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한별 [기자에게 문의하기] /

내 발이 싫어지고 내 손톱과
내 머리카락 그리고 내 그림자가 싫을 때가 있다.
내가 사람이라는 게 도무지 싫을 때가 있다.
- 파블로 네루다, <산보> 부분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줄리어스 시저’에 나오는
시저의 마지막 모습.
당대의 영웅 시저는
여러 명의 암살자에게 끝까지 저항하였다.
하지만 가장 신뢰했던 친구인 브루투스를 발견하고서는
저항을 멈추며 부르짖었다.
“브루투스, 너마저?”
이 말을 남기고는
시저는 얼굴을 옷으로 가리며 쓰러졌다.
요즘
혼자서 이 말을 내뱉을 때가 있다.
“브루투스, 너마저?”
한 사람 한 사람
자본주의교(資本主義敎)에 귀의하는 것을 보며
절망한다.
‘내가 사람이라는 게 도무지 싫을 때가 있다.’
하지만,
‘나무가 하늘에 닿으려면 뿌리는 지옥에 닿아야 한다.’
우리 마음이 지옥에 닿아
캄캄해질 때,
우리는 위를 향해 손을 뻗을 수 있을 것이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