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 윤동주, <또 다른 고향> 부분
사마천의 『사기』에 등장하는 이야기.
진시황이 죽고 어린 아들 호해가 2대 황제가 되자, 환관 조고는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기묘한 시험을 한다.
조고는 황제에게 사슴 한 마리를 바치며 말했다.
“폐하, 아주 훌륭한 말 한 마리를 구해왔습니다.”
황제는 웃으며 말했다.
“승상이 착각했구려, 사슴을 보고 말이라니?”
황제는 신하들을 둘러보았다.
조고의 권세가 두려웠던 신하들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폐하, 말이옵니다.”
그 유명한 사자성어 ‘위록지마(指鹿爲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황제 호해는 얼마나 참담했을까?
‘이게 꿈이야? 생시야?’
하지만, 호해는 생각했어야 했다.
‘황제’라는 게 아무리 높은 자리여도
그건 진정한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인간의 진정한 소명은 자기 자신이 되는 것, 즉 자아(Ego)를 넘어선 자기(Self)를 실현하는 일이다.’
그는 스스로 다그쳐야 했다.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그가 백골의 고향을 넘어 아름다운 영혼의 고향, 진정한 자기(Self)를 실현하려 했더라면, (자신의 아픔보다) 한평생 억울하게 살다가는 만백성의 아픔이 더 강하게 와닿았을 것이다.
그러면 그의 운명은 달라졌을 것이다. 그는 ‘좋은 황제의 길’을 묵묵히 걸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