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개미가 건네는 거대한 자유의 질문

작은 존재의 탈주, 공동체의 굴레를 벗다

자유의 대가, 고독과 위기의 연속

사랑과 연대, 새로운 공동체의 가능성

 

『잔디숲 속의 이쁜이 1』, 작은 개미가 건네는 거대한 자유의 질문

 

 

1971년부터 1973년까지 ‘카톨릭 소년’에 연재된 장편동화 『잔디숲 속의 이쁜이 1』은 아동문학가 이원수가 남긴 의미 깊은 작품이다. 1998년 웅진출판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된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개미의 모험담이지만, 그 이면에는 공동체와 개인, 자유와 억압, 사랑과 책임이라는 묵직한 주제가 흐르고 있다.

 

이 책은 어린이문학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성인 독자가 읽을 때 오히려 더 선명한 울림을 남긴다. 한 마리 일개미 ‘이쁜이’의 선택과 여정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어디까지 자유로운가.

 

주인공 이쁜이는 개미족속에서 태어나 공동체 생활을 이어간다. 그곳에서의 삶은 질서정연하지만, 동시에 구속과 훈련, 반복된 노동으로 가득하다. 모진 훈련과 통제는 개미 사회의 유지에 필수적이지만, 이쁜이에게는 숨막히는 족쇄로 다가온다.

 

결국 그는 익숙한 터전을 떠난다. 이는 단순한 공간 이동이 아니라 체제에 대한 조용한 저항이다. 넓고 거대한 잔디숲은 인간에게는 사소한 공간이지만, 개미에게는 세계 그 자체다. 작가는 미시적 세계를 거대하게 확장시켜 독자가 그 안에 몰입하도록 만든다.

 

이 장면은 성인 독자에게 직장, 조직, 사회적 규범이라는 틀을 떠올리게 한다. 안정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스스로의 길을 선택할 것인가. 이쁜이의 탈주는 이상주의가 아니라 생존을 건 선택이다.

 

자유는 낭만적이지 않다. 이쁜이가 마주한 세계는 잔혹하다. 폭우로 집이 무너지고, 떠돌이 개미에게 속임을 당하며, 과거 족속의 추적을 피해 달아나야 한다. 심지어 ‘개미귀신’이라는 포식자의 위협까지 겪는다.

 

이 과정은 사회적 독립 이후 개인이 겪는 현실과 닮아 있다. 경제적 자립, 인간관계의 배신, 예상치 못한 재난. 작가는 이를 동화적 상징으로 풀어내면서도 현실적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특히 개미학자 할아버지의 존재는 상징적이다. 그는 이쁜이와 똘똘이에게 “자유를 위해 열심히 살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이는 단순한 유언이 아니라 삶의 태도에 대한 선언이다. 자유는 쟁취하는 것이며, 유지하는 데에도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이쁜이의 여정은 고독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족속을 탈출한 똘똘이가 합류하면서 두 개미는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는 기존 공동체의 억압을 벗어난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다.

 

그러나 갈등은 다시 찾아온다. 미니라는 개미가 등장해 똘똘이를 위협하고, 새로운 족속을 세우려 한다. 이 장면은 권력과 소유욕, 질투라는 감정의 민낯을 드러낸다. 다행히 미니는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고 떠난다.

 

결국 이쁜이는 알을 낳고, 자신이 꿈꾸던 자유로운 족속의 기반을 마련한다. 여기서 작가는 자유가 완전한 개인주의로 귀결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진정한 자유는 새로운 공동체를 창조하는 데서 완성된다.

 

『잔디숲 속의 이쁜이 1』은 단순한 성장담이 아니다. 이는 체제와 개인, 순응과 저항, 사랑과 책임을 다층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이쁜이는 하찮은 존재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굴복하지 않는다. 수많은 위기를 견디며 스스로의 삶을 개척한다. 성인 독자가 이 책을 읽을 때, 어린 시절의 감수성을 넘어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안정을 이유로 꿈을 유보하고 있지 않은가. 타인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줄이고 있지 않은가.

 

이원수의 이 작품은 말한다. 자유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매일의 선택 속에서 만들어진다고.

 

작은 개미 한 마리의 모험담이 오늘 우리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그리고 그 거울 앞에서 우리는 묻는다. 나는 지금, 나의 잔디숲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가.

 

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기자 kjh0788@naver.com
작성 2026.02.27 09:27 수정 2026.02.2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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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