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상추 데려가세요.

5월의 상추밭은 화수분

봄비로 촉촉해진 5월 상추. 사진; 최영미

올해도 두 고랑은 상추 자리입니다. 고구마를 이만한 면적에 심는다면 50킬로는 너끈히 수확할 정도니 두 식구 먹기에는 과한 양이지요. 매년 4월 초, 상추를 넉넉하게 심는 이유는 텃밭에서 비교적 쉽게 키울 수 있는 작물인 데다 생육이 빨라 파종 후 한 달이면 수확이 가능하고 수분관리만 잘해주면 장마오기 전까지 너풀너풀한 잎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양을 보는 것도 재미지만 지인들과 나눠 먹기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특히 가을상추보다 봄상추가 인기인데요. 봄에 파종 후 첫 수확작물이어서 그렇겠지만  잎 안에서 아삭하게 씹히면서 터지는 풋풋한 상추즙의 매력을 외면하기 쉽지 않을 터

 

물론 마트에 가면 사시사철 구할 수 있지만 매장에 진열되어 있는 상품과 자연의 바람과 온도로 자란 자연 상추를 비교할 수 있을까요

요즘은 봄없이 여름인가 싶기도 하지만 겨우내 옹송그리던 자연의 몸이 뒤척이다가 자연의 상추를 만나 비로소 완전히 깨어나는 느낌이라면 과장일까요. 상추에 마그네슘 성분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도와 전반적으로 활력을 증진시킨다니 근거 없는 설레발은 아닐 겁니다.

6월 장마가 오기 전까지 이 즐거움을 지인들과 누립니다.    

 

봄비가 보슬보슬 내려서 풀 뽑기 좋은 주말 아침 누군가 남편의 이름을 부릅니다. 반려견 세 마리가 대문으로 몰려가 짖으니 조용하던 동네가 들썩였고요

서울 사는 그가 일 끝내고 지나가다 들렀답니다. 대기업 다니다 IMF때 실직해서 이일 저 일하다가 지금은 대리운전을 하고 있는 그가 휴일 아침까지 주당을 실어 나른 모양입니다

 

예고 없는 방문이라 어릴 적 아침에 눈 비비고 일어나 친구집에 가서 누구야 노올자~했던 것처럼 뜻밖이지만 정겨웠는데요. 밤새 일한 티가 나는 부스스한 행색 그대로 따끈한 떡을 손에 들고 들어옵니다.     

 

아침을 먹을 새가 없었을 것 같아 요깃거리를 쟁반 두 개에 받쳐나가니, 단박에 부담스러운 표정을 짓습니다. 오다가다 들르는 친구가 찐 친구라고 너스레를 떨며 상추 한 봉지를 들려 보냈습니다

 

바로 전에 들른 동생에게 한 바구니 뜯어 보냈는데 또 뜯을 게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상추가 풍성합니다

어제도 그제도 지인이 와서 한 바구니씩 뜯어갔으니 5월의 상추밭은 화수분인 셈이죠.      

 

직장 다닐 때는 이해관계를 따지는 게 왜 그리 촘촘했던지. 좀 더 내어주면 또는 느슨해지면 경쟁에서 낙오라도 될 듯 아득바득 눈에 힘주고 속으로 계산했던 일상을 돌아보게 됩니다

계산하는 마음은 지금도 여전하지만 가끔은 그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으니 여유가 생겼달까요. 그 알아차림을 5월엔 상추가 도와줍니다

계산없이 나누는 마음이 얼마나 홀가분한지를.


 K People Focus 최영미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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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5.03 13:43 수정 2026.05.0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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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