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창호, 이하 ‘인권위’)는 2026년 3월 30일 국회의장에게, 국회에 계류 중인 군인의 복종의무와 관련한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하여, 명령 발령자는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적법한 명령을 해야 하고, 수명자가 상관의 명백히 위법한 명령에 대하여 거부 또는 이의 제기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하며, 이와 관련된 교육·훈련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반영하여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현행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이하 ‘군인복무기본법’)은 군인의 직무상 명령에 대한 복종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군 내부에는 상명하복 문화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어 하급자가 상급자의 명령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거부하기 어려운 구조적 현실이 존재한다.
결국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일부 병력이 명령의 정당성을 충분히 판단하지 못한 채 동원되는 등, 위법·부당한 명령에 대한 거부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드러났다. 이를 계기로 국회에는 군인이 위법·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권리와 의무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025년 12월 기준 총 14건이 발의되었다.
인권위는 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 수행을 위해 군의 위계질서와 명령 체계 확립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헌법상 보장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양심의 자유 또한 군인에게 적용되는 기본권인 만큼, 복종의무와의 관계를 명확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이에 대법원 판례와 독일·프랑스·미국·영국 등의 입법례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군인의 복종의무는 법률에 부합하는 명령에 한정되며 그 범위를 벗어나는 명령에 대해서는 복종의무가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고, 명령 발령자는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 명령을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또한 누구라도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는 명백한 위법 명령에 대하여 거부 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법률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아울러, 인권위는 군인이 위법 명령의 범위와 대응 절차를 정확히 이해하고 행사할 수 있도록 헌법, 군인복무기본법, 계엄법 등 관련 법령에 대한 교육·훈련을 법률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으며, 특히 간부 양성 과정부터 관련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인권위는 이번 법 개정을 통해 군의 위계질서와 명령 체계가 군인의 기본권 보호와 조화를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하며, 앞으로도 군 복무 중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