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MLCC는 스마트폰, 인공지능(AI) 서버, 전장용 전자기기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핵심 부품으로, AI 인프라 확장에 따른 고사양 MLCC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공급 능력이 제한되자 가격 협상력이 공급 업체 쪽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MLCC 제품 가격을 5~10% 인상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세부 인상 폭과 시기는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으나, 가격 조정에 대한 공감대는 상당히 형성된 상태다.
이번 가격 조정 움직임은 일본 주요 기업들이 먼저 시작한 신호다. 일본 다이요유덴은 5월부터 MLCC를 포함한 일부 부품 가격 인상을 주요 고객사에 통보했으며, 세계 1위 MLCC 제조사인 무라타도 가격 정책을 재고하는 중이다.
글로벌 상위 기업들이 동시에 가격 인상을 고민하면서, 2위 업체인 삼성전기도 동참하려는 분위기다.
글로벌 MLCC 기업들, 공급 압박 속 가격 조정 신호
가격 인상 검토의 배경에는 MLCC 수요 구조 변화가 있다. MLCC 수요가 기존 스마트폰과 PC 중심에서 벗어나 전장 및 AI 서버용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재편 중이다.
AI 서버용 MLCC는 높은 온도와 전압 환경에서 안정성을 보장해야 하므로, 고용량·고신뢰성 제품의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이들 고성능 MLCC는 생산 난도가 높고 인증 기간도 길어, 단기 내 공급 확대가 쉽지 않다. 수요는 빠르게 커지는 반면 공급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실제 공급 측면에서도 삼성전기와 무라타의 MLCC 생산 가동률은 90% 이상으로, 설비가 거의 만원 가동 중임에도 재고가 쌓이지 않고 있다. 이는 전방 수요가 견고함을 뜻한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와 같은 공황적 매수는 발생하지 않는다. 과거 스마트폰과 PC 업체 주도의 수요와 달리, 현재 MLCC 핵심 수요처인 AI 고객은 2~3년 단위 장기 계획을 바탕으로 수요를 집행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가격 상승이 보다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원가 부담 가중…가격 상승 장기화 예고
한편,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원재료 공급 리스크로 부각되는 점은 주요 변수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 고조에 따라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확산 중이며, 이로 인해 나프타 기반 석유화학 제품 전반에 가격 불안이 예상된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추출되는 기초 유분이며, 그중 톨루엔은 MLCC 생산 공정에 필수적인 용매로 사용된다.
원유에서 나프타, 톨루엔을 거쳐 MLCC 생산까지 이어지는 원재료 가격 상승은 곧 부품 제조 원가 부담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 일본이 중동 등 해외산 나프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현재 MLCC 시장은 공급이 부족한 타이트한 상태이며, 톨루엔 등 원재료 가격 상승이 동반될 경우 제조 원가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다만 원자재 가격 상승은 수요 구조 변화보다는 가격 인상폭 확대 요인이 될 가능성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MLCC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공급은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제한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가격 상승과 수익성 회복이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흐름은 특히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