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하루] 그 곳, 추전역에서

전승선




그 곳 추전역에서

 

 

내 눈빛이 떨렸음을 태백산은 모르리라.

 

산그늘 지나가는 시간을 접어 가방 속에 넣고

침묵보다 아름다운 첫눈을 차마 못 본체 그냥 가려했다.

금방이라도 다시 하늘로 올라가 버릴 듯

봉우리마다 눈바람 불어대는데

마음이 먼저 길을 열고 달려가면

낭떠러지를 기어오르는 갓난아이의

웃음 같은 햇살 무리가 발걸음을 묶는다.

예서 한 생 흘러가는 구름이나 될까보다

초겨울 얼음장 밑을 비집고 나오는 뽀얀 안개의 미명에 묻혀

외로울 것 없는 저 나무가 되어도 그만인데

가고 오는 기차의 뒤꽁무니만 바라보다 늙어버린

역무원의 미소가 지천에 가득하다.

태초의 꿈 깨지 못한 눈꽃에 취해 나를 잊고

하늘 문 두드리고 내려오는 길

 

태백산은 몰랐으리라 내 마음이 떨렸음을.

 

 

 

 




전명희 기자
작성 2019.12.06 11:26 수정 2019.12.0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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