보랏빛 향 뿌리고
검은 상복의 조문객들이 줄을 잇는다
오늘 밤 또 달구비 오면
텅 빈 흔적마저 지워지겠지

[정향숙]
2024년 《시와 소금》 등단.
율동시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