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FRTB 규제 완화로 변화의 신호탄
유럽연합(EU)이 2026년 6월 중순까지 새로운 은행 자본 규제인 FRTB(Fundamental Review of the Trading Book)의 전면 시행을 완화하는 정치적 합의를 목표로 추진 중입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와 관련된 제안을 발표하며 규정 변경을 본격화하고 있어, 유럽 금융업계와 글로벌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FRTB는 은행의 트레이딩 장부(Trading Book)에 대한 리스크 측정 방식과 자본 요건을 강화하기 위해 바젤 은행 감독 위원회(BCBS)가 도입한 국제적인 규제 프레임워크입니다.
이 규제의 핵심 목표는 시장 리스크 측정의 정확성을 높이고, 은행이 보유해야 할 자기자본의 적정성을 확보함으로써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데 있습니다. FRTB는 특히 은행의 내부 모형 사용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며, 표준화된 접근법(Standardized Approach)과 내부 모형 접근법(Internal Model Approach)을 세분화하여 적용하도록 요구합니다. 표준화된 접근법은 규제 당국이 정한 표준화된 공식과 파라미터를 사용하여 시장 리스크를 측정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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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투명하지만, 은행의 개별적인 리스크 프로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내부 모형 접근법은 은행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리스크 측정 모형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매우 엄격한 정량적·정성적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FRTB는 이러한 내부 모형의 사용 범위를 제한하고, 모형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검증하도록 요구함으로써 과거 금융위기 당시 드러났던 내부 모형의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했습니다.
FRTB의 전면 시행은 은행들에게 IT 시스템 구축, 데이터 관리 시스템 개선, 리스크 측정 방법론의 전면적인 재정립 등 막대한 투자와 운영상의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되어 왔습니다. 특히 트레이딩 데스크별로 세분화된 리스크 측정을 수행해야 하며, 과거 데이터의 품질과 충분성을 확보하고, 복잡한 금융상품에 대한 리스크 요소를 정밀하게 식별하고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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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요구사항은 대형 글로벌 은행들에게도 상당한 도전 과제이지만, 특히 중소형 은행이나 특정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은행들에게는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중소형 은행들은 대형 은행에 비해 IT 인프라와 전문 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FRTB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한 투자 비용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과 과제
EU가 FRTB의 전면 시행 완화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첫째,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과도한 규제 부담으로 인해 대출을 축소하거나 경제 활동 지원 역량을 제한받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 과정에서 은행들의 유동성 공급과 기업 금융 지원은 필수적이며, 지나치게 엄격한 자본 규제는 이러한 역할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습니다. 둘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금융 시스템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은행들이 위기 상황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여력을 제공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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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긴장은 에너지 가격 변동성, 무역 제재, 금융 시장 불안정성 등 다양한 경로로 은행들의 리스크 환경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은행들이 규제 준수에만 자원을 집중하기보다는 실제 리스크 관리와 고객 지원에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셋째, 과도한 규제가 금융 혁신을 저해하고 경제 성장의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유럽 금융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디지털 금융과 핀테크의 발전으로 금융 서비스의 형태와 제공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규제 프레임워크가 혁신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EU는 FRTB의 전면 시행 완화를 통해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유럽 경제의 회복을 지원하려는 전략적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러한 EU의 움직임은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규제 환경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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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 금융 규제는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왔으며, 바젤Ⅲ를 비롯한 다양한 규제 프레임워크가 도입되었습니다. 이러한 규제 강화는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크게 향상시켰지만, 동시에 은행들의 운영 부담을 증가시키고 일부 금융 서비스의 제공을 제약하는 부작용도 나타났습니다. EU의 이번 결정은 금융 안정성과 경제 효율성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모색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습니다.
향후 글로벌 금융 규제의 방향성
FRTB 규제 완화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제안의 세부 내용과 회원국 간 협상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가능한 완화 방안으로는 중소형 은행에 대한 적용 기준 완화, 내부 모형 승인 절차의 간소화, 표준화 접근법의 단순화, 시행 시기의 추가 연기 등이 검토될 수 있습니다. 또한 특정 자산군이나 트레이딩 활동에 대해 경과 조치를 연장하거나, 비례성 원칙을 더욱 강화하여 은행의 규모와 복잡성에 따라 차등화된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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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EU가 어떤 방식으로 FRTB 규정 변경을 최종 확정할지, 그리고 이것이 유럽 내 은행들과 글로벌 금융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EU의 규제 변경은 다른 주요 국가와 지역의 규제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미국, 영국, 아시아 국가들도 바젤 규제의 이행 과정에서 자국의 금융 시장 특성과 경제 상황을 고려한 조정을 검토하고 있으며, EU의 사례는 이러한 논의에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입니다.
글로벌 금융 규제의 조화와 일관성은 국제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해 중요하지만, 각국의 금융 시장 구조와 경제적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인 규제 적용이 항상 최선은 아닐 수 있습니다. EU의 이번 움직임은 국제적 규제 기준과 지역적 유연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하는 중요한 질문을 제기합니다. 이는 금융 규제 당국, 은행, 학계, 그리고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지속적인 논쟁의 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