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우동 전문점이나 소바집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오는 소리가 있다. 면을 한 번에 들이마실 때 나는 ‘후루룩’ 소리다. 한국이나 서구권 문화에서는 식사 중 소리를 내는 행위가 무례하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에서는 이 소리가 특별히 문제 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식사 풍경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일본인들은 왜 우동을 먹을 때 소리를 내며 먹는 것일까.
우선 이는 ‘맛있게 먹고 있다’는 표현의 일종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일본에서 면 요리는 속도감 있게 즐기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우동과 소바는 뜨거운 육수와 함께 빠르게 먹는 것이 맛을 살리는 방법으로 여겨진다.
면을 젓가락으로 들어 한 번에 흡입하면 공기가 함께 들어가면서 국물의 향이 코로 퍼진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소리가 발생한다. 즉, 소리는 의도적인 과장이 아니라 음식의 향과 온도를 동시에 즐기기 위한 결과물이다.

과학적 이유도 있다. 뜨거운 면을 공기와 함께 들이마시면 면의 온도가 빠르게 낮아진다. 이는 입안 화상을 방지하고, 면의 탄력과 국물의 풍미를 보다 선명하게 느끼게 해준다. 실제로 향은 공기와 함께 코를 통해 인지될 때 더 강하게 느껴진다. 따라서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는 방식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감각적 효율성을 높이는 식사법이기도 하다.
역사적 배경도 빼놓을 수 없다. 에도 시대부터 소바는 빠르게 조리하고 빨리 먹는 서민 음식으로 인기를 끌었다. 바쁜 상인과 노동자들이 길거리에서 서서 먹던 문화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면을 들이마시는 방식이 자리 잡았다. 그 흐름이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이다. 전통적인 면 전문점에서는 여전히 손님들이 소리 내어 먹는 모습이 일상적인 풍경이다.
물론 모든 상황에서 소리를 내는 것이 권장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글로벌 매너 의식 확산으로 고급 레스토랑이나 격식을 갖춘 자리에서는 소리를 자제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 내에서도 세대와 장소에 따라 인식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우동·소바 전문점에서는 여전히 자연스러운 식문화로 받아들여진다.
문화적 차이 역시 중요한 요소다. 서구권에서는 식사 중 소리를 최소화하는 것이 예의로 여겨지지만, 일본에서는 면 요리만큼은 예외적이다. 이는 예절의 우열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차이다. 같은 행동이라도 사회적 맥락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일본에서 후루룩 소리는 무례함이 아니라 ‘면을 제대로 즐기는 방식’으로 이해된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을 찾은 외국인들이 처음에는 소리를 어색하게 느끼다가도 점차 자연스럽게 따라 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음식 문화는 체험을 통해 이해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소리는 그 사회가 오랜 시간 축적해온 생활 방식의 일부다.
결국 우동을 후루룩 소리 내며 먹는 이유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맛과 향, 속도, 역사, 문화가 결합된 결과다. 여행지에서 들리는 낯선 식사 소리는 그 나라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단서다.
일본에서 우동을 먹게 된다면 조용히 먹을지, 현지 방식대로 후루룩 소리를 낼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다만 그 배경을 알고 나면 한 그릇의 우동이 더욱 깊이 있게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