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닮은 AI, 인간의 편견까지 학습하다

데이터는 중립적인가: 학습 데이터가 만드는 보이지 않는 왜곡

채용·금융·치안까지 확산된 알고리즘 결정의 그림자

공정한 AI는 가능한가: 규제와 윤리, 그리고 사회적 책임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이미지=AI 생성]

 

인공지능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라는 이미지로 소비되어 왔다. 감정도 없고 이해관계도 없는 기계이기에 인간보다 더 공정할 것이라는 기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그러나 최근 여러 연구와 사례는 그 믿음이 절반만 맞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AI는 스스로 편견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대신 인간이 축적해 온 데이터 속 패턴을 학습한다. 문제는 그 데이터 자체가 이미 사회적 불균형과 차별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가 2023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상용 AI 시스템 상당수가 인종, 성별, 연령과 관련된 통계적 편향을 드러냈다. 보고서는 “AI의 편향은 기술 결함이 아니라 데이터와 사회 구조의 반영”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AI가 인간을 닮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간의 언어, 행동, 판단 기록을 학습하는 한, 인간 사회의 그림자 역시 함께 흡수한다는 의미다.

 


데이터는 중립적이지 않다

AI는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해 패턴을 찾는다. 하지만 데이터는 결코 진공 상태에서 생성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과거 20년간 특정 직군에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면, 그 데이터를 학습한 채용 알고리즘은 남성 지원자를 더 ‘적합하다’고 판단할 확률이 높아진다.

 

실제로 2018년 아마존의 채용 AI 시스템은 여성 지원자에게 불리한 평가를 내린 사실이 드러나 폐기됐다. 당시 시스템은 과거 채용 데이터를 학습했는데, 그 데이터 자체가 남성 중심 구조를 반영하고 있었다. 알고리즘은 단지 통계적 패턴을 따랐을 뿐이지만, 결과적으로 성별 편향을 강화했다. 이는 AI가 차별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기록을 충실히 복제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알고리즘 결정의 사회적 파장

AI 편향 문제는 실험실 차원을 넘어 현실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금융권에서는 신용평가 알고리즘이 특정 지역 거주자에게 낮은 점수를 부여하는 사례가 보고됐다. 범죄 예측 시스템은 과거 체포 데이터에 기반해 특정 인종 밀집 지역을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하는 경향을 보였다.

 

미국 MIT 미디어랩 연구진은 2019년 얼굴 인식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백인 남성에 비해 흑인 여성의 인식 오류율이 현저히 높다고 발표했다. 연구는 학습 데이터의 다양성 부족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알고리즘은 중립적 판단 도구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회적 권력 구조를 재생산할 위험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결정이 인간 판단보다 더 객관적이라는 신뢰를 받는다는 점이다.

 

 

기술 기업의 대응과 한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글로벌 기업은 AI 윤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편향 감지 도구를 개발해 왔다. 데이터 다양성을 확보하고, 모델 학습 과정에서 공정성 지표를 측정하는 방식이 도입됐다. 그러나 기술적 해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성의 기준 자체가 사회적 합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동일한 합격률을 맞추는 것이 공정한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공정한지에 대한 철학적 논쟁이 존재한다. 유럽연합은 2024년 AI법을 통과시키며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해 투명성과 책임성을 의무화했다. 이는 기술 문제를 법과 제도로 관리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공정한 AI는 가능한가

완벽하게 편견 없는 AI는 이론적으로도 쉽지 않다. 사회가 완전히 평등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명한 데이터 공개, 독립적 감사, 다양한 집단의 참여는 편향을 줄이는 현실적 방안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AI 개발 단계에서부터 사회학자, 윤리학자, 법률 전문가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술은 중립적 도구가 아니라 사회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결국 AI의 편향 문제는 인간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와 직결된다.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이미지=AI 생성]


AI는 인간을 닮았다. 그 닮음에는 창의성과 효율성뿐 아니라 편견과 불균형도 포함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판단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시대에, 우리는 기술을 맹신할 수 없다. AI의 편향은 기술 실패가 아니라 사회의 거울이다. 따라서 해결책 역시 기술 내부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책임과 연결된다. 더 다양한 데이터, 더 투명한 알고리즘, 더 엄격한 제도는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인간 사회의 불평등을 줄이려는 노력 없이는 완전한 공정성에 도달하기 어렵다. AI 시대의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어떤 사회를 학습시키고 있는가. 그 답이 곧 미래 알고리즘의 모습이 될 것이다.

 

 

[편집자 Note]

알고리즘은 인간보다 공정할 것이라는 믿음과 달리, AI는 우리 사회의 편견과 차별을 가장 성실하게 복제하는 ‘차가운 거울’에 가깝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의 결함이 아니라, 그 거울이 비추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직면하는 용기입니다. AI가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묻는 일은, 결국 우리가 어떤 미래를 만들고 싶은지 스스로 묻는 과정과 같습니다.

 

 

박소영 | 진로·커리어 기획 컨설턴트

            커리어온뉴스 편집장 · 언론인

 

 

"도구가 정교해질수록, 그 도구를 쥐는 손의 힘이 중요해집니다."

 

AI가 내놓은 답이 '객관적 사실'인지 '복제된 편견'인지 가려내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요? 

기술이 인간의 언어를 완벽히 흉내 내는 시대, 역설적으로 우리가 지켜내야 할 것은 명령어를 잘 입력하는 기술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는 힘’입니다.

다음 기사 [프롬프트보다 중요한 것: 당신의 언어적 사고력]에서 그 해답을 이어가 보시기 바랍니다.

작성 2026.02.18 14:10 수정 2026.02.1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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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