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수 칼럼] 사랑과 이별의 품격

홍영수

최근에 티브이를 시청하다 보면 ‘돌아온 싱글’이라는 ‘돌싱’의 신조어나 이혼에 대한 화제를 주제로 많은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는 것을 불 수 있다. 그 이유는 당연히 시청률이 높기 때문일 것이고 그 또한,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사회의 지도층 인사나 대중의 인기를 몸에 지니고 활동하는 연예인들의 이혼 사유와 소송 등에 호기심을 갖기에 커다란 화제 될 것이다. 

 

사회의 현상이란 비단 남녀의 사랑과 이혼만이니라, 모든 풍속들이 그 시대에 맞게 흐르면서 변화한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이혼은 숨기거나 굳이 얘기하려고 하지 않았고 금기시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더 이성 터부시 하지도 않고, 또한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도 아니다. 이혼을 자랑할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수치스러운 일 또한 아닌 것이 지금 사회의 흐름이다. 

 

이처럼 우린,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회자정리(會者定離)’의 인간관계에서 좋은 만남이든 다소 불편했던 만남이든 그 후에 겪는 사랑과 이별에 대한 정한(情恨)의 품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려시대 정지상이 칠언절구로 읊조린‘송인(送人)을 보자

 

雨歇長堤草色多(우헐장제초색다) 비 갠 긴 언덕 위엔 풀빛이 더욱 새로운데

送君南浦動悲歌(송군남포동비가) 남포에서 임 보내며 슬픈 노래 부르네

大同江水何時盡(대동강수하시진) 대동강 물은 어느 때나 다 마르려나

別淚年年添綠波(별루년년첨록파) 해마다 이별의 눈물이 푸른 강물에 더해지는데.

 

비록 이별하지만, 다시 만날 재회를 기약하면서 이별의 슬픔을 노래하고 있다. 또한, 조선시대 임제의’‘무어별(無語別)’이나, 천하일색 황진이가 작별하는 소세양에게 보낸 ‘송별소양곡(送別蘇陽谷)’, 그리고‘김소월의 ‘진달래꽃’, 고려가요인 ‘가시리’ 등에 이별의 정한이 잘 드러나 있듯이 우리의 시가 문학에는 사랑과 이별에 대한 정한이 매우 품격 있게 나타난다. 그리고 임이 떠난 뒤의 애절함을 노래한 고구려 유리왕의 ‘황조가(黃鳥歌)’‘나 고대 가요인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 등등에 우리 민족의 이별에 대한 정서가 잘 드러나 있다. 우리의 대중가요 가사에서도 이별 후 정서는 그리움과 추억으로 나타난다. 물론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점점 복합적인 정서를 담고 있지만. 

 

많은 하객의 축하를 받고 행복한 가정을 꾸몄던 부부가 어느 날 갑자기 이별한다고 한다. 물론, 결혼해 살다 보니, 성격이나 삶의 방식, 지향점이 다를 경우 살아서 헤어지는 생리(生離)를 할 수 있다. 또는 죽은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사별 등에서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많은 시가에 나타난 것은 정과 한이다. 그런데 지금, 대중매체를 통해 자주 볼 수 있는 이별의 현상은 정과 한이나, 애틋함과 그리움, 후회나 미련, 용서나 미안함보다는, 오히려 집착과 질투, 그리고 분노와 복수에 가득 찬 이별 뒤의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최근 뉴스를 보면, 남녀 간 스토킹 행위나 더 나아가 살인까지도 하면서 사회적 주목을 받으면서 심각한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스토킹은 ‘몰래 추적하다.’는 의미를 지닌 ‘stalk’에서 파생된 단어라고 한다. 이러한 행위가 상대방을 다양한 방법과 반복적으로 나타날 때 피해자는 막연한 두려움과 위압감에 짓눌리게 된다. 그래서 불안감과 우울증 등을 겪으면서 두려움이나 수치심 모욕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피해자들에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고 이에 반해 무엇보다 연인 간의 폭력이나 스토킹 범죄자에 대한 무거운 처벌이 요구된다. 또한, 처벌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교화도 필요하다. 물론, 최근에는 스토킹 범죄에 대한 위험성의 인식이 강해지면서 범죄자의 처벌과 피해자의 보호 방안도 발전하고 있다. 

 

인간의 영원한 주제인 ‘사랑과 이별’, 이 두 단어는 살면서 누구나 겪게 된다. 그러나 사랑과 이별에도 품격이 있어야 한다. 폭력이나 스토킹 같은 저급한 천격이 아니라 고대 시가에서 볼 수 있는 고품격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오늘날 옛 시인들의 시가 문학에 나타난 사랑가와 이별가는 천 년이 흐른 뒤에서 우리 곁에 식지 않은 온기로 남아 있다. 옛 시가 문학의 되새김질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제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제3회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제4회 한탄강문학상 대상

제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제6회 아산문학상 금상 

제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제6회 최충 문학상 

시집 『흔적의 꽃』,『지구의 유언장』

이메일 jisrak@hanmail.net

 

작성 2026.05.18 11:30 수정 2026.05.1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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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