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학창 시절의 상징이었던 수학여행과 소풍이 학교 현장에서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와 교사 개인에게 집중된 법적 책임 구조가 맞물리면서,
교육 현장은 ‘외부 활동 기피’라는 선택으로 기울고 있다.
최근 초·중학교를 중심으로 수학여행과 소풍, 체험학습을 취소하거나 축소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일부 학교는 아예 외부 활동을 포기하고 교내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택하고 있다.
표면적 이유는 ‘안전’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교사들이 감당해야 할 법적 책임의 무게가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현장체험학습 도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인솔 교사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판례가 이어지면서,
교육 현장에는 이른바 ‘감방 리스크’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교사 한 명이 수십 명의 학생을 인솔해야 하는 현실에서, 사고 발생 시 모든 책임이
개인에게 집중되는 구조는 부담을 넘어 공포로 작용하고 있다.
인력 부족 문제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체험학습은 이동 동선 관리,
안전 통제, 돌발 상황 대응 등 고도의 관리가 요구된다.
하지만 보조 인력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교사들은 “혼자서 수십 명의 학생을 책임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호소한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수도권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는 체험학습 계약 건수가 급감했고,
일부 학교의 실시율은 한 자릿수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5년 들어서는 서울 등 주요 지역에서도 현장체험학습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의 선택은 분명하다.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안전을 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학교가 외부 활동 대신 교내 체험 프로그램이나 온라인 활동으로 대체하고 있다.
교육청 역시 명확한 면책 기준과 지원 체계를 제시하지 못한 상황에서,
학교 현장의 보수적 판단은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학부모들은 수학여행과 소풍을 단순한
여가 활동이 아닌,또래와의 관계 형성과 사회성 발달을 위한 중요한 교육 과정으로 인식한다.
한 학부모는 “아이에게 평생 남을 추억을 학교가 스스로 없애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의 인식도 엇갈린다. 일부는 안전 문제를 이유로 체험학습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내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교실 밖에서 배우는 경험이 줄어든다”는 아쉬움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핵심을 ‘책임 구조’에서 찾는다. 현재처럼 사고 발생 시 책임이
교사 개인에게 집중되는구조에서는 어떤 안전 대책도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학교와 교육청 차원의 명확한 안전 매뉴얼과 함께, 교사의 법적 책임을 합리적으로
분산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보조 인력 확충이 꼽힌다. 충분한 인력 지원이 이뤄질 경우,
교사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안전한 체험학습 운영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수학여행은 단순한 일정이 아니다. 교실을 벗어나 세상을 배우는 교육의 한 방식이다.
그러나 지금 학교는 그 문을 스스로 닫고 있다. 안전과 책임이라는 두 축 사이에서,
교육의 본질을 지키기 위한 해법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부땅토 강학순기자 ( 평택고덕태양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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