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보내는 영혼의 편지] 세종대왕

한글이 오랫동안 살아남은 것도 글자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사랑 때문일 것입니다

 

[그대에게 보내는 영혼의 편지] 세종대왕

 

안녕하세요. 마음의 쉼이 필요한 그대에게 빛처럼 살다 간 영혼들의 편지를 전하는 영혼지기 ‘자인’입니다. 지금, 이 순간, 그대의 마음이 잠시 비어 있다면 그 틈으로 영혼의 편지를 함께 열어보려 합니다. 

 

오늘은 한글을 만들고 과학을 발전시켜 우리 민족의 역사를 빛낸 자랑스러운 세종대왕이 별이 되어 보내온 편지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사랑하는 백성들이여.

나는 조선의 4대 국왕 세종입니다. 나라를 강하게 만드는 것은 높은 성벽도, 많은 군사도 아닙니다. 내가 글자를 만든 것은 이름 없는 백성들이 자신의 마음을 적을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억울함을 호소하고, 사랑을 전하고, 자식에게 가르침을 남기고, 먼 훗날 자신의 삶을 기록할 수 있기를 원했습니다. 글자는 먹과 종이 위에 쓰이는 기호가 아니라, 한 인간의 존엄을 지켜주는 다리였습니다.

 

돌이켜보면 나 또한 완전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몸은 병약했고, 눈은 점점 어두워졌으며, 왕이라는 자리는 늘 외로움과 책임의 무게를 안겨주었습니다. 수많은 신하들의 반대와 비난 속에서도 내가 옳다고 믿는 길을 걸어야 했고, 때로는 밤을 새워가며 나라의 앞날을 고민했습니다. 나는 밤이 깊도록 잠들지 못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가뭄이 들면 백성의 목마름이 내 목마름 같았고, 추운 겨울이 오면 백성의 떨림이 내 떨림 같았습니다. 왕관은 황금으로 빛났지만, 그 무게는 백성들의 삶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지도자의 자리는 권력을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책임을 짊어지는 자리라는 것을 나는 매일 배우며 살았습니다.

 

그대도 살아가며 크고 작은 자리에 오를 것입니다. 가정의 가장이 될 수도 있고, 한 사람의 친구가 될 수도 있으며, 누군가의 스승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때 부디 기억하십시오. 높은 자리에 있다는 것은 더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뜻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을 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또한 너무 조급해하지 마십시오. 씨앗은 땅속에서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 시간을 견딥니다. 그러나 그 침묵이 헛된 것은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성장의 시간이 있기에 마침내 꽃이 피어나는 것입니다.

 

그대의 노력도 그러합니다. 오늘의 땀방울이 당장 열매가 되지 않더라도 낙심하지 마십시오. 시간은 정직한 사람의 편에 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하늘의 별을 관측하게 하고, 비를 재는 기구를 만들게 하고, 백성들이 편히 농사짓도록 힘썼습니다. 학문은 책 속에 갇혀 있을 때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이롭게 할 때 비로소 빛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대가 가진 재능 또한 자신만을 위해 쓰지 마십시오. 나눌수록 지혜는 깊어지고, 베풀수록 사람은 더욱 커지는 법입니다. 훗날 내가 남긴 궁궐은 낡아질 수 있고, 돌에 새긴 이름도 바람에 닳아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을 향한 마음은 세월이 지워내지 못합니다.

 

한글이 오랫동안 살아남은 것도 글자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사랑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니 사랑하는 그대여. 말을 아끼되 따뜻하게 하십시오. 배움을 멈추지 마십시오. 약한 이를 외면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기록하십시오. 사람은 누구나 한 권의 책으로 태어나지만, 어떤 이야기를 남길지는 스스로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백성을 사랑했던 한 늙은 임금이, 먼 훗날의 그대에게 이 편지를 띄웁니다.

 

 

이 편지가 그대에게 잘 전달되었겠지요. 이 편지를 덮는 순간에도 그대의 마음 한켠에 남은 작은 울림은 그대의 하루를 따뜻하게 해줄 것입니다. 저는 영혼지기 ‘자인’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작성 2026.06.03 10:00 수정 2026.06.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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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