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고려청자
안녕하세요. 최우주입니다. 새로움을 좇느라 잠시 놓쳐온 우리 사유의 뿌리를 다시 꺼내어 오늘의 언어로 마주해 보는 시간입니다. 빠른 해답 대신 오래 곱씹을 숨결을 건네며 지나온 시간 속에서 오늘을 살아갈 지혜를 찾고자 합니다. 자, 함께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오늘은 ‘고려비색은 세계최고’라는 칭송을 받으며 고려인의 파란꽃이라고 불리는 고려청자의 따뜻하고 고요한 멋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고려청자는 단순한 그릇이 아닙니다. 그것은 흙과 불, 물과 바람, 그리고 인간의 숨결이 함께 빚어낸 고려인의 정신입니다. 서양이 유리를 통해 빛을 붙잡았다면, 고려는 청자를 통해 침묵의 색을 붙잡았죠. 푸르지도 않고, 회색도 아니며, 안개 낀 새벽 강물 같은 그 오묘한 빛을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비색’이라 불렀습니다. 옥빛 같으면서도 옥보다 더 깊고, 하늘빛 같으면서도 하늘보다 더 고요한 색입니다.
고려의 장인들은 자신들만의 미감을 만들어낸 것이 고려청자입니다. 특히 12세기에 이르러 청자는 절정에 도달하는데 전남 강진과 부안의 가마에서는 세계 도자사에서도 손꼽히는 걸작들이 탄생했습니다. 흙을 빚고 유약을 바르고 1,200도 이상의 불길 속에 넣는 과정은 단순한 제작이 아니라 수행에 가까웠습니다.
고려청자의 가장 위대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상감기법’입니다. 무늬를 새긴 뒤 그 틈에 흑토와 백토를 메워 넣는 방식인데, 이는 세계 도자사에서도 매우 독창적인 기술로 평가받죠. 학과 구름, 버드나무와 국화, 물가를 노니는 오리와 연꽃 같은 문양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자연을 정복하려 하지 않고, 자연 속으로 스며들고자 했던 고려인의 세계관이 그 안에 담겨 있습니다.
몽골 침입과 함께 고려청자의 전성기도 서서히 저물기 시작하면서 전란 속에서 가마는 무너지고 장인들은 흩어졌지만, 오늘날 박물관 유리장 안에 놓인 청자는 여전히 살아 있는 숨결처럼 우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 푸른 침묵 속에서 우리는 오래전 고려 사람들의 마음 한 조각을 만나게 됩니다.
오늘의 이야기가 그대에게 다다랐다면 지혜의 숲을 거니는 사유의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저는 최우주 기자였습니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