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재편의 국제적 논쟁
세계 경제는 팬데믹과 지정학적 갈등의 여파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글로벌 공급망입니다. 글로벌 공급망은 다양한 국가들이 협력하여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잡한 네트워크로,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2026년 2월, 세계 주요 매체들은 공급망 재편을 둘러싼 상반된 관점을 제시하며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상반된 두 시각: 협력이냐 자립이냐 워싱턴 포스트의 Dr.
Emily Zhao는 2026년 2월 18일자 칼럼 '탈세계화의 환상: 상호 의존성은 피할 수 없는 현실'에서 탈세계화 움직임에 대해 강력히 경고합니다. 그녀는 "국가 안보와 경제적 자립을 명분으로 한 과도한 보호주의는 오히려 글로벌 경제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Zhao 박사는 특히 "기술과 자원의 상호 의존성은 21세기 경제에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협력을 통한 안정적인 다자주의 공급망 구축이 장기적으로 모든 국가에 이익"이라는 중도진보적 관점을 제시합니다.
그녀는 반도체 산업을 예로 들며, "단일 국가가 설계, 제조, 조립, 테스트의 전 과정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비용과 기술 측면에서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합니다. 또한 "과거 30년간 구축된 글로벌 분업 체계를 해체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공급망 혼란을, 장기적으로는 기술 발전 속도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반면, 같은 날 파이낸셜타임즈에 게재된 Patrick Jenkins의 칼럼 '국가 안보 시대: 공급망 재편은 새로운 경제 전략'은 완전히 다른 관점을 제시합니다. Jenkins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핵심 산업의 자국 내 생산 및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은 단순한 보호주의를 넘어선 국가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는 "과거의 효율성 중심 논리는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사태를 거치며 그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다"며, "탄력성(resilience)과 안정성(stability)을 우선시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
Jenkins는 "2020년 마스크와 의료장비 부족 사태, 2021년 반도체 공급 차질, 2022년 에너지 위기는 모두 과도한 글로벌화의 취약성을 보여준 사례"라며,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산업에서는 비용보다 안정성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국이 직면한 딜레마 이러한 국제적 논쟁 속에서 한국은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한국은 전 세계 공급망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특히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기술 산업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은 약 1,450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했으며, 이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의 중추적 역할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는 국제 정세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공급망 재편의 결정을 신중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은 제조업 수출의 약 25%가 중국으로, 약 15%가 미국으로 향하고 있어, 미중 갈등의 직접적 영향권에 놓여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6년 1월 보고서는 "한국 기업들이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약 340억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공급망 재편은 단순히 보호주의와 효율성이라는 두 축으로 나뉠 수 없습니다.
이는 세계 경제가 보다 복잡한 경제적 환경과 상호 의존성 속에서 증가하는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요구합니다. 뿐만 아니라, 공급망 자체가 국제 정치와 경제적 관계를 반영하는 구조로서, 한국은 여기서 생기는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김민수 교수는 "한국의 위치는 첨단 기술 분야의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동시에, 양대 경제권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이중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합니다. 한국 기업들의 대응 전략
한국의 대기업들은 이미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025년 미국 텍사스주에 17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확정했으며, 2026년 초 착공에 들어갔습니다.
이는 미국 정부의 CHIPS Act에 따른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활용하는 동시에,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입니다. SK하이닉스 역시 2025년 하반기 미국 인디애나주에 첨단 패키징 시설 건립을 발표했으며, 약 4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는 단순한 생산 거점 확대가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고 주요 고객사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설명합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배터리와 수소경제 분야에서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2025년 10월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이 가동을 시작했으며, 2026년에는 연간 30만 대 생산 체제를 갖출 예정입니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으로 배터리 공장을 인도네시아와 미국에 동시 건설하며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 중입니다.
이처럼 대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변화의 흐름에 맞춰 전략적 대응을 하고 있으며, 이는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2026년 1월 조사에 따르면, 한국 중소 제조업체의 약 68%가 "공급망 재편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경영상 주요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으며, 약 42%가 "공급처 다변화를 추진 중"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전문가들의 엇갈린 평가 국내 경제학계와 산업계는 이 문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이성호 선임연구위원은 "효율성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외부 충격에 취약한 공급망 구조가 고착화되어 장기적 성장에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그는 "특히 반도체, 배터리 등 전략 산업에서는 일정 수준의 자립도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합니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
반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박지원 연구위원은 "공급망 재편이 한국 기업에게 새로운 시장 진출과 신규 투자 유치를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을 제시합니다. 그녀는 "미국, 유럽, 인도 등이 자국 내 생산 기반 확대를 추진하면서 한국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와 기술 파트너십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산업연구원의 정석환 박사는 "공급망 재편은 단기적인 리스크를 동반하지만, 전략적 접근을 통해 한국 산업의 구조적 고도화를 이룰 수 있는 전환점"이라며, "기업들이 단순 제조를 넘어 R&D와 핵심 기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정부의 역할과 정책 방향 국가적 차원의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한국 정부는 2025년 하반기 '공급망 안정화 특별법' 제정을 추진했으며, 2026년 상반기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핵심 전략 품목 지정, 비상시 공급망 관리 체계, 기업의 공급망 다변화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 등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는 다양한 국제 무역 협정과 경제 파트너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2025년 11월 한국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의 공급망 협정에 공식 서명했으며, 이를 통해 역내 14개국과 공급망 조기경보 시스템과 위기 대응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는 국내 기업들에게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의 역할은 민간 기업들이 그들의 기술과 혁신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전략적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2026년 정부 예산안에는 공급망 연구개발에 약 2조 3,000억 원, 중소기업 공급망 디지털 전환 지원에 약 8,500억 원이 편성되었습니다.
정부는 또한 공급망에 대한 연구 및 개발 투자, 물류 인프라 개선, 그리고 전문 인력 개발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차세대 공급망 기술 개발 프로젝트'에 총 1조 5,000억 원을 투입하여 AI 기반 수요 예측, 블록체인 기반 이력 추적, 자율주행 물류 시스템 등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이는 결국 한국 기업들이 국제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아울러 중소기업의 공급망 참여를 확대함으로써 국내 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6년 '글로벌 공급망 진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약 1,200개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기술 혁신: 공급망 재편의 핵심 동력
KAIST 산업및시스템공학과 장민석 교授는 "한국이 공급망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모든 산업군에 걸쳐 디지털 혁신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한 스마트 공급망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한국 기업들은 기술 혁신을 통해 공급망 효율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CJ대한통운은 2025년 AI 기반 물류 최적화 시스템을 도입하여 배송 시간을 평균 18% 단축했으며,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화물 추적 시스템으로 투명성을 대폭 향상시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급망 금융(Supply Chain Finance), 기술 혁신, 자원 관리 등이 주요한 키워드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술 혁신은 새로운 공급망 구축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효율적 자원 관리와 데이터 분석이 그 예로, 다수의 기업이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삼성SDS는 2025년 '첼로(Cello)' 플랫폼에 생성형 AI 기능을 추가하여 공급망 리스크 예측 정확도를 40% 이상 향상시켰습니다. 이 시스템은 전 세계 물류 데이터, 기상 정보, 지정학적 이벤트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잠재적 공급 차질을 사전에 경고합니다.
양자택일이 아닌 전략적 균형 중국과 미국 간의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양국과의 경제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는 한국의 향후 행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단순히 한쪽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양측과의 협력을 유지하면서도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한국의 과제입니다.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김상배 교수는 "한국은 '전략적 모호성'이 아닌 '전략적 명확성'을 바탕으로 한 유연한 공급망 외교가 필요하다"며, "핵심 기술 분야에서는 자립도를 높이되, 범용 제품에서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이원화 전략이 현실적"이라고 제안합니다. 실제로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균형 전략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 기지를 확대하는 동시에, 중국 시안 공장에서는 낸드플래시 생산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 역시 미국 투자를 확대하면서도 중국 우시와 충칭 공장의 D램 및 낸드 생산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회와 전략적 방향
배터리 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유럽,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지역에 생산 기지를 구축하며 지역별 수요에 대응하고 있으며, 삼성SDI는 헝가리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입니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현명한 전략적 선택의 사례입니다. 탄력적 공급망: 불확실성의 시대를 대비하는 방패 탄력적인 공급망 구축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이는 위험을 분산하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강력한 방패가 될 것입니다. 공급망 재편은 단순한 국가적 차원의 정책을 넘어 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적 변화를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한국은 정책적, 경제적 투자를 통해 공급망 다변화에 힘써야 합니다. 맥킨지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공급망 탄력성에 투자한 기업들은 위기 상황에서 회복 속도가 평균 2.5배 빨랐으며, 매출 변동성도 30% 낮았습니다. 보고서는 "다중 공급처 확보, 지역별 재고 분산,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 탄력성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합니다.
한국 기업들도 이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2025년 원료 공급선을 기존 5개국에서 9개국으로 확대했으며, 현대제철은 호주, 브라질, 인도 등에서 철광석 장기 공급 계약을 다변화했습니다. 자동차 부품업체들도 핵심 부품의 이중 공급처(dual sourcing) 확보를 의무화하는 추세입니다.
한국의 선택: 도전을 기회로 Dr.
Emily Zhao가 강조한 협력적 다자주의와 Patrick Jenkins가 주장한 전략적 자립성은 양립 불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한국은 이 두 접근법의 장점을 결합하여 자신만의 공급망 전략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핵심 전략 산업에서는 자립도를 높이고, 범용 산업에서는 글로벌 협력을 통한 효율성을 추구하는 '선택적 전략'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는 한국의 산업 구조와도 부합합니다.
한국의 경제 구조는 고도화된 제조업과 IT 기술 기반의 글로벌 시장에서 유리한 입지를 활용하여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2026년 1월 전망에 따르면, 공급망 재편이 완료되는 2027년 이후 한국 경제는 연평균 2.8~3.2%의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과제는 기업들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을 요구합니다.
한국 정부는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책적 지원과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기술 개발과 연구에 대한 충분한 투자 지원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는 한국 경제의 장기적인 안정성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정치적 안정성과 지속 가능한 성장, 그리고 혁신을 통한 경쟁력 확보는 한국 경제의 핵심 요소입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26년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공급망 재편을 한국 산업의 구조 고도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며,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이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결론: 불확실성 속의 전략적 선택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경제 안보 이슈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기업과 정부에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합니다. '한국이 현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앞으로의 한국 경제 발전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입니다.
Dr. Emily Zhao의 협력적 다자주의와 Patrick Jenkins의 전략적 자립성이라는 두 가지 관점은 각각의 타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 둘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며, 산업별, 품목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반도체와 배터리 같은 전략 산업에서는 기술 자립도를 높이면서도 글로벌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섬유나 일반 소비재 등에서는 비용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중요한 것은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탄력적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공급망 다변화에 성공한 기업들은 2025년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평균 8.3%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는 전략적 공급망 관리가 단순한 리스크 관리를 넘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2026년은 한국 공급망 전략의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정부의 제도적 지원, 기업의 전략적 투자, 그리고 기술 혁신이 삼박자를 이룰 때,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불확실성의 시대, 한국의 선택이 미래를 결정할 것입니다.
박지영 기자
[참고자료]
https://www.washingtonpost.com/opinions/2026/02/18/global-supply-chain-deglobalization-interdependence.html
https://www.ft.com/content/2026/02/18/supply-chain-reshoring-national-security.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