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최현민 [기자에게 문의하기] /
재방송
현재가 대문에서 우물쭈물하는 사이
뜨거워진 야생이 달려온다
잔주름 가득한 대지의 얼굴 보고 싶지 않은,
해묵은 동그라미 눈 감고 귀 닫고
인공이 뿌린 오늘에 산다
밥상에 올라온 김 몇 장
새우젓 호박 나물
비린 바다가 지워진 고등어구이
바싹 마른 다시마 뭇국
상 치른 듯 메마른 상차림이
생방송에선 지워지고 잡지에서만 어쩌다 읽히는
플라스틱 용기를 찾아 과거로 접속하는 하이에나
몽롱한 라이더의 헬멧이 지켜보는 찌그러진 낮달
울타리 벗어난 서식지가 야생의 서쪽으로 굴러간다
배부른 문명이 슬쩍 흘린 날들
길냥이도 풀어놓은 계절의 실타래
화면 속 브이는
네모난 일회용 끼니의 깊은 눈빛을 볼 수 있을까
턱이 송곳니 같은 탐욕의 문장들
노을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다시는 해독할 수 없는 깜깜한 글귀들
허기진 저녁 뒤에서
녹아내리는 빙하를 머리에 이고
얼어붙은 상다리가 절룩이며 다가오고 있다

[민은숙]
시인, 칼럼니스트
제4회 코스미안상
제3회 문학뉴스 &시산맥 기후환경문학상
2024 중부광역신문신춘문예
청주시 1인 1책 펴내기 지도 강사
꿈다락학교 시 창작 강사
문화재단 & 예술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이메일 : sylvie7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