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인문기행] '어메이징 타일랜드, 부처가 걸어나온다'

여계봉 대기자

 

국립중앙박물관 별관에서 6월 23일부터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 특별전'은 태국 전역의 국립박물관 21개 기관이 참여하여 조각, 회화, 공예 등 태국 문화유산 239점을 선보인다. 전시 작품들은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태국의 역사와 예술의 흐름을 조명하고 있다.

 

'어메이징 타일랜드' 포스터

 

1부 ‘태국 이전의 태국’에서는 부처의 가르침이 세상으로 퍼져 나감을 상징하는 법륜과, 몸에서 무수한 부처를 탄생시키는 관음보살상을 통해 태국에 뿌리내린 초기 불교 신앙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부처의 가르침을 상징하는 '법륜'
몸에서 무수한 부처가 나오는 관음보살 

 

이어진 2부에서는 13세기 이후 타이족이 세운 왕국을 중심으로 상좌부불교가 국가 이념으로 자리 잡으며 화려하게 꽃피운 태국 불교미술이 이어진다. 우선 태국사회를 지탱해 온 '왕권'과 '불교'라는 두 축을 염두에 두고 전시회를 관람하면 작품들을 이해하기 쉽다. 초기 수코타이 양식의 불상부터 왕의 상징물을 봉헌한 불탑 유물, 왕관과 화려한 장신구를 갖춘 보관불까지, 왕권과 불교가 긴밀하게 결합했던 당시 시대상을 보여준다. 즉, 부처를 영적인 세계의 왕인 법왕으로 나타내고, 거기에 현실 세계 왕의 이미지를 오버랩시킨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가운데 부처를 보호하는 나가(뱀)

 

여러 불상 사이를 지나자 우아하게 한 발을 내디딘 부처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태국어로 '빵리라(Pang Li-la)'라 불리는 이 부처는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걷는 부처'이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 마야부인을 위해 도리천에 올라가 설법한 뒤 인간 세상으로 걸어 내려오는 부처의 모습을 형상화한 불상인데, 옷이 마치 가벼운 바람에 날리는 것 같은 조각적 완성도와 상징성을 두루 갖춘 이 유물은 태국 불교 미술의 진수로 세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전시회 최고의 걸작, '걷는 부처'

 

'걷는 부처'는 정적인 자세의 불상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깨달음의 세계로 나아가는 부처의 모습을 색다르게 표현한 독특한 작품이다. 우리의 '반가사유상'이 '생각하는 부처'라면, 태국의 '걷는 부처'는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다가가는 부처'로 해석할 수 있다.

 

3부에서는 왕실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발전한 불교사원(왓,Wat)의 모습을 자세히 보여준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태국인들의 일상이 녹아있는 왓에 관한 유물과 영상들이 눈길을 끈다. 불교 사원에 걸렸던 불화와 장례 의식에 사용된 불교 경전, 왕실 행사를 기념해 만든 부채 등 다양한 유물은 불교가 단순한 신앙을 넘어 태국인의 삶과 함께해 온 문화적 기반임을 보여준다. 아울러 영상 자료를 통해 타이마사지와 송크란축제 또한 왓에서 유래되었다는 재미나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인도 힌두교와 융합된 상상의 동물, 마카라
에메랄드 사원의 옛 중문

 

이번에 국내에 전시된 많은 유물들은 이전에 해외 국립박물관에서 단 한 번도 전시된 적이 없었던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귀중한 고고학 유물과 미술품을 통해 태국의 문화예술 유산을 직접 접해 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기회이자, 천 년 넘게 이어져 온 태국 불교의 역사와 예술을 만날 수 있는 태국 특별전은 오는 9월 6일까지 이어진다.

 

 

[여계봉 대기자]

수필가

공학박사

이메일 : yeogb@naver.com

작성 2026.07.04 10:26 수정 2026.07.0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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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