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 교사로 초등교육과는 크게 관계가 없을 것 같던 안전교육 분야에 우연한 계기로 입문하여 안전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천한 지 1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시간이라고도 한다.
실로 그 시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으며 크고 작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지역 소방본부 및 소방서와 학교 간의 긴밀한 공조 체계를 구축하기도 했고 ‘한국119청소년단’이라고 하는 단체의 교육 모범사례를 제시하기도 했으며 어린이 안전교육 모델을 창안 및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어린이 안전 대상 행안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 시간 동안 느낀 것은 우리 학교 교육 현장의 모든 것들은 안전과 크건 작건 관련이 있다는 것이었다. 먼저 교과목을 살펴보자.
초등학교 과학 교과서에서 배우는 도르래의 원리는 비상탈출 기구인 완강기와 동일하다. 많은 사람들이 완강기를 사용하는 법을 잘 모르지만, 도르래의 원리는 알고 있다. 그러므로 완강기를 설명할 경우 과학의 도르래와 연결하여 설명하면 즉시 사용법을 이해하고 비상시 탈출에 활용할 수 있다.
산불도 마찬가지이다. 사회 교과서에서 배우는 지형과 경사도, 등고선의 개념은 산불의 확산 방향, 확산 속도 및 대피 방법을 이해하는 중요한 개념이기도 하다. 동시에 강수량과 산불 간의 상관관계는 과학 단원의 습도를 이해시키는 중요한 자료이기도 하다. 왜 봄철에 산불이 많이 발생하는지 그 원리를 과학과 연결하여 이해시키는 것이다.
심폐소생술은 또 어떠한가. 심폐소생술의 목적은 뇌로 산소를 보내서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신체의 순환과 심장의 기능 및 위치를 파악 및 이해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역시 체육교과 및 보건 교과와 연결된다. 전선의 접촉 불량으로 인한 저항 증가 및 과열, 용융 현상은 과학 교과 전기 단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외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안전 개념들이 우리 교과와 관련된다.
이제 학교생활 측면을 살펴보자. 여러 사람들이 같이 생활하는 학교에서는 우측통행을 매우 강조한다. 그 이유는 복도를 도로, 학생을 자동차로 생각하게 하여 도로교통법과 같이 학교에서 서로 충돌하여 골절상이나 열상 등을 입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화재 대피도 마찬가지이다. 몇 년 전 통영에서 발생한 초등학교 전소 사고는 학교 현장 또한 화재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화재에서 안전을 체계적으로 배운 학생들은 갑자기 천장에서 내려오는 방화셔터에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피하는 뛰어난 안전 역량을 보여주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 방화셔터의 1단 기동, 2단 기동의 원리, 방화셔터에 붙어있는 출입문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 다음 학교를 벗어나서 일상생활로 가보자. 우리는 가정에서 종종 튀김요리를 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명절에 제사 음식을 준비하면서 튀김요리를 많이 한다. 식용유가 담긴 프라이팬 안에 음식 재료를 넣어 조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과열로 인해 프라이팬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많은 어른들은 당황하여 물을 뿌리거나 ABC소화기를 뿌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화재가 더욱 확산하게 할 뿐이다. 소화기를 뿌리는 순간 밀도 차이로 인해 불붙은 식용유가 밖으로 튀어 나가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안전 역량을 갖춘 사람은 바로 수건에 물을 적셔 프라이팬 위에 덮는다. 산소의 농도를 15% 이하로 낮추면서 질식소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는 배추나 상추 등을 프라이팬 안에 넣어 온도가 떨어지게 하여 소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우리가 매일 건너는 횡단보도에서도 안전 역량의 차이는 드러난다. 횡단보도 우측 편에 그려진 화살표를 본 사람도 있을 것이고 여사로 보고 넘어간 사람도 있을 것이다. 횡단보도 우측 편에 화살표가 있는 이유는 횡단보도를 절반으로 잘라본다면 좌측이 아니라 우측으로 건너는 것이 조금 더 안전하다는 것 때문이다. 혹시라도 과속 운전자가 횡단보도를 침범하여 정차한다고 해도 좌측보다는 우측으로 건널 경우 조금 더 거리가 있어서 대응할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른쪽이 왼쪽보다 우회전 차량에게 치일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더 낮다.
이처럼 안전의 원리는 우리 생활 곳곳에 있다.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목 속에도 있고 아무 생각 없이 탑승하는 자동차나 엘리베이터에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안전과 교과목, 안전과 우리 생활을 분리하여 생각하기보다 융합하여 접근하는 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안전을 통해 국어, 수학, 과학, 사회 등이 우리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파악하는 노력을 한다면 오히려 학습이 더 흥미로워지지 않겠는가. 우리 생활에 숨어있는 안전 원리를 파악한다면 무작정 겁먹기보다 위험을 잘 피해서 다치지 않고 지혜롭게 생활하고 놀고 일하지 않겠는가.
이것이 필자가 찾은 일견 초등교육과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이는 교과들과 안전교육 사이의 접점이다. 안전교육의 생활화. 이것은 우리 사회가 조금 더 행복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서동욱]
1급 정교사
미국 화재폭발조사관
소방안전교육사 및 소방학교 외래강사
소방안전교육사 국민안전교육실무 교재 편저
어린이 안전교육전문가 사람책(대구시립중앙도서관 등)
한국119청소년단 지도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