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아니면 더 오른다” 세금 폭탄 D-데이 앞두고 서울 ‘막차 매수’ 몰렸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임박 서울 외곽 알짜 매물 빠르게 소진
급매는 이미 시장서 자취 감춰 일부 집주인은 증여로 선회
“지금 사지 못하면 집값이 더 오를 것 같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둔 서울 부동산 시장에 막판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유예 종료 시점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실수요자들은 서둘러 계약에 나섰고, 다주택자들은 급매 처분과 증여 사이에서 마지막 셈법 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값 좋고 입지 좋은 이른바 ‘알짜 매물’ 상당수가 소진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2022년 5월 10일부터 시행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유예 조치는 오는 9일 종료된다. 정부는 종료일 이전까지 토지거래허가 신청이 접수된 건에 대해서는 지역에 따라 9월 또는 11월까지 잔금 지급과 등기 이전을 마치면 기존 혜택을 인정하기로 했다.
시장에선 이를 사실상 마지막 매도·매수 기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실거주 목적의 매수 움직임이 뚜렷해졌다.
서울 성북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들어 전세 물건은 생각보다 빠르게 빠지지 않는 반면, 매매 문의는 확실히 늘었다”며 “실수요자들이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전에 집을 사야 한다는 심리가 강해진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장 분위기는 더욱 뜨겁다. 용산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막판 계약이 몰리면서 정신없이 바쁜 상황”이라며 “이번 주에만 계약이 10건 가까이 진행됐고 잔금 일정도 줄줄이 잡혀 있다. 관악·성북 등 비교적 가격 부담이 덜한 지역으로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시장에서는 ‘좋은 물건’이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마포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이 있는 급매물은 시장에 나오자마자 대기하던 실수요자들이 곧바로 계약했다”며 “최근 한두 달 사이 괜찮은 물건은 사실상 대부분 거래가 끝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주택자들 사이에서는 매도 대신 증여를 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세금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차라리 가족에게 증여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연립·다세대·오피스텔 등 집합건물 증여 건수는 201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12월 이후 약 3년 4개월 만의 최대치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부분의 다주택자는 이미 보유 물건을 정리했지만 일부는 마지막까지 고민이 많았다”며 “호가를 크게 낮추기 어려운 집주인들은 결국 증여로 방향을 틀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유예 조치가 종료되면 다주택자들의 세 부담은 급격히 커진다.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처분할 경우 기본세율 6~45%에 더해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자는 30%포인트의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여기에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하면 최고 실효세율은 82.5%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단순한 중과세 부활보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가능성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현재는 3년 이상 보유한 부동산을 매도할 경우 보유 기간에 따라 최대 30%까지 세금을 공제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실거주하지 않는 주택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축소 또는 폐지를 검토하면서 다주택자들의 세 부담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동안 다주택자들은 장기 보유를 통해 세금을 줄여왔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전략이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수민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부동산 전문위원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에 따른 직접적인 시장 영향은 상당 부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면서도 “향후 정부가 어떤 세제·부동산 정책을 추가로 내놓을지가 시장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라고 진단했다.
한편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는 거래 양극화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알투코리아부동산투자자문에 따르면 올해 1~4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만160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감소했다. 다만 지역별 흐름은 엇갈렸다. 강남권은 고가 주택 시장 위축 영향으로 거래량이 약 50% 줄어든 반면, 비강남권은 실수요자 중심 매수세가 유입되며 거래량이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