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문열(1948~ ) 작가는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국어 교육과를 중퇴하였고 1977년 대구 매일 신문 신춘문예에 가작으로 입선하였고, 1979년 '새하곡'으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등단하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사람의 아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어둠의 그늘', '젊은 날의 초상', '황제를 위하여', '레테의 연가', '금시조',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삼국지'와', 수호지' 등이 있다.
'필론의 돼지'라는 말의 어원은 다음과 같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필론이 탄 배가 캄캄한 밤에 폭풍우를 만나 난파될 위기에 처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에서 배는 아수라장이 되고 바다에 뛰어드는 사람, 소형 보트에 타겠다고 싸우는 사람,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갈팡질팡하는 사람, 엉엉 우는 사람도 있었다.
필론은 철학자였기 때문에 배에서 통곡하는 사람과 같이 행동할 수는 없었다. 조용히 생각하던 끝에 죽음을 맞이하기로 하고 배 밑에 있는 창고로 내려갔다. 창고 안에는 돼지 한 마리가 사람들의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편안하게 잠을 자고 있었다. 필론은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도 없다고 판단하며 돼지와 같이 잠을 자기로 했다. 한참이 지나 잠에서 깨어난 필론은 살아 있었고, 어느새 폭풍우는 잠잠해졌고 하늘은 맑아졌다.
이 작품은 전역하는 군인들이 탄 전용칸에서 모 특수부대 현역병들이 폭력으로 돈을 갈취하다 결국 분노를 못 참은 전역병들이 들고 일어나 특수부 대원들을 집단 폭행하고 헌병이 달려오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이야기이다. 제대군인, 지금으로 말하면 전역병이다. 100여 명이 탄 귀향 열차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검은 각반’의 특수부대 현역 4명이 들이닥쳐 노래를 한 곡 뽑고는 제대병들에게 돈을 요구한다.
폭행과 수모를 당하며 용기 없는 100여 명의 제대 군인들은 지폐를 건넨 뒤 강제적으로 술을 받아 마시거나 아니면 외면한다. 물론 분을 참지 못해 대드는 인물도 있다. 백골부대 출신의 건장한 제대 병장은 그들과 대결을 시도하다가 한잔하자는 그들의 권유에 따라갔다가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온다. 이후 창백하고 깡마른 한 제대 군인도 처참하게 두들겨 맞자, 기차 안은 순간 침묵만 감돈다.
그러나 상황은 이대로 끝나지 않았다. 한 제대병의 삼 년간 당한 것도 분한데 끝나는 오늘까지 당하고만 있을 거냐는 외침이 계기가 되어 이 말에 용기백배한 제대병들이 우르르 달려든다. 제대병들은 검은 각반들을 유리로 찌르고, 군화발로 밟고, 담뱃불로 지진다. 열차 안은 살 타는 냄새와 죽이라는 고함 소리와 숨넘어가는 비명으로 가득 찬다. 그러나 주인공은 그 상황에 참여하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보는 방관자 입장으로 스스로를 필론의 돼지라고 생각한다.
작품에서 특수부대의 깡패 같은 모습은 위압과 부당한 선민의식으로 국민 위에서 군림하려는 권력자들의 모습이다. 특히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해이는 국민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만큼 심각하다. 부동산투기, 뇌물, 횡령 등 수사를 받고 있거나 법원의 판결을 받았음에도 잘못이 없다고 항변하기에 바쁘다.
이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점점 포기해야 할 것들이 늘어만 가는 N포 세대의 청년들, 죽어라 열심히 살아왔지만 결국에는 노후를 보장받지 못하는 어르신들, 자신들이 받을 혜택은 없는데 앞으로 부양해야 할 의무가 많아지는 미래 세대들에게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부끄러워하고 미안해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은 양심이 필요한 시기이다.
[민병식]
현) 한국시산책문인협회 회원
현) 시혼문학회 교육국장
현) 코스미안뉴스 칼럼니스트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2021 광수문학상
2022 모산문학상
2022 전국 김삼의당 시·서·화 공모 대전 시 부문 장원
2024 아주경제신문 보훈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
2025 원주생명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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