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나무가 하늘에 닿으려면 뿌리는 지옥에 닿아야 한다

고석근

 내 발이 싫어지고 내 손톱과 

 내 머리카락 그리고 내 그림자가 싫을 때가 있다. 

 내가 사람이라는 게 도무지 싫을 때가 있다. 

 

 - 파블로 네루다, <산보> 부분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줄리어스 시저’에 나오는 

 시저의 마지막 모습.

 

 당대의 영웅 시저는 

 여러 명의 암살자에게 끝까지 저항하였다.

 하지만 가장 신뢰했던 친구인 브루투스를 발견하고서는

 저항을 멈추며 부르짖었다. 

 

 “브루투스, 너마저?”

 

 이 말을 남기고는 

 시저는 얼굴을 옷으로 가리며 쓰러졌다.

 

 요즘

 혼자서 이 말을 내뱉을 때가 있다.

 

 “브루투스, 너마저?”

 

 한 사람 한 사람

 자본주의교(資本主義敎)에 귀의하는 것을 보며

 절망한다. 

 

 ‘내가 사람이라는 게 도무지 싫을 때가 있다.’ 

 

 하지만, 

 ‘나무가 하늘에 닿으려면 뿌리는 지옥에 닿아야 한다.’

 

 우리 마음이 지옥에 닿아

 캄캄해질 때, 

 우리는 위를 향해 손을 뻗을 수 있을 것이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6.06.04 10:30 수정 2026.06.0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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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