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신화극장] 설악산 '봉정암'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3분 신화극장] 설악산 ‘봉정암’

 

안녕하세요. 한나라입니다. 신화는 시간에 새긴 신들의 연대기가 아니라, 세상을 만들어간 인간의 마음이 남긴 흔적입니다. 그래서 신화는 시간이 낡아도 사라지지 않고, 오늘도 우리의 가슴 속에서 숨처럼 되살아나 이야기가 됩니다. [3분 신화극장]은 신들의 이름을 빌려 인간의 얼굴을 비추는 등불입니다. 이제, 이야기의 문을 열어볼까요. Let’s go.

 

오늘은 바람이 기도를 배우고, 돌이 시간을 품는 강원도의 깊은 산, 설악산 그 중에서도 구름보다 높은 암자, 봉정암에 얽힌 신화 같은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아주 오래전, 인간의 발걸음이 드물던 시절 설악의 바위들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서 있었고, 골짜기에는 아직 말이 아닌 침묵이 더 깊었습니다. 그때 한 수행자가 이 산을 찾아 들어왔습니다. 세상의 번뇌를 내려놓기 위해서였지만, 그의 마음에는 아직 내려놓지 못한 질문 하나가 남아 있었지요.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그는 가장 높은 바위 끝에 자리를 잡고 비와 눈, 바람을 스승 삼아 앉았습니다. 날은 길어지고, 계절은 바뀌었지만 그의 물음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하늘이 유난히 맑던 새벽 한 마리 봉황이 구름을 가르며 내려왔습니다. 그 새는 불꽃처럼 빛났지만, 그 울음은 놀랍도록 고요했습니다. 봉황은 수행자의 앞에 내려앉아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그 순간, 수행자는 깨달았습니다. 답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묻고 있는 그 마음 안에 있다는 것을. 봉황은 다시 날아올라 하늘과 바위 사이를 한 바퀴 돌고 사라졌습니다. 그날 이후, 그 자리는 봉정암, 곧 ‘봉황이 머물다 간 자리’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그곳이 단순한 암자가 아니라 하늘과 인간의 질문이 만나는 자리라고 믿게 되었지요.

 

그 뒤로도 수많은 이들이 그 바위에 앉아 같은 질문을 꺼내 놓았습니다. 어떤 이는 눈 속에서, 어떤 이는 여름의 번개 아래에서 끝내 답을 얻지 못한 채 내려가기도 했지요. 그러나 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그들의 침묵을 조금씩 가볍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봉정암은 깨달음을 주는 곳이 아니라 스스로 덜어내게 하는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래 머물다 내려온 이들의 눈빛은 조금씩 달라져 있습니다.

 

무언가를 얻은 사람의 빛이 아니라, 무언가를 내려놓은 사람의 고요가 깃들어 있지요. 그들은 더 이상 답을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바람처럼 살아가며 때로는 아무것도 쥐지 않은 두 손으로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을 조용히 증명할 뿐입니다.

 

지금도 봉정암에 오르는 이들은 쉬운 길 대신 가파른 바위를 택합니다. 그 길 위에서 자신이 무엇을 붙잡고 있는지 하나씩 내려놓기 위해서입니다. 오늘 밤, 산 위에서 바람이 유난히 맑게 울린다면 그건 어쩌면 그 봉황이 아직도 누군가의 질문 곁을 맴돌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한 편의 작은 드라마, [3분 신화극장]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한나라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작성 2026.04.14 09:50 수정 2026.04.1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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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