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신화극장] 재치산 고마루

가장 큰 비는 하늘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3분 신화극장] 재치산 고마루

 

안녕하세요. 한나라입니다. 신화는 시간에 새긴 신들의 연대기가 아니라, 세상을 만들어간 인간의 마음이 남긴 흔적입니다. 그래서 신화는 시간이 낡아도 사라지지 않고, 오늘도 우리의 가슴 속에서 숨처럼 되살아나 이야기가 됩니다. [3분 신화극장]은 신들의 이름을 빌려 인간의 얼굴을 비추는 등불입니다. 이제, 이야기의 문을 열어볼까요. Let’s go.

 

오늘은 강원도 평창 깊은 산골, 구름이 내려와 잠시 쉬어 간다는 재치산 고마루의 신화 속으로 떠나보겠습니다. 재치산 남쪽 높은 마루에는 움푹 팬 땅들이 별자리처럼 흩어져 있는 독특한 고원지대가 있는데,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그곳을 고마루, 곧 ‘높은 마루’라 불러왔습니다. 실제로 이 일대는 석회암이 녹아 형성된 신비로운 카르스트 지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 아직 재치산에 사람의 발길이 드물던 시절이었습니다. 하늘에는 구름을 몰고 다니는 거인 한 명이 살고 있었지요. 그의 이름은 고마루였습니다. 고마루는 비를 내리는 일을 맡고 있었지만 사람들의 욕심을 싫어했습니다. 가뭄이 들면 비를 달라고 기도하면서도, 비가 내리면 금세 감사함을 잊어버리는 인간들을 이해할 수 없었지요. 어느 해, 땅은 바싹 말랐고 산과 들은 갈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재치산 정상에 올라가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습니다.

 

“한 번만 비를 내려 주소서!”

 

그러나 고마루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때 마을의 한 어린 소녀가 홀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기도문도, 제물도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작은 물동이 하나를 품에 안고 있었지요. 마침내 구름의 거인 앞에 선 소녀는 그 물동이를 내밀었습니다. 고마루가 물었습니다.

 

“이건 뭐냐?”

“우리 집에 남은 마지막 물입니다. 하지만 산도 목마를 것 같아서 가져왔어요.”

“너는 네가 마실 물도 부족할 텐데?”

“함께 마시면 덜 목마르니까요.”

 

그 순간, 고마루의 가슴속에서 오래된 얼음 하나가 녹아내렸습니다. 그는 거대한 지팡이로 산마루를 세 번 내리쳤습니다. 쿵. 쿵. 쿵. 그러자 산 위의 땅이 곳곳에서 움푹 꺼지며 수많은 둥근 웅덩이가 생겨났습니다. 하늘의 비는 그곳에 차곡차곡 모였고, 산은 이제 쉽게 마르지 않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말했습니다.

 

“거인이 자신의 발자국을 남기고 떠났다.”

 

그 발자국들이 바로 오늘날 고마루의 수많은 웅덩이가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세월이 흘러 거인은 사라졌지만, 비가 내린 뒤 안개가 고마루 들판을 천천히 걸어갈 때면 사람들은 아직도 그가 산 위를 거닐고 있다고 믿습니다.

 

오늘 밤, 산마루에 구름 한 점이 오래 머물러 있다면 그건 어쩌면 고마루 거인이 세상을 내려다보며 한 소녀의 따뜻한 마음을 떠올리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가장 큰 비는 하늘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한 편의 작은 드라마, [3분 신화극장]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한나라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작성 2026.06.09 09:48 수정 2026.06.09 09:48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우주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