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발부담금은 높게, 토지보상금은 낮게 산정되던 불합리한 토지가격 적용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동일 토지에 상이한 표준지를 적용한 것은 공정성에 어긋난다며 재산정을 권고했고, 관할 지방정부가 이를 수용하면서 과도한 부담금이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문제의 핵심은 행정기관이 개발행위허가에 따른 개발부담금 산정엔 공시지가가 높은 표준지를 적용한 반면, 공익사업 토지보상금 산정에는 공시지가가 낮은 표준지를 적용해 동일 토지에 서로 다른 평가 기준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토지 소유자는 개발부담금은 과도하게, 보상금은 과소하게 받는 구조적 손해를 입게 됐다.
해당 사례는 2010년 ㄱ씨가 임야 2필지에 근린생활시설 2개 동을 신축한 데서 시작됐다. 지방정부는 인근 상업용지인 ‘토지 1’을 표준지로 삼아 개발부담금 8억 원을 산정했다. 이 표준지는 왕복 2차로 주도로와 직접 접한 위치로 공시지가가 높은 지역이었다. 그러나 이후 해당 토지가 산업단지 조성사업에 편입되면서 2018년 보상금이 산정될 때 적용된 표준지는 주거용지인 ‘토지 2’로 바뀌었다. 이 지역은 주도로에서 약 180m 떨어져 있어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았다.
2010년 당시 공시지가만 봐도 차이는 극명했다. ㄱ씨 소유 토지는 ㎡당 8만6,900원이었으나, 개발부담금 산정 기준이 된 토지 1은 57만2,000원, 보상금 기준이 된 토지 2는 28만2,000원으로 두 표준지의 가격 차는 2배 이상 벌어졌다. 이로 인해 개발부담금은 상향되고 보상금은 축소되는 결과가 초래됐다.
ㄱ씨는 형평성 침해를 이유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이후 국민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제기하면서 사안이 다시 논의됐다. 국민권익위는 △법원이 보상금 산정 기준을 확정한 점 △두 표준지의 도로 여건·이용현황이 현저히 다른 점 △공시지가 차이가 과도하게 발생한 점 △상반된 평가 기준으로 조세 부담이 왜곡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특히 고액 부담금에 연체 가산금까지 더해져 실질적 부담이 과중했다는 점을 주요 판단 요소로 들었다.
권익위는 보상금 산정에 사용된 표준지를 기준으로 개발부담금을 다시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관할 지방정부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결론”이라며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사유재산 평가는 보상 목적이든 과세 목적이든 동일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며 “각기 다른 잣대를 사용해 국민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공정한 평가 기준 확립을 통해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과세 행정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개발부담금·토지수용 보상금 산정 과정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한다. 산업단지 조성, 도시개발 등 공익사업이 확대되는 가운데 평가 기준의 일관성·객관성 확보가 중요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표준지 선정은 감정평가의 출발점”이라며 “같은 토지라도 상황에 따라 유리한 기준만 선택한다면 시장 신뢰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례는 단순한 개인 민원을 넘어 토지가격 산정 체계 전반을 재점검하는 계기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유사 사례가 있는 토지 소유자의 경우 표준지 선정의 적정성을 면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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