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찬의 두루두루 조선 후기사] 제8화 박문수

[최영찬의 두루두루 조선 후기사]

 

제8화 박문수

 

왕이 일을 잘하려면 유능하면서도 충성심 강한 신하가 있어야 합니다. 애민군주 영조의 곁에는 박문수가 있었습니다. 왕조실록에는 박문수가 영조가 왕세제로 있을 때 교육과 관리를 담당한 설서, 지금의 가정교사로 인연을 맺은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박문수의 부인인 청풍 김씨의 고모할머니가 숙종의 어머니였으므로 예전부터 알고 지냈을 것입니다.

왕실 패밀리의 일원인 박문수는 지금의 천안에 있는 700정보(1정보는 3천평)의 넓은 땅을 영조에게 하사받을 정도로 신임이 두터웠으나 임금 앞에서도 겁 없이 당당했습니다. 임금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보고를 해야 할 정도로 예절이 엄했는데 그는 고개를 뻣뻣이 들고 말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지금 봐도 지나칠 정도로 왕이 듣기 싫은 직언도 많이 하고 농담에 우스갯소리까지 거침없었고 왕과 언쟁을 벌이고 비아냥까지 했습니다. 무수리 아들의 콤플렉스가 있는 영조는 반란의 괴수를 직접 칼로 죽일 정도로 과격했고 예의범절을 따져 앉은 자세가 삐딱해도 처벌하는 예도 많았습니다. 단 한 명, 예외가 박문수였습니다.

“전하, 소신은 길들일 수 없는 산짐승과 같습니다.”

자신의 직언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렇게 말하며 사직서를 던지고 낙향하기도 하고 파직도 여러 번 당했습니다. 영조와 박문수의 관계는 조선 시대를 통틀어 가장 버릇없고 이해가 안 가는 일이었습니다. 왕실의 일원이라서 그랬을까요? 왕세제 시절에 스승이라서?

“전하는 너무 영리하고 총명해서 작은 일에 빠져 큰 줄거리를 잃어버립니다.”

이렇게 울면서 간언을 할 정도로 박문수는 강직했습니다. 천한 생모에게서 태어나 죽음의 위기를 수없이 겪은 영조는 모든 일에 신중하고 예민한 성격이었습니다. 이에 반면에 박문수는 매사에 직선적이었고 거슬리는 상대방의 행동에 거침없이 지적할 정도로 당당했습니다. 그런 충직한 성격은 상극이었지만 박문수는 영조의 최측근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박문수는 보검(寶劍)의 손잡이다.”

영조의 평가입니다. 여기서 보검이란 물론 임금을 말하는 것이지요. 보검이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손잡이의 역할이 중요하듯이 왕이 올바른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박문수같이 재능이 뛰어나면서도 강직한 신하가 필요하다는 뜻일 것입니다. 박문수는 오랫동안 암행어사의 대표로 알려졌는데 실제 어사직은 지방 감사를 하려고 파견된 별견어사였을 뿐입니다.

그가 민생을 보살피는 임금의 대리인인 암행어사의 대표가 된 것은 다음과 같은 일화가 생긴 이후입니다. 이인좌의 난을 진압하는데 큰 공을 세운 뒤에 박문수는 경상도 관찰사라는 파격 승진을 하게 됩니다.

“감사 나으리, 바닷가에 관이 수없이 떠내려오고 있습니다.”

어느 날 이런 보고를 받습니다. 영일만에 많은 가재도구와 관(棺)이 떠내려오고 있다고 하자 박문수는 함경도에 홍수가 진 것을 직감하고 창고의 쌀을 배에 싣고 함경도로 갈 것을 명령합니다. 그러나 3천 석이나 되는 쌀을 조정 허락 없이 보내는 것에 모두 주저했습니다.

“내가 처벌당하는 것은 작은 문제이나 함경도 백성이 굶주리는 것은 큰 문제이다.”

이렇게 주위의 반대를 물리치고 함경도로 배가 떠났습니다. 홍수로 해서 먹거리가 떠내려가 떼죽음을 하게 되리라 절망했던 사람들은 홀연히 나타난 배를 보고 환호했습니다. 경상도에서 보내온 쌀로 아사를 면한 함경도 사람들은 박문수의 공덕비를 세웠습니다. 이렇게 민생을 헤아리고 조정으로 복귀한 다음에는 양반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집권 세력인 노론의 반발을 샀습니다. 모함을 받아 옥에 갇히기도 했는데 박문수가 죽자 나라에 세운 공훈대로 시호를 내렸습니다. 박문수의 강직함에 고개를 내젓던 신하들은 직간공(直諫公)이라고 하자고 할 정도였으나 영조는 충헌(忠憲)이라는 시호를 내려 치하했습니다.



이시우 기자
작성 2018.08.21 15:19 수정 2019.12.3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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