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Ⅰ. 들어가며: 복합 다중 시론(complex-multiplex poetics)’의 관점
시집 『수선화 꽃잎만 더듬는 늪에 던지는 돌』(2025)을 쓸 때, 시론을 고민하다가 ‘복합 다중 시(Complex-Multiplex Poetry)’라는 관점에 무게를 두었다. ‘복합 다중 시’는 단순히 여러 장르나 시점을 혼합한 것이 아니다. 시의 구성 방식 자체가 다중적 층위와 복합적 관계 구조를 지닌 시이다. 즉, 의미, 화자, 서사, 갈래 등이 복수 혹은 다층적으로 존재하면서 독자가 그 안에서 다양한 해석을 하도록 유도하는 형태이다. 해석학적 연계성에도 주목한다.
시집 『수선화 꽃잎만 더듬는 늪에 던지는 돌』은 탈경계 메타시, 시집 의인화 시, 사회 비판 풍자시를 삼두마차처럼 구동시키는 복합 갈래 실험 시집이다. 핵심은 해체적 메타시이다. 여기에 시의 존재론적 질문, 문학 단체 체제 비판, 예술의 소비와 잊힘에 대한 은유, 사회 구조에 대한 저항을 문학적 기법으로 집약했다.
이러한 ‘복합 다중 시론’은 시의 구조와 언어, 해석적 층위의 중첩만을 겨냥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이 모든 복합성을 내부에서 촉발시키는 ‘복합 다중 상상력’을 창작 주체의 작동 조건으로 전제한다. 이는 단일한 인식과 감각의 궤적을 따르는 전통적 상상력과는 달리, 타자의 말, 파편화된 기억, 미해결의 감정, 감각 간 충돌 등이 내면에서 복수로 교차하는 방식으로 시를 발생시킨다.
시 안에 화자가 여러 명 존재한다. 다층적 서사 구조(긴장미의 연속성, 병행 구조, 다성적 운율, 다층적 의미 등)이고, 읽는 순서나 조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시이다. 아직 대중에겐 낯선 용어일 수 있지만, 문학의 실험성에 적합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번 실험 시집에 내재시킨 시론을 문예 창작 학술로 발전할 수 있는 용어이기를 기대해 본다.
현대시는 하나의 정체성을 고수하지 않는다. 시가 더는 감정을 유기적으로 조직하는 낭만적 서정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는다. 산문과 시의 경계, 비평과 창작의 경계,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오가며 자기 기호를 파괴한다. 시집 『수선화 꽃잎만 더듬는 늪에 던지는 돌』은 바로 이러한 경계 해체의 시학을 실험한 텍스트이다.
이 시집은 장르 혼합, 시적 자아의 분열, 문학 제도에 대한 내적 고발, 시어의 해체 실험, 독자 해석의 유도 등을 통합한 복합 다중 시적 장치이다. 이를 ‘복합 다중 시(Complex-Multiplex Poetry)’라고 칭한다.
시집 『수선화 꽃잎만 더듬는 늪에 던지는 돌』은 한국 시의 형식과 내용을 경유하며 동시대의 문학장에 강한 파문을 일으킬 수 있는 시집이다. 이 작품은 형식의 파괴와 재구성, 시적 자아의 분열과 복합화, 상징의 중첩과 정치적 풍자라는 면에서 단일한 시 이론으로 분석하기 어렵다. 특히 사회 현상에 관해 사라져가는 순우리말과 경상도 사투리를 활용한 꼬집고 비트는 풍자의 난해성, 기초 자연과학의 태양계의 공전 주기를 활용한 미래 시간성의 난해성, 시적 대상에 대한 다층적 의미의 내적 해체성, 시험 문제와 풀이 형식의 낯설게 하기 기법의 해체성 등을 단번에 해석하거나 분석할 수는 없다. 그만큼 난해한 시이다.
이 시집은 ‘복합 다중 시(Complex-Multiplex Poetry)’를 다양한 사조와 비평 방법론을 종합한 ‘복합 다중 시론(complex-multiplex poetics)’의 관점에서 썼다. 이론적 배경은 후기구조주의, 해체주의, 포스트모더니즘, 동양 철학, 비판적 리얼리즘, 메타 시론, 해석학, 수용 미학 등이 혼성적으로 작동하는 구조이다.
이 시론은 단일한 해석 틀을 넘어서는 시의 다성성(Polyphony)과 다층성(Multilayeredness/Stratification), 다의성(Ambiguity/Polysemy)과 함축성(implicit meaning/suggestiveness), 장르 혼성(Genre Hybridization/Genre Mixing), 사회적 담론의 다중층(Multi-layered/Multiple Layers/Multilayered Structure)에 초점을 둔다. ‘복합 다중 시론’은 텍스트 안의 다층적 언어 사용과 시적 주체의 파편화를 전제한다. 이를 통해 시집 전체의 구조적 긴장과 사회적 맥락을 동시에 해명한다.
‘복합 다중 시론’은 하나의 기율이나 관념, 스타일에 고정시키지 않는다. 다중의 시론적 이념과 감각, 형식과 이질적인 장르들을 유기적으로 혼성하거나 혼종시키는 시적 실험들을 포괄하는 메타 시론이다. 이때 ‘복합 다중 시론’이 표방하는 시적 복합성과 다층성은 단지 외재적 구조나 형식적 배치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을 촉발하고 견인하는 창작 주체의 내면적 사유 작용, 곧 ‘복합 다중 상상력’에 기초한다.
이 상상력은 단일한 감각의 궤적을 따르지 않고, 해체된 기억, 타자의 발화, 감각의 충돌, 미결의 감정 등이 다성적, 다의적, 다층적으로 병치·교차한다.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Louis Pierre Bachelard, 1884~1962)의 4원소론처럼 재생적 상상력과 창조적 상상력, 물질적 상상력, 형태적 상상력, 역동적 상상력, 신화적(원형적) 상상력 등이 유기적으로 내밀하게 작동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들 상상력이 복합적으로 작동하여 만들어 내는 산물이다. 이는 시를 생성하는 내면의 정신 작용을 지시한다. ‘복합 다중 시론’은 시를 생산하는 인식론적 방식이자, 존재 방식에까지 연결되는 시적 상상력의 작동 구조를 함축한다.
따라서 이 글에서 ‘복합 다중 시론’이라는 새로운 이론적 틀을 제안한다. ‘복합 다중 시론’은 시가 단일한 의미 체계나 장르적 범주에 포섭되지 않고, 기호적 자율성과 정치적 실천성, 비판적 담론성과 메타시적 자기반성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시와 시론, 창작과 비평의 경계를 넘어선 시적 실천의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 이 글은 『수선화 꽃잎만 더듬는 늪에 던지는 돌』의 ‘복합 다중 시론’의 이론적 정합성과 시학적 실효성을 실증적으로 검토한다.
이 시론은 기존 시론들과 구분할 수 있다. ‘복합 다중 시’의 구조와 사유를 설명한다. 이론적 기반과 시적 실험을 통합적으로 탐색한다. 이때 중심이 되는 것은 다성성(polyphony), 혼종성(Hybridity), 자기 지시성(self-referentiality) 등의 시적 장치와 더불어, 이러한 장치들이 작동하도록 견인하는 ‘복합 다중 상상력’이다. 이는 이질적 감각과 인식, 타자의 목소리와 서사의 파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충돌·융합하는 창작 주체의 내면적 사유와 역동을 지칭한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경남정보대학교 겸임교수
저서 : 평론집 10권, 이론서 3권, 연구서 3권, 시집 6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